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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F 2012 - 김.
  KIAF 2012 -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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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other me 또 다른 나
 전시기간 : 2020. 07. 09 ~ 2020. 07. 22
 참여작가 : 성민우, 윤상희, 임성희, 홍빛나, 황나현
 오 프 닝   : 
 



『 Another me 또 다른 나 』

- 빨간 줄이 두 개 생겼을 때 -

Mu-On GW.20.1











▲ Another me 또 다른 나









전시기획  허나영
전시작가  성민우, 윤상희, 임성희, 홍빛나, 황나현
전시일정  2020. 07. 09 ~ 2020. 07. 22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월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5-2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Another me 또 다른 나
- 빨간 줄이 두 개 생겼을 때 -

허나영(미술평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줄이 두 개 생겼을 때 말이다. 당시 떠오른 생각은 “내가 엄마가 되는 구나”였다. 그리고 곧 온갖 생각과 감정이 물밀 듯이 넘쳐 들어왔다. 엄마가 된다는 기쁨, 내 뱃속에 생명이 자란다는 설렘 그리고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내가 되었다.”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여성만이 가능하다. 물론 지구의 반은 여성이니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임신을 경험했을 것이고, 해본 적이 없더라도 자신이 엄마가 되는 순간을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집어먹거나 졸려서 자는 수준의 ‘당연한 과정’은 아니다. 수많은 노력과 확률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전에는 모르던 확고한 책임의식을 가져야하고 앞으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상황에 처해진다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 개인에게는 새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집단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며, 또 한명의 사회적 구성원을 생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시각예술프로젝트그룹 뮤온의 첫 번째 기획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여성이 ‘엄마’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갖게 되는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전시에 참여한 윤상희, 성민우, 임성희, 황나현, 홍빛나 작가가 모두 여성임과 동시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에 가능했다. 더욱이 예술가이기에 이들이 당시에 느꼈던 잉태의 감정과 생각을 각자 개성에 맞게 시각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을 통해 여성이 ‘또 다른 나’가 되는 순간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 성민우, 오이코스-280
130.3x130.3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20







▲ 성민우, 초상_씀바귀
비단에 채색과 금분, 90.9x72.7cm, 2013







▲ 성민우, 초상_환삼덩굴
비단에 채색과 금분, 90.9x72.7cm, 2013




생성 :: 성민우

비단에 한국채색화의 방식으로 풀을 그려온 성민우는 이번 전시에서 생명이 생성되는 임신의 순간을 풀로 은유하였다. 자궁을 의미하는 붉은 빛의 화면 위를 둥글게 두 가지 풀 넝쿨이 서로 엉키며 가득 채우고 있다. 성민우는 마치 인간의 핏줄과 같은 붉은 줄기를 가진 환삼덩굴이 모체(母體)라면 뾰족한 잎과 파란 줄기를 가지고 있는 메꽃 덩굴은 태아(胎兒)와 같은 것이라 말한다. 마치 엄마의 몸속에서 모체를 의지하고 그 속의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결국 메꽃이 피어 독립된 생명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태아의 생성(生成)은 마치 우주의 신비와도 같이 깊은 심연에서부터 알 수 없는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신비 이면에는 뾰족한 잎으로 모체를 찌르고, 엄마의 붉은 색과 다른 파란색을 드러내면서 결국 자신만 꽃을 피우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상황도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 홍빛나, PUBA mark
Oil on Canvas, 90.9x72.7cm, 2020







▲ 홍빛나, Hide and seek
Oil on Canvas, 40.9x31.8cm, 2020




기대 :: 홍빛나

성민우가 풀의 모습으로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를 은유했다면, 홍빛나는 한 아이를 잉태한 순간 갖게 되는 막연한 기대와 행복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보석 같은 두 아이’가 찾아온 것에 대해 “소소한 시간 속에 흐르는 소소한 행복”이며,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모든 엄마들의 벅찬 감동”일 것이며 “환희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아이를 임신했던 시기에도 행복에 대한 기대를 드로잉과 유화로 표현한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기도 하면서, 결국 엄마와 아이는 하나이며 함께 즐겁고 행복해한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는 아이와 엄마의 행복에 대한 약속인 ‘푸바 마크’를 통해 상징된다. 미소를 짓고 있는 날개달린 하트 위에 또 다른 작은 하트가 있는 이 모습은 홍빛나 작가와 아이들 간의 행복의 표시이다.






