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인(모리스갤러리 큐레이터)

예술가의 임무는 무엇인가. 강자의 손을 잡아주는 편파적인 사회에 반항하며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인가, 인간다움이 퇴색되어가는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자연 속에서 은둔하며 침묵으로 작업에 일관하는 것인가, 현실이 모순투성이일지라도 타인을 향한 소통의 통로로서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내는 것인가?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65x53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0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135x76cm, Oil on Canvas, 2009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65x53cm, Oil on Canvas, 2010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90x73cm, Oil on Canvas, 2010

예술을 창조하는 일은 단연 예술가가 홀로 싸워 나가야하는 삶의 미개척지이자 기약 없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다.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하는 예술가의 운명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예술가, 대중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기하학적인 심벌들, 단순하지만 강렬한 원색의 배치를 통해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정장직 작가. 그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욕망이며, 그의 예술가적 의무가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정장직 작가의 작품은 활력이 넘쳐흐르며, 보는 이들에게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그는 사람의 얼굴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압축파일'이라며, 작품을 통하여 보는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즐거움을 주는 얼굴 모양을 개발했다고 한다. 입체작업,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계통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유교의 경전 중 하나인《주역(周易)》에서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는 8괘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안화된 인물의 얼굴을 탄생시켰다.

그가 그려낸 독창적인 얼굴들은 피카소가 영감을 얻었던 아프리카 흑인 조각을 연상시키는데,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평화, 공존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프리카 미술을 떠올려볼 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푸른 숨결을 지닌 고귀한 대지와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을 담아내고 있는 아프리카 미술처럼, 바라봄 자체로 동화되어버릴 것 같은 자연의 색을 대담히 그려내는 정장직 작가는 작품이 카타르시스적인 역할, 즉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65x53cm, Oil on Canvas, 2010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130x130cm, Oil on Canvas, 2009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픽토그램
77x77cm, Oil on Canvas, 2010

▲ 정장직, 행운을 부르는 빛
40x40x95cm, 2010

대중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을 꿈꾸는 작가. 그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는 각각의 유쾌한 얼굴들은 우리로 하여금 희망의 기쁨과 소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문득,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며 한 권의 책이다.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