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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겸展
 전시기간 : 2017. 06. 29 ~ 2017. 07. 12
 참여작가 : 김철겸(Kim Cheolgyeom 金哲謙)
 오 프 닝   : 
 


『 김철겸展 』

Kim Cheolgyeom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철겸, 농악과 벽그림자, 53x33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전시작가 김철겸(Kim Cheolgyeom 金哲謙)
전시일정 2017. 06. 29 ~ 2017. 07. 12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우리 것 속에서 찾는 새로움

허나영(미술비평)


붉은 악마의 함성 속 치우천왕, K-Pop 속 민요가락, 오래된 궁을 수놓은 화려한 한복들 21세기가 십 여 년 지난 지금, 한국 문화 속에는 이전보다 더 세련되고도 친근한 방식으로 전통의 문화가 새겨져 있다. 이제 한국적인 것을 내세움에 있어서 더 이상 정치적 해석이나 편향된 취미를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것이기에 익숙한 것을 표현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요, 스스로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그러니 김철겸의 작품 속 전통의 것도 소재를 풀어낸 방식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돌담과 풍물패의 모습만을 찾는 것이 아닌 그가 어떻게 그려냈는가를 더 음미해야한다.







▲ 김철겸, 농악(숨은그림), 90x45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농악과 버드나무, 53x33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목련과 농악, 53x33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문살과 농악, 130x55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아낙과 농악, 105x45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합세 농악, 100x40cm, 아사천 위에 아크릴, 2017




공간의 재단

먼저 김철겸의 돌담을 들여다보면, 돌담의 형태는 여느 시골집의 것과 비슷하다. 인공적인 손길이 닿지 않아 투박하지만, 저마다 각각인 돌들이 서로 아귀를 맞추어 이어진 이음새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너머에 나무 그림자가 보이는 검은 돌담 역시 제주도의 바람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돌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돌담들이 화면에서 이루는 구성이 흥미롭다. 긴 화면을 구불한 곡선으로 가로지르는 모양새는 응당 집과 사람이 있어야할 빈 공간의 윤곽을 만들며 공간을 재단한다. 마치 추상회화의 붓질처럼 돌담은 큰 획을 그으며 화면을 나눈다. 하지만 사이의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 공(空)이라는 한자가 실은 충만함의 가능성을 제시하듯 김철겸의 돌담의 선이 만들어낸 공간은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바람구멍이 있는 수평의 담 역시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그 위치까지 돌담이 올라와있다. 실제 제주도 어느 골목의 담장을 마주 대하듯 돌담은 우리의 시선을 막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그 너머에 있는 시원스레 뻗은 나무를 보여주고 우리의 시야를 막지 않는 바람구멍으로 그 너머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빔과 채움의 조화는 이전 김철겸의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검은 먹으로 한 면을 가득 채우기도 하지만 다른 면은 마천을 날 것 그대로 남겨두어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일제강점기 경성의 풍경의 무거운 풍경을 그리면서도 소실점이 맺히는 그 자리를 오히려 동그란 구멍으로 뚫어버리는 과감한 공간의 재단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김철겸 작품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간의 재단은 보는 이를 화면에 끌어들이는 힘을 갖는다. 그리고 돌담이 만들어내는 곡선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고, 바람구멍 너머의 세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신 나게 노는 농악대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따라 우리도 화면을 관조하게 된다. 전경에 크게 자리한 농악대원과 함께 높아진 지평선에서 노는 농악대 무리를 바라보다 보면 흥이 오른다.







