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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국현展
 전시기간 : 2009.12.10-23
 참여작가 : 가국현(Ga Kook-Hyun)
 오 프 닝   : 2009.12.10 PM 5:00
  e-리프렛 다운로드/보기 
 


『 가국현展 』

Ga Kookhy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가국현, 가시
100.0x100.0cm, Oil on Canvas, 2009









전시작가 가국현(Ga Kookhyun)
전시일정 2009. 12. 10 ~ 2009. 12. 23
초대일시 2009. 12. 10 PM 5: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20: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다채로운 색으로 형태의 담백함을 빚어내는 연금술사, 가국현

변상형(미학전공,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우리는 흔히 구상화와 추상화의 차이를 결정하는 기준을 구체적 형태의 유무에 따라 손쉽게 가늠하곤 한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볼 수 있으면 구상작품이고 뭘 그렸는지 도통 알 수 없으면 추상작품으로 판단해버리면 마음 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상작가라는 타이틀로 분류하기를 서슴치 않았던 가국현 작가의 그림을 앞에 놓고 그러한 판단기준으로 마음 편하게 바라보기에는 뭔가 불편함이 고개를 든다. 과연 여전히 구상화라는 잣대를 가국현 작가의 작품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인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진정한 의미에서 구상과 추상 그 사이의 경계를 확연히 나누는 일이 가능한 일인 것인지도 참으로 모호해진다.






▲ 가국현, 마중, 72.7x72.7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Good morning
100.0x60.6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섬, 53.0x45.5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세번째 봄
60.6x60.6cm, Oil on Canvas, 2009




현대는 눈에 보이는 사실적인 것을 온전히 받아들여 진리로 여기기에는 너무 복잡다단해진 것 같다. 또한 현대의 미학자 유이스망(D. Huisman)은 완전한 사실적 묘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주체가 말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이미 한 바 있다. 미술사적으로 보아도 사실주의적 방법론의 완성과 함께 달려온 역사가 극히 허구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객관적 물상에 대해 인식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나아가서 객관적 표현 가능함에 대한 물음들이 두서없이 일어나고 고개를 내미는 사이사이에 객관적인 판단이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환경에 따라 주조되는 각자의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짐에 따라 더 이상 보편적 진리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선명하게 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가국현 작가의 노트를 읽다보면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작가의 그림 안에 존재하는 화초들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흔한 존재의 파편에 불과하지만 곧 작가의 부지런한 손짓에 예쁘고 다정다감한 정물적인 존재로 재탄생되어 더 이상 평범하기만 한 화초들로 여겨지지 아니한다. 작고 소소하지만 무척이나 인상적인 표정들을 지닌 화려함으로 다시 태어난 그들은 엄격한 절제를 통해 강한 단호함도 풍긴다. 화면 안에서 너울거리며 부드럽게 묘사되고 있는 이미지들이기도 하면서 한 편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무엇일까? 직관적으로 포착된 물상의 깊은 심상적 흔적들로 남겨진 이미지들은 구체적인 묘사가 억제되어 있고, 대부분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몇 가지 안 되는 색으로 배색을 마친 묘하게 화려한 색면(色面)들은 아주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견고한 단단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최소한의 형태들로 환원되어 있는 원이나 타원 그리고 사각형의 조형성이 주는 단순한 간결성에서 전해오는 인상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 꽤나 구체적 형상을 띠고 있을 것 같은 색들의 구획과 형태들은 최소한의 형상만을 남긴 채 사실성을 화면 밖으로 이미 몰아내 버렸다. 화면은 이제 현실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형태와 속성만이 남아 있다. 그의 작품은 이제 더 이상 구상이라는 라벨을 붙일 수 없다. 그렇게 굳이 분류하려는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사물들이 실재라는 사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현실의 사물은 그의 사각 틀 안에서 더 이상 옛 존재로서의 이름과 형상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존재의 순수한 형상만을 남기고 싶어 하는 뜨거운 열망이 폭발한 이후 점차로 냉정하고 치밀한 이성으로 구획되어가는 화면은 일면 차겁기까지 하다. 이제 가국현 작가에게 현실의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다. 한 때 꽃이라 사람들이 말하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가 선취하고 재현하는 꽃은 원이라는 선과 면의 완벽한 형상을 색으로 피워내는 덩어리일 뿐이다. 여기엔 꽃이 가졌던 아름다움의 본질만이 꿈틀댄다.

