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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연展
 전시기간 : 2017-06-08 ▶ 2017-06-21
 참여작가 : 김대연(Kim Daeyeon 金大淵)
 오 프 닝   : 2017-06-08 AM 11:00
 


『 김대연展 』

Kim Daeyeo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대연, Grapes, 116.7x75cm, Oil on Canvas, 2017









전시작가 김대연(Kim Daeyeon 金大淵)
전시일정 2017. 06. 08 ~ 2017. 06. 21
초대일시 2017. 06. 08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실제가 되고 싶은 그림

허나영(미술비평)


파라시오스에게 지고 난후, 제욱시스는 쓴 침을 삼키며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모두의 눈을 속이는 포도를 그리리라.’ 파라시오스가 자신의 눈을 속인 천 그림은 너무나 생생했고, 그 생생함을 능가하려면 고작 새의 눈을 속인 포도그림이 아니라 실제의 포도와 견주어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그림을 그려내야 할 것이다. 십여 년간 포도만을 그려온 김대연의 목표도 바로 그 실제 포도이다. 과즙이 가득하고, 포도를 보면서 그 맛을 바로 생각하고 달콤함이 입안에 들어온 듯한 그 생생한 포도의 느낌을 김대연은 작품 속에 담고자 했다.







▲ 김대연, Grapes, 60.6x50cm, Oil on Canvas, 2017








▲ 김대연, Grapes, 41x35cm, Oil on Canvas, 2017








▲ 김대연, Grapes, 53x45.5cm, Oil on Canvas, 2017




포도와 경쟁하는 포도 그림

김대연의 포도를 보면 회화에 있어서 오래된 문제 중 하나인 재현(representation)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재현은 어떠한 대상을 다시 표현하는 것으로 플라톤은 이데아를 설명하며 예술은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라 평가절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재현은 인류에게 있어 회화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제욱시스가 그러하며, 신라의 솔거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사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회화에 있어서 재현의 역할은 그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회화에 대한 고민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 다양함은 현대미술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김대연의 포도그림은 너무나 실제 같기에 그 재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예민한 구분의 눈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포도 ‘사진’과 김대연의 포도 ‘그림’과의 차이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은 사진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했다. 이후 미국과 세계 미술의 영향을 받은 한국 역시 사진을 바탕으로 한 극사실적 회화가 늘어났다. 하지만 김대연은 사진을 그대로 화폭에 옮기지 않는다. 첫 시작은 수많은 포도를 바닥에 깔고 사진을 찍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이를 컴퓨터 그래픽의 후작업으로 더욱 ‘포도’같이 보이게 수정을 한다.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포도 알갱이의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기도 하고, 덧붙이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또한 색감과 빛을 조정함으로써 보다 생생한 포도의 모습을 찾는다. 이후 캔버스에 옮길 때에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생생한 느낌이 들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민하며 포도를 그려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대연의 작품 속 포도와 똑같은 실제 포도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처음 카메라로 포착한 포도의 모습은 처음에는 디지털 흔적을 지표(index)와 같이 남겼을지 모르지만, 후작업을 통하여 변형되고 최종 그림에서는 본래 대상과 더욱 멀어진 하나의 기표(signifiant)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시뮬라크르(simulacre)에 연결이 될 수도 있다. 너무나 실제 같지만 결국은 직접적 대상이 남지 않은 껍데기의 상태 말이다. 하지만 김대연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욕심을 낸다. 포도에서 실제 포도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 관람자가 공감각적 지각을 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빛에 의해 포도 껍질의 반투명함을 보고 그 속에 가득 찬 포도 과즙의 맛을 상상하며 침이 고이고, 당분이 올라온 껍질의 흰 가루를 보면서 달콤한 포도향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림 속 포도를 마주했을 때 포도 사진이 아닌, 실제 포도가 숨어있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그가 십년 동안 포도를 그리면서도 매번 노력하는 방향이다. 그래서 그에게 초기의 포도 작품이 사진과 같다면, 앞으로 몇 년 더 노력하여 이루고자 하는 것은 실제 포도 그 자체를 그림에서 느끼는 것이다. 포도의 모방물(imitation)이 아니라, ‘포도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 김대연, Grapes, 90x40cm, Oil on Canvas, 2017








