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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빛으로 가다 - 김경화展
 전시기간 : 2017-05-18 ▶ 2017-05-31
 참여작가 : 김경화(Kim Kyunghwa)
 오 프 닝   : 
 







『 영혼의 빛으로 가다 - 김경화展 』

Kim Kyunghwa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30.3x162cm, Oil on Linen, 2014









전시작가 김경화(Kim Kyunghwa)
전시일정 2017. 05. 18 ~ 2017. 05. 31
작가와의 만남 2017. 05. 18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영혼의 색으로 그려진 꽃의 생명력

허나영(미술비평)


환한 빛의 작업실엔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고, 화폭 속에서는 화려한 생명의 꽃들이 가득하다. 실제 꽃보다 생생하게 피어있는 그림 속 꽃들의 생명력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김경화의 말처럼 그림 속 화병에 담긴 생명의 물 때문일지 모르지만, 유화로 재탄생한 꽃들은 그저 사물이 아닌 생명이 가득한 빛의 색으로 다가온다.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62x130.3cm, Oil on Linen, 2016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30.3x486cm, Oil on Linen, 2016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62x130.3cm, Oil on Linen, 2016




무지개의 색을 담은 꽃

김경화는 이 세상의 색을 모두 담고 싶다고 한다. 마치 무지개처럼 말이다. 하늘에 뜬 무지개는 땅에 생명의 단 비를 내린 후 조용히 빛을 낸다. 이 세상이 모든 생명에 있는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김경화는 무지개가 영혼의 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빛이 있어야만 하고, 빛이 없는 절대적인 암흑에서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기 힘들다. 그래서 김경화에서 무지개의 색은 생명의 색이며, 영혼의 색이다. 이러한 무지개의 색을 담은 꽃들은 그저 우리에게 타자인 대상물이 아니며, 인간과 동등한 주체적 자아를 갖는다. 스스로 영혼을 가지고 빛을 내며, 움직이는 주체이다. 그래서 김경화가 그린 꽃은 의인화되어 대화를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하나의 의식적 생명이다. 그래서 그에게 색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색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 한 것이 바로 야수주의의 대가 마티스(Henri Matisse)라는 것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경화의 작품에서 마티스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곡선으로 다듬어진 탁자에 놓인 화병, 화병의 식물 문양과 그 문양에 견주어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뒷받침하고자 배경에는 여러 색면들이 놓여있다. 마티스는 자신의 부인의 얼굴에 녹색 선을 그렸을 때, 오로지 전체 화면에서의 색의 구성상 들어가야 할 색이 들어갔을 뿐이라 말했다. 김경화 역시 꽃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기를 색으로 화면에 표현했다고 한다. 색을 통해 꽃의 생명력과 그것을 감싸는 공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마티스와 다르게 그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만이 아니라, 색을 통해 표현되는 꽃 주변의 공기와 분위기는 마치 한 인간의 체취처럼 꽃으로부터 나온다.

틈이 날 때마다 세계의 미술관을 찾곤 하는 김경화에게 마티스의 작품은 서양미술사에서 비운의 시기에 사라져버린 비극적 존재 같다. 강렬한 색과 리듬감으로 표현된 마티스의 작품은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그 빛을 잃고, 더 이상 어떤 화가들도 그와 같은 생명력있는 작품을 그려내진 못했다. 이런 상황이 김경화는 마치 대가 끊어진 가족의 모습처럼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이 그 잃어버린 50여년을 연결하고 또 다른 징검다리를 미술사에 놓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열망을 원동력으로 꽃에 생명의 색을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45.5x53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45x45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80.3x100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80.3x100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80.3x100cm, Oil on Linen, 2017




숭고를 담은 정물화


지난 작품들에서 김경화는 집안 곳곳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화가를 꿈꾸던 소녀였을 때 정물화를 그렸듯이, 의자 위에 꽃을 두기도 하고 화려한 무늬는 커튼과 화병이 화면을 채우기도 했다. 어릴 때와 달리, 성인이 되어 꾸민 집은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이기에, 자신이 투영된 공간이었다. 그래서 얼핏 여성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그림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마티스가 <붉은 방:붉은 색의 조화>(1908)에서 강렬한 붉은 색면에 정물과 함께 식탁보의 화려한 무늬로 화면을 구성했듯이, 색감과 문양들의 조화를 화면에 담았다. 그리고 그림 속 화병 옆에는 작은 찻잔을 그렸다. 어떠한 상징적 의미도 담지 않은 마티스와 달리 김경화는 그림에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병 옆 작은 찻잔은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생명의 빛이 가득한 그의 세계로 이끌고 싶은 표지인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사물들은 화폭에서 지워졌다. 하나씩 지워지면서 종국에는 탁자 위의 꽃만이 남았다. 하지만 화폭은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명의 물이 담긴 화병 속에서 피어난 꽃이 발하는 영혼의 색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는 거대한 화폭을 채우고도 넘어선다. 마치 자연과 신의 숭고를 나타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리오타르(Jean-Francois Lyotard)가 말한 숭고(the sublime)는 인간이 지각하기 힘들고 표상하기 힘든 그 무엇에 대해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과 생명의 숭고를 김경화는 꽃의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0. 100x80.3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00x80.3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00x80.3cm, Oil on Linen, 2017








▲ 김경화, 영혼의 빛으로 가다, 100x80.3cm, Oil on Linen, 2017




생명의 물이 흐르는 갈릴리에서 다시 시작하다.


보통 꽃이 그려진 정물화는 크기가 작다. 그 용도가 실제 화병처럼, 실내를 장식하기 위함이니 그러할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이후 모든 꽃 그림이 그렇다. 하지만 김경화의 꽃과 화병은 우리를 압도한다. 그 크기에서도 그렇고 그 속을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 영혼의 색은 꽃을 가벼이 대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위압적이지도 않다.

그저 품 넓은 어미처럼 우리를 감싸 안아 준다. 힘들지 않냐고, 이리 와서 따듯하고 향기로운 차 한 잔 마시며 기대어 보라 한다. 꽃 한 송이의 생명력에 매료되면 이내 다음 화폭 속 꽃 무더기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기쁨과 생명이 가득한 그의 그림 속을 지나다 보면 이내 갈릴리의 물을 바라보게 된다. 화폭의 꽃에서 느껴지던 숭고의 미는 갈릴리의 강에서 더욱 확대된다. 갈릴리는 종교적으로 김경화에게 큰 의미이다. 비단 종교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오랜 문명의 흐름과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그 강을 바라보게 한다. 그 강을 바라보며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그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강물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다시금 살게 되는 것이다. 김경화의 그림도 흘러가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정물이 아닌, 힘을 가진 회화로 그의 예술 여정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