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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F 2012 - 김.
  KIAF 2012 -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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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풍경, Landscape of the Heart - 최성재展
 전시기간 : 2022. 02. 17 ~ 2022. 03. 02
 참여작가 : 최성재(Choi Sungjae 崔成在)
 오 프 닝   : 
 


『 마음풍경, Landscape of the Heart - 최성재展 』

Choi Sungjae Solo Exhibition :: Ceramic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32 x 14 x 37cm, 2021









전시작가  최성재(Choi Sungjae 崔成在)
전시일정  2022. 02. 17 ~ 2022. 03. 02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일요일 휴관)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5-2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체화된 회화와 물성으로 그린 불이탈물(不二脫物)의 화면


홍지수(미술학, 미술평론)


1.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의 화면
최성재 작업은 섬세하고 민첩한 작가의 손짓, 흙과 불의 물성이 결집해 이룬 심상의 풍경이 특징이다. 최성재는 편병(扁甁), 원반(盤), 도판(陶板) 등의 도자와 캔버스까지 다양하게 소재와 화면을 취한다. 1990년대 후반 분청 작업 초기, 작가는 몸체에 주구(注口), 귀(耳), 기대(器臺) 등을 더한 공예기 형태를 제작했으나 점차 용기로 간주할만한 형태와 요소를 생략하며 평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폭이 좁고 장식이 없는 실린더 형태, 평반(平盤)과 도판 등을 화면으로 삼았다. 용기의 기벽이 아닌 회화의 바탕으로 화면을 최대한 넓히고 확보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는다. 이러한 형태 변화는 회화 단계에서 작가의 몸이 운신할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여백의 확장을 가져왔다. 화면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또한 기존 편병 형태와 달리 화면의 전후․좌우, 도상의 주객(主客) 구분도 사라져 기물의 곡선을 따라 관람자의 시선이 한층 자유로워지고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의 화면은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작가가 그 위에서 무엇을 발생시키고 행동한 인위(人爲) 여기에 흙과 불의 무위(無爲)가 더해져 최종 미감이 형성된다는 데 중점이 있다. 진행은 사실을 만든다. 작가는 날 것의 표면을 그대로 화면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색(異色)의 흙물로 표면을 덮고 정돈한다. 여기서 분장은 회화를 위한 순수한 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라, 작가가 소재를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하나의 사실로 정착시키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이다. 분장한 하얀 표면은 어두운 흙의 바탕보다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의 궤적이 더욱 잘 드러난다. 귀얄의 종류나 순서, 덤벙의 횟수, 화장토의 농도를 어찌 하는가에 따라 두께와 궤적의 형성이 다르다. 회화, 건조, 번조로 이어지는 연이은 과정 속에 생성된 수많은 사건들이 켜켜이 쌓일수록 아래 있던 것들은 더 깊숙한 내부로 밀려들어간다. 그 결과 화면에는 수차례 다른 형질이 쌓여 층위를 이룰 때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깊이가 생성된다. 흙은 캔버스와 달리 건조와 번조과정에서 수축한다. 번조 후 물성과 도상의 형태는 회화 단계보다 화면이 한층 압축되고 다부진 느낌이 든다. 같은 운필이라도 흙의 종류, 번조 온도와 방법의 다름에 따라 독자가 화면에서 다른 감정과 계절감을 읽는 이유다.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32 x 14 x 40cm, 2021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32 x 14 x 40cm, 2021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42 x 16 x 31cm, 2021



2. 몸의 준법(皴法)
화면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떨리던 작가의 손끝이 순식간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손의 신경이 젖은 흙을 잠시 스치고 건드렸을 뿐인데, 화면에 몇 개의 선, 반점이 생겼다. 이후 얼룩이 언뜻 자연 형상처럼 보이고 그것이 구도를 이뤄 옛 수묵화의 수지(水地) 풍경이 되는 인지 전환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를 두고 고려시대 청자 제작이나 옛 그림의 화제(畵題)였던 도안을 분청의 재료로 재해석 혹은 현대적 변용한 것으로 혹은 작가가 경험한 현실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성재의 수작(手作)은 즉흥과 순간적인 영감의 발현이라기보다 원재료(material prima)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오랜 시간 재료와 함께하며 체득한 감응에서 나온다. 초기에는 붓 혹은 도칼을 이용하여 화면에 회화를 시도하였으나, 자연스러운 선형과 동세, 필력을 얻고자 자신의 손, 부러진 나뭇가지, 거친 귀얄 등으로 화구(畫具)를 교체했다. 그는 자신의 회화가 옛 도공의 분청 표현처럼 대교약졸(大巧若拙)하기를, 마음 가는 대로 그려도 과하지 않고 화이부동(和而不同)하기를, 그리고 자신의 표현이 늘 자유롭고 자유분방하기를 갈구해왔다. 이를 위해 재료, 밀도와 두께, 질감, 색 등 조형요소를 이리저리 바꾸고 조합을 달리 시도해왔다. 그 결과, 그는 신체성과 수행성, 물성 강한 자신만의 독자적 화법을 얻었다.