▲ 김대연, Grapes, 90x40cm, Oil on Canvas, 2017, Detail




빛을 머금은 산 능선

김대연이 포도 그림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그 생생함은 오랜만에 다시 선보인 풍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풍경화 역시 사진에서 시작된다. 전국의 산하를 다니며 원하는 풍경의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수천 장의 사진 중 선택된 수백 장의 사진을 다시 후 작업으로 붙이고 지우고 덧입히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화폭에 자신이 그 풍경에서 느낀 이미지를 풍경화로 그린다. 최근 풍경 작업에서는 특히 너른 들판이나 고요한 수면 너머에 있는 산 능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기와지붕 곡선이 한반도의 산하와 닮아 있다는 한국미술학자들의 의견처럼, 우리가 오고가며 마주치는 산 능선은 뭐라 규정할 수 없는 고요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해가 지기 시작할 때나 떠오를 때, 완만한 산 능선에 맺힌 빛의 줄기는 사진에 담기조차 어려운 아름다움을 갖는다. 그렇기에 김대연은 그 빛을 머금은 산 능선을 세밀한 붓으로 다시 되살려낸다. 인간의 눈으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그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김대연은 은은한 빛으로 빛나는 산 능선을 보며 그 너머의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상상한다. 우리 눈앞에 있는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곳일 수도 있고, 더 빛나고 가치 있는 만남이 있는 장소일 수도 있다. 아직 가지 않은 곳이기에 우리는 상상을 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빛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요하게 빛을 머금은 산 능선을 그림에서 주목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김대연은 과감하게 전경의 풍경들을 단순화고, 관람자의 시선이 화면의 뒤쪽으로 향하게 한다. 자신이 실제 풍경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그림 속에서 되살려지길 바라며 말이다. 이렇듯 김대연은 그저 기계적으로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우리가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화면을 다듬어 내는데, 이를 작가는 ‘정제미(精製美)’라 이름 붙인다.







▲ 김대연, Blue-새벽달, 91x53cm, Oil on Canvas, 2008








▲ 김대연, Dream View, 53x33.3cm, Oil on Canvas, 2017








▲ 김대연, Dream View, 72.7x41cm, Oil on Canvas, 2017








▲ 김대연, Dream View, 162x48cm, Oil on Canvas, 2017




정제미로 다듬어진 회화


정제미는 사전적으로 정의가 되어 있는 용어는 아니다. 그저 일상어로서 불순문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만든다는 정제를 하나의 방식으로 보고, 김대연은 자신의 회화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설정한다. 이는 언뜻 극사실적 기법으로 그리는 포도와 세밀하게 그려진 산 능선의 굴곡과 모순이 된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포도의 작은 반점이 물방울, 그리고 능선의 나뭇가지 하나 조차도 작가가 철저히 생각하고 의도하여 선택한다는 점에서 정제되어 있다. 작가의 눈이라는 체(Filter)에서 불순물은 걸러지고 생생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요소만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제의 과정은 결국 회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어떻게 보며, 어떻게 그려야하는 지 말이다.

다시 재현의 문제로 돌아가 김대연의 그림을 보자. 김대연은 실제 대상을 그대로 가져온 사진과 같은 기계적 재현이 아닌, 철저하게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선택하여 대상을 그린다. 이는 카메라의 렌즈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눈이 지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김대연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서 실제의 포도를 보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물을 보는 방식은 카메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면서 갖게 된 인식들을 바탕으로 본다는 형태심리학자 아른하임(Rudolf Arnheim)이 제시한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를 하면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김대연은 바로 그러한 인간의 공감각적인 경험을 시각적 표현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는 아직 포도 그림과 풍경화 속 산 능선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진이 아닌 실제 대상과 계속해서 경쟁하며 실제를 뛰어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바람이 얼마만큼 시각화가 될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