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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airy Chair And Me - 이지영展
 전시기간 : 2017. 09. 07 ~ 2017. 09. 13
 참여작가 : 이지영(Lee Jiyoun)
 오 프 닝   : 
 


『 A Hairy Chair And Me - 이지영展 』

Lee Jiyo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지영, Fur-불꽃놀이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17









전시작가 이지영(Lee Jiyoun)
전시일정 2017. 09. 07 ~ 2017. 09. 13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털과 의자, 존재의 불안에 대한 독백

유현주(미술평론가)


작가 이지영의 털난 의자 그림은 말할 수 없는 어떤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의자를 덮은 털들에서 풍기는 기묘한 불안함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유혹보다도 더 짙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의자 그리고 그 위에 자라는 털, 이 사물들의 기이한 만남이 시작된 것은 2011년 무렵부터이다. 이때부터 작가는 그전에 줄곧 그려왔던 얼굴 시리즈 대신, 고풍스러운 의자를 정교하게 모사하고 그 위로 섬세하게 비죽이 올라온 털을 반복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가 그린 의자들은 화면의 중심에 놓이며 마치 초상화의 주인공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더구나 의자는 사람의 실루엣을 닮았다. 인체에서 자라나온 것처럼 털은 의자의 몸 일부를 혹은 전체를 덮는 의복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털은 동물의 몸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자와는 ‘피부’라는 공속성을 갖는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털은 의자와 어울리지만, 한편으로 털 자체의 반문명적인 원시성으로 인해 낯설고 불편하다. 의자에 침범하듯 스멀거리는 털은 어딘가 야만스럽고 음흉해 보이기도 하며, 의자에 종속된 것이지만 오히려 의자를 정복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위압감마저 준다. 이러한 반문명성의 이면에, 털은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의 몸을 보호하는 피복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권력가의 사치스러운 장식역할을 해왔다는 의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그림자를 갖는다. 반문명과 문명, 야만적인 것과 가장 정치적인 것으로서의 털, 이지영은 바로 털의 이러한 이중 기호를 가지고 자신이 궁극적으로 발언하고픈 이야기의 상형문자를 배열한다.

작가의 예리한 관찰에서 온 털의 묘사는 사실적인 질감과 더불어 작가의 언어를 대신한다. 의자를 애무하듯 상냥하고 부드러운 털()이 있는가 하면, 날선 바늘처럼 곤두서있고 찌를 듯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털()도 있다. 실제로 작가는 어느 시점부터는 바늘이나 못으로 캔버스를 긁어내듯 털을 새기는 작업을 시도했다. 마치 잭슨 폴록이 무아(無我)의 상태에서 액션페인팅을 한 것처럼, 이지영 역시 털을 반복해서 긁고 있는 동안 캔버스와 그녀 사이에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무의식적인 대화를 건넸을 것이다. 털은 이 과정에서 의자와 긴밀하게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결혼 이후로 육아, 가사노동과 병행하던 학업 그리고 작가로서의 분투, 치열한 시간 사이사이 다가왔던 외로움만이 그녀가 의자 위에 던진 고백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많은 의무와 책임을 가진 결혼 이후의 일상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 사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두 환경에 각각 완벽하게 자신을 맞추어 가는 사이, 경계는 함몰되는 듯 하고, 타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규정되는 나의 모습이 고정된다.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자아 정체성에 대한 위기감은 바닥모를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으로 바뀐다. 작가가 고백하듯이, “작업 속에서 이상화된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분리”된 현실의 자아는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의지로” 털을 그리게 한다. 그리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의 정체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된다. 즉 실존적 불안을 작가는 자각하는 것이다.

