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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집 - 박수경展
 전시기간 : 2018. 06. 28 ~ 2018. 07. 11
 참여작가 : 박수경(Park Sukyoung 朴秀慶)
 오 프 닝   : 
 



『 꿈의 집 - 박수경展 』

Park Sukyoung Solo Exhibition :: Painting











▲ 박수경, 선물
91x116.7cm, Acrylic on Canvas, 2018









전시작가  박수경(Park Sukyoung 朴秀慶)
전시일정  2018. 06. 28 ~ 2018. 07. 11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누구나 꿈꾸는, 그러나 낯선 꿈의 집

허나영(미술비평)


그 하얀 집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근처에는 나무들이 있었고, 멀리 푸른 언덕들도 보였지만 그 집의 독특한 매력은 주변과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아름다운,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었다. - 아가사 크리스티, 『꿈의 집』 중


박수경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꿈의 집』을 모티브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꿈의 집’은 소설의 묘사에서처럼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집은 어떠한 모습일까. 소설 속 주인공은 분명 아름다운 집일 것임을 확인이라도 하듯 수차례 강조하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가 마지막에서야 “집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렇지만 결국 작가인 크리스티는 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집의 모습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독자가 상상하게 한다. 이렇듯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집, 이러한 집의 단면들을 박수경은 화폭에 담는다.




 

▲ 박수경, 겹쳐진 시간 1

194x130.3cm, Acrylic on Canvas, 2018







▲ 박수경, 겹쳐진 시간 2
162x260.6m, Acrylic on Canvas, 2018





 

▲ 박수경, 겹쳐진 시간 3
130.3x162cm, Acrylic on Canvas, 2018




하얀 집

박수경에게 있어 화면 전반을 지배하는 색조는 중요하다. 에드거 알랜 포(Edgar Allan Poe)의 『검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던 지난 개인전에서는 회색조의 톤 다운된 분위기가 전 작품을 지배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소설 『꿈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흰 색조가 전체 화면을 감싸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탁자 위의 장식들, 아이의 옷이나 벽에 걸린 그림 등 다른 색을 띄고 있는 사물도 있지만, 모든 사물들은 마치 흰 빛에 감싸인 듯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꿈의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러한 꿈의 집은 소설 속 묘사처럼 햇빛에 빛나는 하얀 벽을 가지고 ‘평화와 아름다움’이 있는 곳으로, 고요하고 큰 사건이 없을 법한 장소이다. 더욱이 일 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인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붉은 오너먼트가 달린 트리, 탁자 위의 장식들이 있고, 아이는 인형을 선물마냥 안고 있다.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사슴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어딘가 낯설다. 아니 이상하다.

화면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자세히 보면 생명이 있는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된 인공 나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뻣뻣한 나뭇잎과 트리를 받치고 있는 받침대도 영락없이 플라스틱 제품의 것이다. 그리고 눈이 깜박이는 인형을 선물 받은 아이를 보는 찰나, 그 뒤에 사슴을 발견하게 된다. 사슴의 연원을 알기 위해 조금 더 사슴의 윤곽을 따라가다 보면 한 마리가 아니라, 암사슴과 수사슴이 한 마리씩 있고, 더 기이하게도 두 마리의 사슴이 아이의 뒤에 줄서듯 겹쳐 있어 의문의 상황을 만든다.

그러면 이 아이는 누구일까? 사슴과 함께 놀고 아기 인형을 받은, 이 화면의 주인공인 듯한 아이 말이다. 하지만 어떤 그림에서도 아이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얼굴을 인형 뒤에 숨기고 발만을 내어놓거나 손만 빼꼼이 드러낼 뿐이다. 박수경은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사물들 그리고 숨어있는 아이와 같은 모티브를 크리스티의 또 다른 소설 『비뚤어진 집』과 『크리스마스 살인』에서 따왔다. 이렇듯 그의 작품에는 숨겨진 텍스트가 존재한다. 서술적 텍스트의 시각화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화 방식은 미술사에서는 오랜 방식 중 하나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신화나 성경이 원텍스트가 되었고, 동양에서는 불경이나 힌두교와 같은 각 종교의 경전이 원텍스트가 되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가의 개인적 컨텍스트(contexte)가 바탕이 된 도상(icon)이 예술로 표현된다. 그래서 고정되어 있는 원텍스트가 없기에 작가가 제시한 도상을 읽는 방식은 알레고리(allegory)가 된다. 작가가 부여한 의미와 이미지 도상 간에는 마치 이름과 이름 주인 간의 관계처럼 느슨한 고리가 연결되고, 이러한 자의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맥락에 의하여 관객과 도상 간의 새로운 고리, 즉 해석이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 속 이미지(도상)에 대한 의미는 작가가 최초에 부여한 의미와 함께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마치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유연하고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현대회화들처럼, 박수경의 작품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비교적 박수경 작품 속 도상들은 작가가 고정적으로 부여한 의미가 있다. 이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것과 달리 크리스티의 소설과 같이 작품의 원천이 된 텍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해골과 유리잔은 고전적인 의미와 동일하게 바니타스(Vanitas)를 의미한다. 추리소설의 특성이 그러하듯, 살인과 죽음은 소설 속에서 사건의 발생과 마무리를 이루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얀 집 속에서 청록색과 붉은 색의 화려한 색감을 부여하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오너먼트는 그 인공적인 느낌을 통해 이 상황이 진짜가 아닐 수 있음을 반증한다. 그리고 작가에게 그림 속 아이는 “불안함과 외로움, 사람의 부재”를 의미한다. 이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순수함 속에 가려진 잔인함을 드려낸 소설 속 아이의 모습에 연원이 있기도 하고, 작가의 어릴 적 경험에도 바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작가가 직접 비극적 경험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자신에게 어른들은 말해주지 않았던 공공연한 가족의 비밀이 있었다.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했지만, 아이는 집안 어디에 있든 이상하지 않기에 그 비밀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림 속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벽 뒤나 크리스마스트리에 숨어있고 커튼 뒤에 있기도 하다. 아이의 호기심과 순수함을 생각해보자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비밀을 간직하거나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면 그 아이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행위자가 되어 버린다.

