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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미온-열두 마리 동물들 - 류경열展
 전시기간 : 2019. 05. 30 ~ 2019. 06. 05
 참여작가 : 류경열(Ryu Kyungyeol)
 오 프 닝   : 
 



『 페르미온-열두 마리 동물들 - 류경열展 』

Ryu Kyungyeol Solo Exhibition :: Painting











▲ 류경열, The ideal you’ve been hoping for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전시작가  류경열(Ryu Kyungyeol)
전시일정  2019. 05. 30 ~ 2019. 06. 05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5-2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인간과 동물의 ‘공동구역’과 ‘사회적 의사’로써의 예술
- 작가 류경열 근작에 대한 소론

홍경한(미술평론가)


1. 작가 류경열의 작품에는 ‘12지신(十二支神)’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땅을 지키는 열두 신장(神將 : 신을 지키는 장수)’이다. 무장(武將)한 호법신이다. 흔히 십이신장(十二神將) 혹은 십이신왕(十二神王)이라 칭하는 이것은 열두 마리의 동물1)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교(道敎)의 방위신앙에서 영향을 받아 외침으로부터 왕릉을 보호하거나 불교인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12지신은 본래 한대(漢代)에서 열두 띠를 가리키는 12지신이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다. 동물로 형상화한 것 역시 이 당시부터다. 이후 당대(唐代)를 거쳐 통일신라시대2)에 이르러 토끼가 포함된 12지신상의 형태로 의인화 됐고, 그 모습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3)

그렇다면 12지신과 류경열의 작업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일단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12마리의 동물들은 12지신을 원형으로 삼고 있으나, 뜻밖에도 호법이나 방위 신, 시간 신 등의 전통적 관점에서의 역할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연결고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이들의 얼굴은 짐승이나, 몸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4) 작가는 이 접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공동구역’을 발견한다. 개나 소, 돼지, 말, 호랑이처럼 인간과 동물의 동거는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니 온전히 그릇된 시각은 아니다.

또 하나의 분모는 ‘동의의 부재’이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12지신은 “자신의 의사나 동의 없이 인간들에 의해 결정되어진 동물들”이다. 실제로 누구도 그들의 의사를 물은 적 없다. 호법이든 수호이든 무언가에 대한 의무는 인간이 부여한 것일 뿐이다. 우리 삶에 개입하는 수많은 동물에게 역시 아무도 그들의 의견을 경청한 적 없다. 단지 우리가 선책하고 취할 뿐이다. 때론 폭력적일 수 있음을 간과한 채 말이다.

마지막 연관성은 작가의 화사(?史)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잠시 거론했듯 류경열은 지금까지 동물을 통해 인간과의 공생의 문제를 다뤄왔다. <밀렵꾼을 피해가는 흰 코뿔소>(2017)을 포함해 <터전을 잃어가는 코알라>(2017), <설 곳을 잃은 북극곰>(2017) 등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환경 속 동물들의 안위를 염려하는 작업을 선보였고,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런 흐름은 2018년을 제외하곤 2016년 작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류경열의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던 ‘틈새 벽화’5) 연작에도 동물의 모습은 자주 나타났다. 그러니 작가에게 동물은 전혀 이상한 소재가 아니다. 다만 앞서 기술한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십이지신의 역할과 의미 면에서 일정한 거리가 있고, ‘틈새’의 의미를 나름의 조형으로 독해하여 점차 사라져가거나 잊히는 것들을 다룬다는 점은 동일하다.






▲ 류경열, 푸른 들판의 소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A matter of great importance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Untitled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요리조리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2. 시사성 강한 ‘틈새벽화’에서부터 개인전 출품작까지 작가는 동물을 통한 남다른 시각을 화면 위에 담아 왔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의 의미를 담고 있는 프랙털 무늬들을 활용해 인간들에 의해서 멸종되어 가거나 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일종의 세상사에 얽힌 연민이자, 스스로의 삶에 관한 단상, 작가가 느끼는 부조리함이나 사회적·문화적·생태적인 것들에 관한 눈길이었다. 비록 동물을 중심에 놓긴 했어도 결국 우리네 일상 속 내러티브는 유지되었던 셈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그 연장선에 놓인다. 하나, 작가는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믿음을 또 다른 시선에서 새롭게 대입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소’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하는 동물이지만, 혹자에겐 커다랗고 아름다운 눈망울을 가진 동물이며, 또 어떤 이에겐 한 노인과 ‘소’의 교감을 다룬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와 같은 사랑과 우정의 대상이다.