화법이란 결국 무엇으로 필을 삼고 바탕에 어떤 형질을 세울 것인가의 문제다. 그것은 화면에 도상과 여백, 음과 양을 어떻게 나누고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준법(皴法)의 묘는 결국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자국 즉, 필(筆)로서 표출된다. 그러나 축축한 화장토 덧바른 표면에 무엇을 그리는 것은 종이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감각과 준법을 요한다. 최성재의 준(皴)은 동양화가의 어느 붓질보다 생생하고 격렬하게, 때론 더없이 고요한 기운생동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작가가 재료의 생리와 상태를 이해하고 오랜 시간 단련하여 자유자재로 물질, 나의 몸, 도구를 구사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마음과 생각이 경거망동하지 않고 평정해야 필에 미묘한 생동이 실리고 형세가 제 강약을 찾는다. 자신만의 예술 세계 나아가 삶의 진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창작자가 자신의 호흡과 정신을 조절해야하는 것은 회화나 공예나 같다. 재료에 대한 존중과 이해, 체화된 기술, 고도의 집중에 기반을 두는 공예작업의 속성 상, 보이지 않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보려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존재함을 보려하고 그것을 사물로 구현하는 공예가들의 태도는 매우 선(禪)적이고 종교적인 경험과 닮아 있다. 이는 흔히 기예나 예술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기예,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정신적 깨달음의 과정과 결부되어있음을 한 목소리로 증언하는 바와 같고, 과거 민예운동가들이 우리 미술에서 발견하고 배우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38 x 38 x 4cm, 2021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67 x 51 x 0.7cm, 2021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Porcelain, 75 x 57 x 0.5cm, 2020



3. 새로운 변격
작가는 자신의 회화를 자신의 마음을 목도하고 불러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도상을 ‘마음 풍경’으로 지칭한다. 풍경은 동서양 회화 공통 고전적 텍스트이나 그에게 풍경은 주제가 아니라 개념이다. 작가는 시시각각 유동하고 변화하는 자신의 마음을 도자예술의 다양한 언어-질감, 색채, 도상 등의 조합을 달리하여 표현해왔다. 그 결과, 화면에는 다양한 계절, 때, 날씨, 풍경, 정황 등이 감지된다. 우리 눈에 그것이 일 년 한 절기, 하루 어느 시간, 어떤 구체적 장소의 풍광처럼 보이는 것은 그저 ‘착시’에 불과할까?

이번 모리스 갤러리 전시에서 작가는 철화(鐵畵)로 색다른 마음 풍경을 그렸다. 작가가 근래 충청권에 근거를 두고 작업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의무로 시도하는 표현이지만, 그보다 우리 도자예술의 다양한 표현을 가리지 않고 자기표현으로 응용, 인종해보려는 의도가 더 크다. 계룡산 철화분청이 영남분청이나 호남분청에 비해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것처럼 그의 철물 머금은 필세에도 힘이 실리고 생동감도 한층 커졌다. 전작의 은은하고 세련된 감성과 다른 소박함과 질박미, 물성이 한층 강조된 표현이다. 작가는 재료와 방법을 바꿨지만, 여전히 체화된 필력으로 모종의 행위를 수행하고 있고 그 행위가 화면에 모종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미색 바탕에 산화철물을 안료 삼고 음각 선을 더해 그린 그림을 보니, 흡사 바다에 뜬 다도(多島)풍경처럼 들판에 홀로 바람 맞고 선 고목이나 둥근 산세처럼도 보인다. 그것은 그가 그린 다른 마음 풍경처럼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와 무관한 상도 아니다. 번조 후 흙의 표면 위에 검고 붉게 응고되고 수직으로 흘러내린 얼룩들이 전과 다른 종류의 매력적인 상황, 사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여백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을 꽉 채운 수려한 솜씨가 능사일까. 오히려 비움이 있어야 독자가 그 안에서 무엇을 탐색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이 보고 싶고 생각하는 바를 떠올려 몰입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최성재 작업의 중심은 도상이 아닌 여백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백은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공허이자 부재이나 무엇을 보려는 자에게는 물결이든, 하늘이든, 바람결이든 그 무엇이든 볼 수 있고 될 수 있는 불이(不二)적 장소다.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움으로써 모든 전체를 관할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가 항시 무엇을 그릴까보다 무엇을 얼마나 남길까 고민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최성재의 독자성은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체화시킨 그만의 필력과 감각에서 나온다. 그것으로 그린 이미지는 본디 작가의 마음에서 불러낸 것이나 그것이 독자가 어떻게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고 꿈꾸며 대상을 인식하고 재구성하는 지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데 미적 체험의 풍부함이 있다. 그러나 바라보는 이가 동시에 화면 위 비정형성과 비고정성을 지닌 모든 것들에 어떤 개념도 덧씌우지 않고 비어 있음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저 화현(化現)같아 평등해지고, 이원성(二元性)이 사라지기도 하는 화면이다. 이것은 곧 추상의 세계이며, 한국의 역사, 종교, 문화에서 오래전부터 강조했던 일수사견(一水四見)의 세계를 표현하는 일이다. 이처럼 작가는 언제나 우리 미술이 추구했던 격조와 아취, 소박함과 질박함 나아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미감을 추구하고, 그의 시선은 전통의 외양이 아닌 우리 미술이 담고 있는 정신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세운 격을 허물고 변격을 시도한다. 신작 역시 이러한 변격의 거듭 속에 있다.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Porcelain, 72 x 57 x 0.5cm, 2020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31 x 12 x 33cm, 2021







▲ 최성재, Landscape of the Heart
Buncheong, 24 x 13 x 34c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