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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명애展
 전시기간 : 2017. 09. 21 ~ 2017. 09. 27
 참여작가 : 우명애(Woo Myungae 禹明愛)
 오 프 닝   : 
 


『 우명애展 』

Woo Myungae Solo Exhibition :: Painting











▲ 우명애, 몸의 기억 2
캔버스,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194x112cm, 2017









전시작가  우명애(Woo Myungae 禹明愛) 
전시일정  2017. 09. 21 ~ 2017. 09. 27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몸의 움직임이 담긴 기억의 레이어

허나영(미술비평)


치유와 휴식이 화두인 지금, 가만히 눈을 감고 편안히 앉아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해보자. 들숨과 날숨이 느껴지고 숨에 따라 횡경막이 부풀었다 줄어든다, 이렇게 몸의 감각에 집중해 보았다면, 가만히 눈을 떠보자.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따라 눈앞의 사물과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페에 앉아있다면 탁자의 커피와 의자, 그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침실이라면 이불과 옷장이 보일 것이고, 거실이라면 텔레비전과 커튼이 드리워진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보일 지도 모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 그것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이다. 매일 보게 되고 그 자리에 항상 있기에 당연한 듯 여겨진다. 우명애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물들과 일상의 공간에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몸으로 돌아왔다. 숨 쉬며 보고 냄새를 맡고 만지는 모든 일상의 요소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화폭에 담아 낸다.




 

▲ 우명애, 몸의 기억 4
합판, 종이,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53x45.5cm, 2017





 

▲ 우명애, 몸의 기억 5-2
합판, 종이, 아크릴, 혼합기법, 33.3x53cm, 2017





 

▲ 우명애, 몸의 기억 5-3
합판, 종이, 아크릴, 혼합기법, 33.3x53cm, 2017




화분에 담긴 식물


집에 정원이 없다면,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화분에 심긴 식물이다. 알다시피 동물과 달리 식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도 싹이 나보니 키 큰 상수리나무 밑이라 햇빛을 볼 수 없는 야생의 풀보다는, 화분에 심겨진 식물은 주인의 애정도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다. ‘화분’이라는 조건 하에 말이다. 우명애는 그저 아름다운 꽃과 풀이 아닌 ‘화분’에 담긴 식물에 주목했다. 옮겨 다닐 수는 있지만 그 의지가 내가 아닌 ‘남’에게 있는 화분 속 식물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식물에 자신을 투영하지는 않는다. 그저 화분을 옮길 수 있는 주체를 스스로로 설정하고, 그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관조자의 위치에 서 있다. 싹이 나고, 잎을 틔우면서 성장하는 식물을 하나의 존재로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식물의 움직임은 인간이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느려서, 그저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정적인 존재를 작가는 움직임이 많은 물고기와 겹쳐놓는다.

커다란 항아리와 식물, 그리고 물고기, 이 모든 것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레이어(layer)에 얹혀 서로 겹쳐있을 뿐이다. 이러한 겹침을 우명애는 한국화적 기법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백묘로 식물의 아름다운 선을 따고, 몰골로 화려한 색이 장지에 스며들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겹침은 너무나 미묘해서, 흡사 하나의 공간에 이들이 섞인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각 소재들이 가지는 평면적 층과 그 층간의 거리에 의미를 둔다. 나와 너, 주체와 타자 간의 시선의 거리인 것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결코 서로를 외면하는 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해주는 공감의 장소이다.




 

▲ 우명애, 무제 1 evening 1
합판, 장지,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12.6x22.7cm, 2017





 

▲ 우명애, 무제 1-6 midday 3
합판, 장지,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15.8x22.8cm, 2017





 

▲ 우명애, 무제 2-3 morning 3
캔버스,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10x15cm, 2017





 

▲ 우명애, 무제 3-5
합판,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17.8x25.8cm, 2017





 