열두 마리의 동물 역시 애착 강한 결과물이다. <푸른 들판의 소>(2019)는 그냥 동물로써의 ‘소’가 아니라, 항상 노동하고 연구하지만 미래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작가와 또래 세대가 겪는 삶의 측은함을 담은 기표이며, <돼지의 꿈>(2019)에 그려진 ‘돼지’는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에 대한 비판이자, 비만한 사람들에 대한 타인의 날카로운 조롱 섞인 시선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라는 문장으로 묘사된 ‘쥐’나, 한때는 푸른 들판을 자유롭게 달렸을 법한 ‘말’을 그린 <달리기 좋은 날>(2019) 등도 동일한 범주에 든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강렬한 원색6)을 배경으로 하나, 실은 동시대를 은유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어찌 보면 지난 2017년 개인전에 선보인 <고양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호랑이>(2017)와 <바나나를 싫어하는 롤런드고릴라>(2017), <수중핵 실험에 고통 받는 흰 긴 수염고래>(2017) 등의 작품과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의 동물에 적용된 미시사 속 인류, 자연, 환경, 공생, 공존, 상생 등의 거대서사를 옮겨 놓는 방식 또한 같다. 종국엔 ‘사회적 의사’로 이어지는 것들이다.

그의 근작 또한 과거부터 진행해온 ‘사회적 의사’로써의 예술에 충실하다.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동물의 이미지를 통해 공동체적 의제를 얹히는 것이나, 쉽게 인지 가능한 표상체에 명료한 메시지를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각 동물 몸에 그려진 세포 같은 무늬와, 동물 주변에 흩뿌려진 점들은 넓은 관점에선 변별력 불가능한 의미들이 가까이 다가섰을 때 비로소 구분되고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투영한 장치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틈새벽화를 그리다보니 깨닫게 된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틈에 대한 의미를 서로 붙어있지 않은 패턴무늬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우주의 모습이나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를 확대한 모습이나 거의 비슷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논리적 완벽함은 덜하지만 수긍 가능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그 자체로 의미적이다.






▲ 류경열, 타인의 시선
193.9x130.3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내 이름은 초원이예요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For the sake of progress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닭장 안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집념
45.5x65.1cm, Oil on Canvas, 2019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의 최근 작업에 있어 가장 유가치한 부분으로 동시대 우리 사회에 드리운 모더니티 내에서 필요한 언급을 젊은 작가로써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다시 말해 일상에 만연한 다름과 다른 차이와 차별, 어떤 사안에조차 주체의식과 비판의식 없는 양태들, 휴머니티를 상실해가는 세태 등을 ‘동물’7)이라는 명사로 포박하고 있다는 사실, 마치 ‘틈새’를 보듯 무관심한 세상에서 그 흐름과 흔적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주문’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동물과 인간, 즉 자연의 일부인 인간과 동물의 ‘존재’, ‘공존’8), ‘평등’9)에 대한 작가의 일관된 의식도 들어 있다. 결정적으로 ‘삶’과 타자성에 의해 발현되는 ‘실존’이 녹아 있다.

‘삶’과 ‘실존’의 직접적 제시는 ‘우주’, ‘시간’라는 거창한 내레이션 보다 리얼리티를 지니며, 거시성과 미시성이라는 학문적 탐구보다 진솔하다. 그건 외견상 그럴싸하게 다가오지만 비평기술(記述)에 유용할 뿐, 설득력이 약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 면에서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 보단 다소 설익더라도 창의에 대한 수고가 어설픈 개념의 모델화와 복제화를 의식 없이 추종하는 것보단 훨씬 값지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당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건 인간이 겪는 사회?정치적 현안을 수거해 미적담론을 재생산하는 기폭제의 역할이다. 역사와 사회를 전제로 하는 문화적 산물이어야 한다는 것이요, ‘인간적 상황’까지도 고려되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류경열의 작업, 아니 그 작업에 내재된/내재되어야 할 진정한 가치는 그것에 있다.10)

한편 필자는 그의 작업실에서 추상작업을 발견한 적이 있다.(엄밀히 말하자면 약간의 구상성도 포함된) 구상과 추상의 선후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2018), (2018) 등의 작업에선 형상성 명료한 구상에서 찾기 어려운 감각의 운용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내적인 분출의 상대성, 덜 이성적일 때의 자연스러움이 부유하는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의미전달 면에서 반드시 시각인지의 영역에 국한될 이유가 없다면, 더 비워 내어도 혹은 표현방식의 다름을 연구해보는 것도 향후 미학적 성과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참에 다양한 매체의 활용을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조각을 전공한 작가이기에 얼마든지 그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미적 지평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추구해온 새로운 인간 풍경을 창조하는데 있어 긍정적일뿐더러, 예술을 통한 사회적 관계성을 서술하는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 류경열, 돼지의 꿈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달리기 좋은 날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 류경열, Born in 1985
193.9x130.3cm, Oil on Canvas, 2019