▲ 임성희,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연작
가변설치, 종이와 거울에 드로잉, 2020







▲ 임성희, 백자야 놀자
Acrylic on Canvas, 80.8x130cm, 2018




기억 :: 임성희


줄어드는 출산율과 난임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임신은 사랑의 확인이자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는 기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를 임신한 엄마의 내면에는 하나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임성희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리며, 그 당시 느꼈던 즐겁지 만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임성희에게 임신은 “변해가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신비로움, 슬픔, 기쁨, 분노, 사랑, 불안 등 다양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는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였다. 그래서 임성희는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임신했을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드로잉으로 나타내었다. 알 수 없는 우울하고 어두운 감정이 분출되다가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정하기도 하고, 더 없이 편안했다가도 다시 들떴던 그 기분에 대한 기억을 여러 드로잉을 통해 제시한다.






▲ 윤상희, Red breast
3D Printing, Ottchil, Hemp Cloth, Mother-of-Pearl, ABS, Brass, Gold Plating
60x22x35cm, 2018







▲ 윤상희, Red eagle
3D Printing, Ottchil, Hemp Cloth, Mother-of-Pearl, ABS, Gold Power, Brass, Gold Plating
35.5x35.5x25cm, 2018




기다림 :: 윤상희

옻칠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윤상희는 오래 전부터 여성에 대한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자궁에 또 다른 생명체를 갖는다는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순간이며, 모유수유의 환희는 실상 처음 겪어보는 고통과 결국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수치와 동시에 일어난다. 이러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감정을 윤상희는 공예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이렇듯 아이를 잉태하고 품고 기르는 과정을 마치 새가 자신의 알을 품고 지켜내는 행위를 통해 보여준다.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의 스톤을 품고 있는 새들은 알 속에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알 수 없다. 그저 내 둥지에 들어온 한 생명체이기에 모성으로 품고 가꾸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 역시 배태하고 있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 황나현, 그녀
Mixed Media on Canvas, 130x193cm, 2020







▲ 황나현, 그녀들 만의 시간
Mixed Media on Canvas, 130x193cm, 2020




추억 :: 황나현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 여성은 엄마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되는 경험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자 기억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기에, 쉽지 않은 시간을 겪으며, 문득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하루 종일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 되었던 시절이다.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친구들과의 약속시간에 맞춰 나를 꾸미고 치장할 수 있었고, 서로 취향이 맞는 이들과 온갖 대화를 나누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얼룩말을 통해 황나현은 바로 엄마가 되기 전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무엇보다 화려하게 반짝거렸던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 금박이 내리는 분홍빛 화면 속에서 얼룩말은 꽃과 깃털, 장신구로 한껏 꾸미고 있다. 그리고 이렇듯 화려하게 표현된 얼룩말은 그림 속에서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마치 현실에서 먼 꿈처럼 말이다.


또 다른 자아의 수용

다시 처음의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임신테스트기에 빨간 두 줄이 생겼을 때로 말이다. 그 시간의 두근거림, 설렘, 두려움, 걱정 등은 쉬이 잊기 힘들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의 자아는 엄마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갖게 된다.

요즘 “부.캐.”(부수적인 캐릭터의 줄임말)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는 기존에 구축해온 본래의 자아(본.캐.)가 아닌 또 다른 성격과 심지어 맥락을 가진 자아이다. 물론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부.캐.는 게임캐릭터와 같이 가상적 아바타의 성격을 갖는다. 그렇지만 굳이 가상의 자아를 애써 만들지 않아도,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엄마’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설사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더라도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아름답지 만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몸 속에는 이미 하나의 생명체가 자라고 있고, 그 생명체를 향한 모성 역시 가슴 깊은 곳에서 싹트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저 또 다른 자아를 수용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엄마'라는 또 다른 자아를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persona)로 만들 수 없다. 가면을 쓰고서 아이들을 대하기는 불가능하며, 설사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할지라도 결국은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품었던 아이들과 신체와 감정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다섯 작가는 이렇듯 엄마라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지게 된 시간들의 감정과 바램, 감각 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상화하였다. 생성으로서의 임신, 그로 인한 행복 혹은 두려움, 고통과 환희의 양가감정 그리고 자유롭던 옛 모습에 대한 향수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느낌을 담은 이 전시를 통해 보는 이들이 그 감정들을 세세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다섯 이야기에 담긴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어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