처음에 작가는 의자라는 몸체에 ‘야만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것’으로서의 털을 이식시킴으로써 일상의 삶이 가하는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털이 상징하는 모종의 ‘힘’을 지니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의자 깊숙이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불안의 실존이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이지영의 털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실존-의자의 몸체를 감추고 보호하는 ‘존재의 필수적인 외투’를 은유한다고 할 수 있다. 작품 <후 불면 I / 후 불면 II, 2011>과 같이 의자는 털이 벗겨지면 초라한 그림자, 지워질지도 모를 연약함을 드러내는 벌거벗은 몸에 불과하며, <숨겨보지만, 2012>에서 보듯, 털로 가리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은 존재, 어딘가 부족하여 대체해야 할 부속품이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실증-Repair me, 2012>에서처럼, 의자의 네 다리 중 한 곳이 부러져 나간 것을 메우기 위해 못과 같은 모양의 다리를 끼우는 것이 우리의 실존이다. 이처럼 불구의 존재, 의자 곧 우리의 자아는 그 자체로 불완전하며, 라캉 식으로 말하자면 영원히 만족의 대체물을 갈구하는 ‘결여의 존재’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구의 몸으로 묘사된 의자는 2011년 이전에 작가가 한참 그렸던 얼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신체보다 몇 배나 큰 얼굴 즉 마스크를 가진 여인을 그린 작품 은 말을 잊은 듯 얼굴에서 입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그 후 작가는 작품 를 통해 새로운 전환을 시도한다. 빨간 구두를 신은 다리에 무표정하게 입을 다문 정면을 향한 얼굴이 그려져 있는 그 작품에서, 얼굴 대신 이제 의자와 털이 작가의 페르소나로 출현할 것임을 암시하는 듯, 얼굴의 한쪽 옆과 구두 안의 발등 위로 털이 보인다. 특기할만한 점은, 얼굴과 의자 모두에서 풍겨지는 짙은 불안의 정서이다. 작가가 오랜 시간 얼마나 실존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이지영의 전시 “털 숨긴 여자 Fur and Me”는 의자와 털의 에피소드를 주변으로 확장하는 있다는 인상을 준다. 모두 2015년에 제작된 그림들인 , , , 등은 작가 본인 뿐 아니라 타인들을 의식한 듯 보이는데, 이는 작가의 자의식으로부터 보편적인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털은 의자에 이질적인 어떤 것이라기보다 아예 의자와 구분되지 않는 몸체로 결합되어 있고, 인체의 동작과 유사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또한 2011년 작품들 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심지어 손과 발의 인간적 형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그림에 새롭게 등장한 날카로운 선들이 의자를 묶거나 의자에 타격을 주는 듯 작가는 더 적극적으로 현대인들이 겪는 불안의 상황들을 현시한다. 철저히 관리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애써 인식하지 않으면, 카프카의 소설에서처럼 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하듯, 수동적인 의자로 ‘변신’한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불안은 자아를 직시하는 수단이며, 가장 예민하게 우리의 실존을 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내적 감각일 수 있다. 이처럼 이지영의 털과 의자는 우리로 하여금 원초적인 ‘존재 물음’에로 이끌고 있다.






▲ 이지영, They aren’t as cool as this one
Acrylic on Canvas, 91.0x116.8cm, 2017




작가노트 | 본인의 의자시리즈에서 털처럼 보이는 것들은 조심스럽게 정체성에 대한 단서로 작용 한다. 의자 연작은 능동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털이 화면을 자유자재로 활보하거나 부드럽게 부유하며 화면 구성을 주도한다. 의자는 일반적으로 권력과 지위 또는 휴식을 상징 한다. 털과 함께 있는 그 의자는 일반적인 상징들 보다는 좀 더 사적이고 감정적인 대상이다.

의자는 먼저 삶 속에서의 자리를 이야기 한다.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별개로 일괄적으로 부여된 사회적 존재로써의 자리이다. 그 자리는 그 자체로써 본인을 존재하게 하며 외부에서의 안정적인 위치를 제공하지만 내적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억압시켜야만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의자들은 결코 완벽하게 자신의 자리가 되지 못한다. 어딘가 공허해 보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나’는 자신을 에워싸는 털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진다. 의자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털들은 욕망을 향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체에 대한 의지의 대체물이며 의자는 그와 대립하면서도 수용하는 양가적인 성격을 지닌 대상이다. 털들은 의자 주변을 맴돌며 때로는 스며들고 때로는 전복하며 끊임없이 의자의 이미지를 고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흔들어 놓는다. 털들은 빽빽하게 밀집되어 견고한 대상이 되기도 하고 엉성하게 흩뿌려져 금방이라도 소멸될 듯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자신을 고정하고 규정하려는 외부의 시선을 견제 하려는 것이다.

본 작품에서 의자는 형체가 또렷하지 않고 털처럼 보이는 것들 틈으로 불안정하다. 의자를 가로지르는 선들은 마치 나의 자리를 더욱더 억압하고 더 이상 의자의 역할을 하지 말라는 듯 불안하고 발악을 한다. 본 작품은 크게는 현대 여성의 주체에 대하여 이야기가 될 것이고, 고정화된 사회의 전형과 그에 인식을 바꾸려 노력하는 내용이다. 털처럼 보이는 것들은 여성의 주체성에대해 작가 스스로가 규정된 인식을 깨기 위한 어떠한 도구, 내지는 의지로 등장하여 실패를 반복해가면서 고정화된 여성의 주체에 대한 인식(사회의 전형이기 이전에 작가의 인식)을 깨고자 하는 과정이다. 털들은 마치 힘을 쓰지 않는 상태로 그냥 의자 주변에 맴돌며 바뀌기를 기다리는 현대의 비루한 여성과는 다른 존재이다. 그것은 고정화된 전형을 결국 전복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