한 때 인물과 풍경을 주로 그리다가 어느 사이엔가 작은 정물들을 즐겨 그리고 있다는 작가에게 풍경 속 많은 대상들을 통한 화면 구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물상을 통해서도 자신이 담아내고자하는 형상의 모든 형태를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시도하고자 하는 세계는 다양한 물상들의 복잡한 구도 속에서는 명료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작가의 직관에 포착된 세계는 양적 개념이 아닌 질적 개념이며, 화폭 가득 하나의 사물을 형태적으로 확장하려 한다 해도 구체적 형태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는 태도는 완전한 추상으로 걸음을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구상을 통한 추상의 결과를 놓치지 않으려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실적 물상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보이는 데로가 아닌 작가 자신이 본 것을 놓치지 않고 재구성해 내고 있는 가국현만의 세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화폭에는 구상과 추상이 이미 하나의 길에서 만나 사이좋은 친구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다.

작가노트에서 가국현은 한 편으로 이렇게 쓰고 있다. “비워둘 일이다... 점차 단순화시켜 빈 공간을 넓게 둠으로써 대상과 여백만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한다. 빈공간이 커질 수 록 대상은 점점 기다렸던 님처럼 애틋하다....” 작가 가국현의 여백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다. 이미 가득 채워져 있는 치밀한 공간인 것이다. 사실로서의 배경적 의미를 벗어나 화면 속 대상 이미지와 긴밀한 관계망을 이루며 조응하고 있는 여백은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주요 사물만큼 그 존재감이 확장되어 온다. 이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여백의 존재감을 확실히 인식하게끔 의도하는 그 내밀한 화면 공법의 실험성은 작가 가국현에게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극점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평생 그림만 그려왔다고 한다. 그에게 ‘그린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그는 색에 집착해 왔다. 작업실 한편에는 색상환표가 붙어있었다. 작가로서 경험되어지는 색의 한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미 검증된 색의 세계를 화면에 배치하는 일은 사실 그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유독 유화물감만을 고집해왔다는 작가 가국현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 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끊임없이 색에 대한 효과와 방법론을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유화물감과 아크릴물감이 가진 물성을 비교하고, 화면에 바른 물감을 거두어 내고 나이프로 긁어보기도 하고 찍어도 보고 이제는 천을 붙여보고도 있다는 그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가 보내야 했던 긴 실험의 시간들을 아크릴물감은 견디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숙성되듯 색감의 깊이가 우러나오는 잠재성을 지닌 유화물감을 지금도 그가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와 물감은 무한한 잠재성 안에서 서로를 탐색하며 서로의 시간을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 끈기 있는 도전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의 농익은 색감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색의 설계도로 화면을 구성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비로소 독특한 색이 빚어낸 향미를 풍기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가 풀어내고 있는 색 맛의 감각적인 향연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은 색의 화려한 눈 맛을 그저 즐길 일이다.






▲ 가국현, 속삭임
38.0x38.0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시간의 향기
60.6x60.6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열애
100.0x60.0cm, Oil on Canvas, 2009







▲ 가국현, 청안
91.0x72.7cm, Oil on Canvas, 2009




작가 가국현 앞에 붙어 있었던 구상작가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필요할 것인가? 이는 작가 가국현의 그림 앞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아닐 듯싶다. 담백한 구도에 간결한 형태를 이루어내는 색은 명쾌한 화면을 이루어내는데 이는 색의 연금술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경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화폭 안은 어떤 내용과 형식의 갈등이나 주저함 그리고 모순도 없어 보인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순수한 조형성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는 비결이다. 타고난 장인적 감각과 오랜 숙련이 만들어내는 화면의 안정감과 열정이 품어내는 에너지는 오늘날 많은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느껴야했던 많은 번민들로부터 감상자를 해방시켜준다. 색을 통한 새로운 정신적 환기는 감각적 즐거움까지 선사해준다. 현상적이거나 구체성을 벗어남으로써 가국현은 이제 색과 형태에 관한 원형질적 탐구세계에 살게 되었다. 구상과 추상이 본질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어내는 형상의 효과를 통해서 도달되는 작가의 세계는 이미 고차원적인 조형 관념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작업세계에 관한 철저한 고민과 그 구현이 감상대중의 많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 가국현은 행복한 예술가이다. 앞으로도 그가 끊임없이 우리 앞에 던져 줄 형과 색의 원숙한 조우가 줄 기쁨을 미리 떠올리는 것도 또한 행복한 일이다. 다채로운 색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담백함은 그의 그림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내밀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실내악단 같다. 지금 그 자연스러운 색의 조화로움을 연주하는 가국현의 붓끝에는 소박한 화려함이 춤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