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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경展
 전시기간 : 2018. 05. 17 ~ 2018. 05. 30
 참여작가 : 김용경(Kim Yongkyong)
 오 프 닝   : 
 



『 김용경展 』

Kim Yongkyong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용경, 바다흔적 17-1
130.5x80.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전시작가  김용경(Kim Yongkyong) 
전시일정  2018. 05. 17 ~ 2018. 05. 30
초대일시  2018. 05. 17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캔버스 위에 담은 시간의 흔적

허나영(미술비평)


썰물 때가 되어 바닷물이 수평선을 향해 밀려나간다. 그 과학적 이유가 어찌되었든 물은 약속이나 한 듯 무심히 멀리 가버리고 그 자리에는 물이 있었던 흔적만 남는다. 하지만 바다는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 자신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듯 자연은 바다의 존재를 모래 위의 물길로 남겨둠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사람도 그렇다. 잠시 바닷가 갯벌을 걷든 사막의 모래 위를 지나든 발자국을 남기고, 그리고 긴 세월 살아온 삶의 흔적도 여러 모습으로 남긴다. 김용경은 이러한 흔적을 캔버스 위에 담는다. 하지만 어떤 존재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다. 오히려 그 흔적을 통하여 존재가 있었음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이야기처럼 화폭에 담고 있다.




 

▲ 김용경, 흔적 17-3
65x91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 김용경, 흔적 17-5
73x50.3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 김용경, 물길 흔적 3
53x33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 김용경, 물길 흔적 2
33x53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 김용경, 돌과 흔적 3
41x27.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흔적을 통해 깨닫는 존재

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는 반 고흐(Van Gogh)의 낡은 구두 그림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진실은 이 구두를 신었던 농부의 삶이라고 해석한다. 비록 눈에는 농부와 그의 고단한 삶이 직접 보이진 않지만 구두만 두고 간 그 빈 공간을 통해 삶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하이데거는 생각했다. 물론 이후 다른 비평가가 농부가 아닌 반 고흐의 구두임을 밝혀 재미있는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하이데거는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통해 보이지 않은 그 너머의 무엇을 볼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반 고흐의 작품과 같은 예술이야말로 은폐되어 있는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한다. 김용경의 작품에서도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의 흔적, 덩그러니 놓인 돌멩이와 모래밭에 흩어진 조개껍질,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 놓은 블록담의 구멍, 모래 위에 남은 발자국 등이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든 고무신 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돌부처, 선사시대의 이야기가 담긴 고인돌, 타고 남은 연탄재 역시 무심히 과거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흔적들이다. 이렇듯 그림 속 형상들은 또 다른 기억과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김용경의 작품은 시적(詩的)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 속 사물들을 단서로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각자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그리기도 하며, 인간의 고뇌와 삶의 흔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김용경의 작품 속 사물들은 또 다른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 김용경, 갯벌과 돌
91x6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5





 

▲ 김용경, 고무신 배 1
53x41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8





 

▲ 김용경, 콩게 집
32x41cm, 갯벌 + Acrylic on Canvas, 2016





 

▲ 김용경, 모래창 1
41x27.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8





 

▲ 김용경, 모래나무
24x33.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8




모래와 황토로 만들어진 실제


보는 이가 작품 속에 표현된 사물을 통해 여러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김용경의 회화적 기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이나 조개껍질, 고무신, 발자국, 연탄재 등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우리 눈앞에 실재하는 듯 환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는 돌이나 모래 또는 발자국의 생동감 있는 묘사를 위하여, 현장의 모래나 황토를 직접 채취해서 작품에 사용한다. 돌이 긴 세월을 지나 모래가 되고 또 흙이 되는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게 돌이나 모래 그리고 황토는 같은 맥락을 지닌다. 소재의 형상과 재질은 그 자체로 시간을 담고 있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현장에서 가져온 모래와 황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이를 물감처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다시 말해 그림을 그리는 대상인 모래와 황토가 물감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마다 그 현장에서 채취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각각 미세한 질감과 색감의 차이가 나타난다. 어떤 화가도 이런 미세한 차이를 이보다 더 실감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그 자체이니 말이다. 실상 그림에 모래와 흙을 붙이는 작업은 향토적인 한국의 정취를 보여주기 위한 방식으로 한 때 유행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경의 작품은 직접 그 현장의 모래나 흙을 채취해왔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비록 실제 현장과 완전히 같은 모습으로 재현(representation)할 수는 없지만, 그의 회화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래 위에 그려진 화가의 인간적인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현장의 모래와 흙을 물감 삼아 표현한 화면은 자연적인 색감을 유지하며 보다 실제적인 감성과 기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한다.




 

▲ 김용경, 고인돌 1
130.3x60.3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7





 

▲ 김용경, 사막 발자국
91x6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8





 

▲ 김용경, 뜨거웠던 날들
91x65cm, 모래 + Acrylic on Canvas, 2013




그 속에 담긴 기억의 이야기

김용경은 인생이나 그림에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냇가에서 고무신으로 장난감 배를 만들어 놀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이든, 치열한 삶에 대한 고뇌의 흔적이든 작품 속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담는 그릇처럼 김용경은 시간의 흔적이 남긴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자연의 근간이 되는 땅의 모습이나 인간 삶의 흔적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경의 작품은 누구에게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 김용경이 만들어낸 자연과 사람의 흔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서 따듯한 그리움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