▲ 김철겸, 돌담과 미루나무, 53x33cm, 마천 위에 아크릴, 2016








▲ 김철겸, 버드나무와 빨래, 53x33cm 마천 위에 아크릴, 2016








▲ 김철겸, 집터 돌담과 미루나무, 100x60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6




끊임없는 시도의 연속

김철겸 특유의 공간은 화면을 나누고 구성하는 초기의 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저 선으로 나누고 시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캔버스에 잘 사용하지 않는 먹을 천에 스며들게 해서 깊이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줄을 이어 화면을 연결하거나 나누기도 하였다.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의 사진 속 모습을 화면에 반복해서 그려 화면을 채우기도 하고 반대로 길다란 끈으로 역사의 흐름에 대한 메타포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면면을 보이는 것은 작가로서 끊임없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늘어선 돌담이나 바람에 하늘거리는 빨래들은 한국적 정서를 담기 위해 올이 굵은 마천에서 오는 날 것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두었다. 마치 시골의 흙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는 농악대의 몸짓을 담을 때에는 화면을 종이처럼 부드럽게 다듬었다. 손을 대면 자국이 남을 것 같은 섬세함이 느껴지는 하얀 화면에는 농악대가 신명 나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듯 그들만의 움직임이 커다란 그림자로 강조된다. 그런데 여기서 김철겸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처음 농악대를 그렸던 1990년대 말에는 마천 위에 그려 시골의 마당에서 뛰어오는 듯 표현하였다. 얼굴을 생략하고 농악대 의상의 화려한 색도 대부분의 작품에서 배제하여, 힘찬 발의 움직임과 상모의 곡선으로 농악대의 몸짓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최근 작품에서는 이러한 농악대의 움직임을 커다란 그림자로 확대하고 화려한 색을 첨가하였다. 이 그림자들은 하얗게 마감된 화면에서 본체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 비록 상모를 돌리는 인물들은 먼 지평선에 있지만, 금세 전경에 있는 사람에게로 다가올 듯하다. 전경의 인물 역시 농악대 일원임에 분명하지만 동시에 농악대를 바라보는 관람자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인물이 노는 모습을 통해 보는 관람자 역시 함께 이 놀이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농악대를 그린 신작들에는, 작업이 거듭되면서, 농악대의 사실적인 묘사는 점차 사라지고 색면들이 이루는 역동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몬드리안(Piet Mondrian)이 나무 한그루를 추상화하듯, 김철겸의 농악대 역시 추상적인 색면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렇지만 몬드리안의 것과 같은 추상은 아니다. 오히려 농악대의 움직임 그 자체를 남기고 그 외의 설명적인 것을 지우려 하는 작가의 의지 표현이다. 이 과정을 통해 오로지 밝은 색감과 구체적인 형상을 지니지 않은 면들로 인하여 감각적 경험만을 제시한다.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김철겸이 과거에 흙의 정감을 느끼게 한 것과 달리 미디어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적 감성을 토대로 한다. 한국의 것과 현대적 감성의 결합은 작가의 또 다른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 김철겸, 돌담과 버드나무-1, 53x33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돌담과 버드나무-2, 63x53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돌담과 수양버드나무-2, 100x60cm, 마대천 위에 아크릴, 2017








▲ 김철겸, 돌담과 해바라기, 53x33cm, 마천 위에 아크릴, 2017




새로운 한국성을 찾는 여정

색다른 화면의 구성과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김철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우리 것, 바로 한국성이다. 죽창과 효수된 농민의 머리와 같은 무거운 역사부터 시골의 돌담과 마당에서 흔들리는 빨래와 같은 소소한 모습까지 김철겸은 자신이 바라보고 느낀 한국성을 화폭에 오랜 세월 담아냈다. 그 시간 동안 한국의 역사 역시 변해왔고, 한국성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달라졌다. 이제 한국적인 것은 그저 아픈 한(恨) 만이 아니다. 신명나고 자랑스럽기도 하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체성이다. 그렇기에 김철겸이 그리는 우리의 것도 새로워지고 있다.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는 작가도 있다. 반면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함께 살아움직이는 작가도 있다. 김철겸은 후자이다. 시대가 변하기에 그에 맞춰 새로운 한국성을 찾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김철겸의 여정은 이전에 만들었던 깊이가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그리고 새로 시작한 듯 또 다른 전환점을 돈 김철겸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작업세계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