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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 - 박수경展
 전시기간 : 2016-12-01 ▶ 2016-12-07
 참여작가 : 박수경(Park Sukyoung)
 오 프 닝   : 2016-12-01 PM 6:30
 







『 여기가 아닌 세계라는 것의 의미 - 박수경展 』

Park Sukyoung Solo Exhibition :: Painting












▲ 박수경, 휴식1, 181.8x227.3cm, Acrylic on Canvas, 2016









전시작가 박수경(Park Sukyoung)
전시일정 2016. 12. 01 ~ 2016. 12. 07
초대일시 2016. 12. 01 PM 6:3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허무한 날이 지나고 새날이 오기를 소망하는
                           ; 박수경의 내밀한 회화-소설

한광숙(조형예술학 박사)


인간의 삶은 죽음을 동반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 어느 시인이 죽음을 정의할 때 언급한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죽음은 산 자의 슬픔이다.” 라고 말이다. 불행하거나 슬프거나 하는 감정은 존재하는 어떤 것과 이별할 때 생긴다. 그 존재는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런데 그 슬픔을 제공한 원인이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 개인이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 박수경, 휴식2, 91x116.7cm, Acrylic on Canvas, 2016








▲ 박수경, 휴식4, 60.5x72.7cm, Acrylic on Canvas, 2016




“박수경의 내밀한 회화-소설”로 이름 붙인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에 소개될 작품들을 통해서 필자는 예술과 문학 그리고 연극이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현대예술의 다양한 양상들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첫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회화의 정면(the front)의 구도를 갖추고 있으며 「검은고양이」라는 표제가 따른다. 화면 한가운데 그야말로 엄숙한 표정의 의자(성직자)가 감상자를 바라보듯이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 의자 위에 한 권의 책이 놓여있다. 이것은 애드가 엘렌 포(Edgar Allan Poe)의 「검은고양이」라는 책이다. 의자 밑에는 이 소설의 열쇠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해골의 이미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 그림은 심연의 바다처럼 위에서 아래로 혹은 벽에서 바닥으로 이동하면서 그라데이션(gradation) 기법으로 우리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여기서 애드가 앨런 포의 자전적 소설 1인칭 작가 시점으로 구성된 「검은고양이」를 살펴보도록 한다. 이름 없는 주인공 ‘나’란 인물이 앨렌 포 자신의 삶의 일부분을 옮겨 놓은 것 같이 예감하게 된다. 소설 속에 선천적으로 유순한 성격의 ‘나’는 성장하면서 타자(알콜)에 의해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플루토와 아내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 결국 화자는 의도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내면의 심성이 변질되고 허무함을 낳도록 유혹당하는 것을 읽을 수가 있다.

한편, 형식적인 면에서 프랑스의 누보로망(Nouveau Roman) 중심 알랭 로브 그리예(Alain Robbe-Grillet)의 작품과 박수경 작가의 ‘회화-소설’에서 보여주는 작품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알랭 로브-그리예가 누보로망의 핵심인 것처럼 박수경 작가 또한 회화-소설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알랭 로브-그리예는 원래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을 다루는 방식에는 탈 고정관념이 제시된다. 마그리트와 로브-그리예의 이미지와 텍스트간의 상호 연계성에 관한 문제처럼 어떤 사회적, 심리적 혹은 '기억'의 깊이에서 우러난 체험이 아니라, 오직 그것의 외관이 전부인 어떤 세계의 그 자체를 묘사하는 로브-그리예의 소설은 오브제는 단지 '시각적 저항체'이고 인간의 행동과 오브제들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에 여기에 있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과 그의 소설 시각적으로 구성되고, 인물과 사물역시 모두 '사물'로서 그려지고, 항상 현재형으로 제시되며 대상에 대한 묘사가 기하학적 구도로 이루어진다고 해석된다.