아이의 정체가 궁금할 즈음 벽에 걸리거나 탁자에 놓인 그림에도 시선이 닿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작품이다. 마그리트는 기괴한 공간을 과장하여 꾸미는 것이 아니라, <빛의 제국>이나 <연인들> 등과 같이 정상인 상황에서 약간 어긋난 상황을 만든다. 마그리트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알레고리적 도상을 넣은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기억이나 사랑에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마그리트의 작품 역시 작가가 의미를 부여한 도상이 제시하지만, 결국 도상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또한 관객이다.

박수경은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서 조금씩 어긋난 상황처럼,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들도 서로 맞지 않는 생경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강화하기 위하여 그림 속 마그리트 작품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작은 변형을 주었다.




 

▲ 박수경, 사랑하는 이에게 1
50x50cm, Acrylic on Canvas, 2018




어긋난 시공간, 집


다시 강조하자면, 화면에 아이의 발과 손, 머리 등이 보인다. 꿈의 집이라는 기이한 공간 속에서 말이다. 에드가 엘런 포의 소설을 소재로 하였을 시기의 화면에서 숨은 화자(話者)는 ‘검은 고양이’였다. 집 안 곳곳에 맥락없이 고양이는 등장하여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와 유사하게 이번 전시의 작품 속 화자는 아이이다. 하지만 고양이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 화면에 아이가 한 명이기도 하고 여러 명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또한 전체 전시를 이루는 작품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몰딩이 있는 동일한 벽이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고, 박수경 특유의 고전적인 무늬가 있는 벽지 역시 모든 작품의 공간이 하나의 집임을 짐작하게 한다. 거울에 비친 계단이나, 붉은 오너먼트가 굴러 떨어져있는 계단 역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이는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있다.

마그리트의 작품처럼, 박수경의 화면은 명확한 형태를 갖고 있는 사물로 표현된 공간이기에 이해를 할 수 있을 듯하면서도 어긋난 상황이 연출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제시한 자신의 ‘꿈의 집’에서는 그저 공간만이 뒤틀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역시 어긋나 있다고 한다. 그 증거는 모든 아이의 파편이미지는 모두 한 명의 아이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아이는 한명이다! 마치 추리소설의 마지막 반전처럼 박수경은 화면의 구석에 숨어있는 아이의 이미지를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이 꿈꾸는 집은 어떤 곳이냐고, 어쩌면 ‘평안하고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로 완성될 수 있는 훌륭한 집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수경은 또 다른 질문을 하나 더 숨겨두었다. 아름답더라도 그곳은 결코 안전하거나 익숙한 공간은 아닐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조금 더 긴장을 하고 박수경이 그린 ‘꿈의 집’ 속에서 그 생경함을 찾아보면 어떨까. 마치 그림으로 보는 추리소설처럼 말이다.




 

▲ 박수경, 크리스마스날
60.6x72.7cm, Acrylic on Canvas, 2018





 

▲ 박수경, 크리스마스의 연인
162x130.3cm, Acrylic on Canvas, 2018




작가노트 | 
「꿈의 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초기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늘 하얀 집 앞에 서있다. 커텐이 드리운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

그는 늘 그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에서 깨곤 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매혹적이지만 정신병을 앓고 있던 그 여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 역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병원에 누워 늘 꿈꾸던 하얀 집을 본다. 그가 하얀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현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그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하얀 집의 문을 열어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내가 몇 장 안 되는 이 짧은 소설을 읽고 여전히 복잡한 생각들에 빠져있는 이유는 행복을 위해 죽음을 택한 주인공의 결정 때문이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죽음과 그가 바랬던 간절한 어떤 것, 외로운 집착, 행복, 사랑 등이 풀기 힘들게 서로 얽혀있다. 그는 ‘꿈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하얀 집에 들어가서 ‘그는 행복했을까’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긴 여운은 이번 작업을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또 다른 소설 「비뚤어진 집」과 「크리스마스 살인」을 재구성 하였다. 이 책들은 가족들이 모인 저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가족의 비밀스런 이야기와 그들이 느끼는 갈등, 유한한 삶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는 나의 작업에서 이번에 아이와 인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관심 받고 싶어 했던 아이에게 숨겨진 순수한 잔인함은 작업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불안함과 외로움, 사람의 부재로 이어진다.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할 포스터가 말했듯 살아있는 것을 본떠 만든 인형은 생명이 없지만 동시에 살아있는 대상으로 느껴지는 것, 이것은 나에게 수많은 수수께끼를 던져주며 다음 작업에서 연장선으로 나타나지 않을까싶다.

간간히 느껴지는 허무함과(마치 마그리트의 작품 ‘헛된 노력’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묘한) 무기력함이 작업을 통해 나에게도 능동적인 어떠한 형태로 반사되길,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내가 진심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이 있기에 지금 이곳에서 나만의 꿈의 집을 찾게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