▲ 류경열, 전래동화 속 호랑이
60.6x60.6cm, Acrylic on Canvas, 2019




작가노트 | 페르미온-열두 마리 동물들 |
 페르미온(Fermion)은 우리 주변의 보통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기본 입자인 전자, 양성자, 중성자를 말한다. 이와는 달리 힘을 매개로 하는 보손(boson)입자가 있다. 여러 개의 페르미온으로 구성된 합성입자는 그 합성입자의 스핀값에 따라 실질적으로 페르미온으로 행동할 수도 있고 보손으로 행동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물리학적 현상으로 인해 소멸되는 동시에 영원히 지속되며, 같아 보이지만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 사람들, 동식물들 그리고 그들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 및 세포들 모두 생김새는 달라도 서로 같은 물리적 법칙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었다고는 하나 결코 100% 똑같이 행동하거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다. 더 나아가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들도 자세히 보면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미묘하게 다르며 성격도 다른 경우를 볼 수 있다.

십이지신을 대표하는 동물들 역시 보편적으로 흔히 알고 있는 동물이다. 시골 가면 볼 수 있는 한가로이 누워 있거나, 때 되면 풀 뜯어 먹는 동물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알게 된 본인이 생존하기 위해 사냥을 하는 동물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서 또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미스테리한 동물들. 하지만 같은 동물이더라도 각자 생김새나 성격이 다르며 인간이 부여해 주긴 하였지만, 십이지신으로서 부여된 의미들도 각기 다르며 같은 대상이라도 사람들의 그것에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도 모두 다르다.

나는 나의 관점으로 십이지신의 동물들에게 어떠한 생각과 감정을 가졌는지 그림으로 표현하였으며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 지 매우 궁금하다.



1) 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돼지·개·쥐·소 등.

2) 호법신에서 방위를 지키는 시간 신으로 신격이 변모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3) 12지신의 표현 양식은 능묘(陵墓) 조각과 부조를 비롯해, 석탑의 호석(護石)에 새긴 부조, 십이지도무신장상(十二支跳舞神將像)이라는 불화 등에서 제한 없이 나타난다. 멀리는 고분벽화에서부터 조선시대 민화까지 그 출현의 영역도 넓다. 하지만 열두 동물 각각이 가리키는 방향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토끼는 동쪽을 향해 있고, 닭은 서쪽을, 말은 남쪽을 향해 있다. 북쪽은 쥐가 담당한다. 이들은 불상과 묘에 침입하는 잡귀를 물리치는 책임이 부여되기도 했다.

4) 문헌에 따르면 오늘날과 같이 사람의 몸을 한 형태로 표현되기 시작한 건 고려시대이다.

5) 작가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도시 일원을 다니며 건축물의 틈이나 귀퉁이 등에 풍자적이거나 비판적인 메시지가 담긴 장소특정적 벽화를 즉석에서 그리곤 했다. 과거 틈새작업과 현재의 작업 간 다른 점은 틈새벽화의 경우 정해진 마티에르 안에서 즉흥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작업은 일단 대상을 그린 후 연상되는 이미지를 배경에 삽입한다는 것에 있다.

6) 화사한 원색은 서로 다른 ‘의견’이기도 하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물리적 공간은 떨어져 있지만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인력을 통한 단단한 조합”이다.

7) 사실 굳이 동물이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작가의 영역이며, 충분히 변화 가능한 부분이다.

8) 류경열의 근작을 보면 서로 다른 색이 서로 섞이지 않은 채 근접해 있다. 이 둘을 묶어주는 것이 바로 테두리이다. 작가는 이를 “공존을 의미하는 조형방식”이라고 말한다.

9) 류경열은 이와 간련해 “우리는 물리학적 현상으로 인해 소멸되는 동시에 영원히 지속되며, 같아 보이지만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 사람들, 동식물들 그리고 그들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 및 세포들 모두 생김새는 달라도 서로 같은 물리적 법칙을 적용받고 있다.”고 말한다. 

10) 만약 오로지 생태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건 어디까지나 표피적 해석이며, 작가 또한 그러한 범주 내에서 읽히는 작품으로 만족한다면 아직 지나치게 단출한 조형에 원인이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