▲ 우명애, 무제 5-2, 5-3
캔버스, 아크릴, 콜라주, 혼합기법, 38x33.5cm, 2017




움직이고 쉬는 몸


겹쳐진 여러 층을 통해 식물과 물고기의 대화를 시도하게끔 하지만, 우명애는 여전히 부족한 무언가를 느꼈다. 화면에 여러 형상들이 가득 차 있지만 이 형상들에는 어떠한 에너지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명애는 화폭에 몸을 넣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몸의 형상을 빠르게 크로키하고, 그 움직임의 응축과 이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웅크리기도 펴기도 하는 그 역동적인 움직임에 우명애는 주목한다. 이러한 인체 크로키는 군상이 되어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작은 화폭에서 자신만의 에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 움직임들은 너무나 명확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형상을 보는 동시에 내 몸의 근육도 움찔 거리게 한다. 팔을 벌릴 때에는 나의 팔이, 다리는 뻗을 때에는 나의 다리가 움직이는 듯한 찰나의 느낌을 받는다. 상대가 하품을 하면 따라서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공감 표현이라 하지 않는가. 형태심리학의 여러 연구에서도 사람의 시지각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이는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가 말한 몸의 기능이기도 하다. 메를로-퐁티의 비유처럼 한낮의 햇빛이 비추는 야외 수영장의 수면에 주변의 나무의 그림자가 비추기도 하지만, 반대로 빛이 산란된 물그림자가 나무에 드리워지기도 한다. 이처럼 무엇을 본다는 것은, 보는 순간, 반대로 그 대상이 나의 몸에도 들어오게 된다. 그저 주체가 타자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주체의 몸 역시 함께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우명애가 화폭에 담은 몸의 움직임은 우리가 그저 보는 행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화분 속 식물과는 다르다. 거리를 가지고 있는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공명할 수 있는 형상인 것이다.

우명애 역시 몸의 움직임을 그리면서 이전에 설명하기 힘들었던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그림 속 몸이 되어 움직이듯, 몸 하나하나가 작가 자신의 몸짓이 되어 화폭에 담긴다. 그저 주인에 의해 움직여지길 기다리는 화분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몸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작가는 조심스레 표현하였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몸의 움직임은 화분 속 식물이 가졌던 태도나 표현과 달라 보인다. 두 작품을 같은 이가 그렸다 보기 어려울 만큼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레이어이다.

화분 속 식물과 물고기가 가졌던 것처럼, 움직임을 가진 몸 역시 마치 그림자처럼 여러 레이어가 덧입혀진다. 하지만 작은 구멍이 있는 천을 활용하여 물감을 찍어 만든 레이어들의 형태는 몸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흡사 그림자가 인물의 분신과도 같이 여러 층을 이룬다. 이 레이어들은 형상에서 배경으로 흡수되기도 하고, 반대로 형상을 밀어내고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전보다 그 형상이 적어졌음에도 오히려 레이어들을 통해 깊이가 만들어진다.




 

▲ 우명애, 휴休 4
합판, 순지, 아크릴, 혼합기법, 20x50cm, 2017





 

▲ 우명애, 기억너머 2
장지, 분채, 석채, 97x97cm, 2017





 

▲ 우명애, 흔痕 2
한지, 혼합재료, 53x45.5cm, 2017





 

▲ 우명애, 결 2
장지, 혼합재료, 53x80.3cm, 2016




휴(休), 다시 주변으로...


강렬한 움직임이 있는 몸들 사이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 있다. 기대어 있는 무기력한 몸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것이 움직임의 정지가 아니라, 다음의 움직임을 위해 단지 쉬고 있을 뿐이라 말한다. 화분 속 식물, 물고기 그리고 몸, 이렇게 우명애는 소재를 달리하면서 자신이 삶에서 숨쉬며 얻은 감정을 형상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면의 레이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평면은 회화의 매체적 조건이다. 하지만 우명애의 레이어는 그린버그식 평면이 아닌, 평면이라는 물질성을 통해 작가의 감성이 감상자에게 옮겨갈 수 있게 하는 매개이다. 그렇기에 우명애에게 평면의 레이어는 형상 외의 또 다른 회화적 언어가 된다. 일견 형상을 바라보게 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형상 뒤에 놓인 금이 간 듯한 그물망들이 보인다. 이는 작가가 구긴 종이에 여러 염료와 재료를 섞어 바른 후 펴서 만든 우연성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 크로키한 몸의 형상과 망사로 찍은 형상을 겹친다. 이렇게 여러 겹 겹쳐진 평면의 레이어들은 각기 자신 만의 소리와 리듬을 내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주변을 바라보면서 시작된 우명애의 작업은 작가의 몸짓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니 이러한 평면들이 이루는 움직임을 들숨과 날숨을 느끼듯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레이어들에 담긴 것을 감지해보길 바란다. 여러 레이어 속에 숨겨진 몸의 기억이 우리에게 말을 걸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