로브-그리예가 소설 안에서 묘사하는 주인공은 이 타자에 대한 심리의 진실 됨을 확신할 수가 없어 타자의 다양한 외부적 행위를 통해서 그것을 인식하도록 한다. 이 같은 사물묘사 편중의 소설 수법은 역으로 극단적으로 주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현실을 '즉물적'묘사로 그려내는 것이야말로 역으로 가장 주관적인 인식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쉬르헤알리스트(Surréalist)로 알려진 르네 마그트의 작품 안에서 자주 사용되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과 작품의 타이틀과 이미지가 전혀 동떨어지는 이유는 일종의 이미지와 텍스트가 비연관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수많은 현대 예술가들이 현실과 유배된 삶을 향하여 나아가는 예술적 행위들을 해왔지만 결국 그러한 반복적 행위들은 현실 안에서 회오리처럼 판타지를 일으킨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로브-그리예의 소설과 마그리트의 회화는 서로간의 이미지와 텍스트의 영향을 주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박수경의 내밀한 회화-소설”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에게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 우선, 문학적 주제, 개인적 스토리를 하나의 텍스트- 오브제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시간과 공간 속에 설치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으로 자신의 일부를 나타내고 등장사물과 주인공은 어두운 그늘 안에서 램프의 빛을 받으며 침대와 의자에서 휴식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작품들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그 장소와 시간 속으로 들어가 상상하고 꿈꾸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해도 될 것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한 사람이 잠깐 동안 잠이 들어있는지 영원한 잠을 택하였는지 그것은 관찰자의 몫이다. (중략)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fiction(허구)과 fact(사실)로 엮어가는 것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이라면 박수경 작가의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사물이나 잘려진 몸의 포즈들은 관찰자나 감상자의 눈에서 전혀 다른 Image 이미지로 비춰지는 회화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박수경의 내밀한 회화-소설’을 관찰하고 사유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작가가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받아들일 때 보다 주관적인 방식으로 희망과 기쁨의 새로운 날을 감상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 속 「검은고양이」가 재탄생하듯이 ‘박수경의 내밀한 회화-소설’은 다음에 진행될 아주 특별하고 고유한 그림들을 기대하도록 부추긴다.


1) 이가림, 미술과 문학의 만남, 월간미술







▲ 박수경, 검은고양이, 91x116.7cm,xAcrylic on Canvas, 2016








▲ 박수경, 시간의 거리, 162x112cm, Acrylic on Canvas, 2016








▲ 박수경, Déjà vu, 30x30cm, Pen on Paper, Printing Paper, Gemstone, 2015




작가노트 | 집의 내부는 나의 유년시절과 현재를 연결하는 회화의 통로이다. |
집의 내부를 배경으로 한 나의 회화와 일부의 조형적 작업들은 유년시절의 기억들과 그 때쯤 즐겨 읽던 추리소설을 재조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과 집 안의 낯익은 사물들은 허구와 사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긴 틈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수평적 관계에 있는 어떤 세계를 드나들게 하는 무한한 통로가 된다. 작업에서 추리소설 속 사건과 현재 일어나는 가족 간의 비밀이야기가 드러나게 되는데 가족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여러 형태의 상실감,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죽음 등 그들만의 이야기를 엿보게 된다. 이번 작업들의 모티브가 된 에드가 엘런 포우의 소설 「검은고양이」 는 집 안을 배경으로 사람의 이중성과 폭력성, 죽음 등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가족 및 삶과 죽음을 다루는데 있어서 작업과의 연관성을 찾았고, 작업을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마음의 소용돌이와 침묵의 반복으로 이번 회화적 결과물 들은 죽음에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내가 그린 ‘검은고양이’는 소설에서 상징하는 불안이나 불길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업에서 검은고양이는 관조적이다. 모든 사건의 말할 수 없는 목격자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인물을 대신해서 나타내기도 한다.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관조적 일수 밖에 없다. 때로 죽음을 영원한 휴식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의 작업에서 보이는 신체의 일부는 죽음과 휴식의 교차점으로 휴식과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절대고독이나 공허함을 포함한다. E.Levinas는 ‘시간과 타자’에서 “죽음은 주체가 주인이 될 수 없는 사건, 그것과 관련해서 더 이상 주체가 아닌 그런 사건”이라 하였다. 사람이 주체가 되어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 할지라도 죽음은 사람에게 불가항력적인 사건이고 시간의 멈춤이다. 나는 신체의 일부, 말할 수 없는 관조자, 텅 빈 것 같은 넓은 집과 화려한 물건들로 죽음의 성격을 드러내려 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결코 길지 않은 삶에서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더 사랑할 것이란 다짐 같은 것들이다. 더불어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가족 간의 의미와 가족문제, 상대적 소외감, 대화의 단절 등을 짚어 보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