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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향기 - 이영준展
 전시기간 : 2010. 10. 28 ~ 11. 03
 참여작가 : 이영준(Lee YoungJun)
 오 프 닝   : 
 


『 시간의 향기 - 이영준展 』

Lee Youngj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영준, 시간의 향기2
24.2x24.2cm, Oil on Canvas, 2010









전시작가 이영준(Lee Youngjun 李榮俊)
전시일정 2010. 10. 28 ~ 2010. 11. 03
초대일시 2010. 10. 28 PM 6: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이미지에 투영된 시공, 공명하는 존재로서의 이미지
- 작가 이영준의 근작을 중심으로

홍경한(미술평론가)


1. 물리적 관점에서 현존성에 뿌리를 둔 인간이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사가 일방통행 식 진행형으로만 존재하는 순연의 법칙,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 오름에 따른 내림이라는 순차적 섭리를 거스르는 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시간여행’은 단지 이상일 뿐이다. 특히 모든 질량에는 그에 합당한 에너지가 존재하고 물체가 운동 에너지를 얻으면 질량이 증가하며, 따라서 시간을 이동할 만큼의 질량을 움직이기 위해선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과학적 이론만 봐도 그것은 이뤄질 수 없는 몽상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현재로선 그렇다.

하지만 지적인 체계를 지닌 인간은 오랜 시간 끊임없이 넘볼 수 없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켜 왔다. 견고하게 직조된 현실의 거푸집을 이탈해 다양한 물리적 포박(捕縛)으로부터 해방되려 애썼고, 그것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마저 주저하지 않았다. 그 근간(根幹)이 된 것이 바로 상상과 사유, 관념이었다.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 가장 앞서 고개를 내민 것은 언제나 예술가들이었다. 그곳에서 예술가들은 시간이나 공간, 현실과 초현실의 구애를 받지 않은 채 시공의 터널을 종횡무진 넘나들었다. 미래를 선회하고 과거로 돌아가 삶의 일부를 재생하곤 했으며, 역사를 녹여 내고 현세를 대입하며 아직 보지 못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궁극과 기억의 단층을 횡단하곤 했다. 이처럼 예술가들에게 있어 시공이란 극복 불가능한 대상이 아닌, 과거를 어미로 한 현재의 시원이며 그들의 예술작품들은 미래를 담보하는 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 이영준, 시간의 향기1
72.7x40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5
31.8x31.8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6
31.8x31.8cm, Oil on Canvas, 2010




2. 예술가들은 실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상상(想像)과, 구성 • 판단 • 추리 따위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이성 작용인 사유(思惟)에 누구보다 심도 있게 탐닉했고, 사유가 사람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표상 • 개념 또는 의식내용을 가리키는 관념(觀念)과 교배할 때 어떤 현상이 더 이상 실제적 경험에 국한되는 것을 배척하도록 만든다는 점을 인지했다. 여기서 잉태된 알고리즘(algorithm)이 시간의 축적과 문명의 힘을 받을 경우 인간의 욕망을 구체화시키는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는 결국 예술가들의 상상과 사유, 관념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세계를 켜는 스위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목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영준의 작업 역시 동일한 궤를 그린다.

작가 이영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화두(畵頭)는 ‘시간여행(Time travel)’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시간에 대한 탐미이며 상징을 축으로 타인의 기억을 흡수하면서 울리는 회상의 공명(resonance)이다. 현세(現世)를 기반으로 한 존재성에 대한 자문이며, 청동기, 고대 신라, 백제, 조선 등의 시대를 오가고 현실과 종교를 직렬 및 병렬식으로 타고 넘으면서 근원의 기억들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해 되레 현존성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여정(旅程)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여행(Time travel)’이라는 명확한 주제의식 아래 펼쳐지는 이 여정은 이미지의 징검다리라는 프로세스를 거치며 완성된다. 그 이미지들은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주제와 조형성 사이의 결합을 더욱 밀착시키는 요인이면서, 또한 그의 작품이 다른 무엇과는 또 다른 개성적 요소로 부족함이 없는 증좌(證左)로 남는다. 물론 이 증좌들은 공명을 완성하는 분자이고, 하나하나가 다른 세계로 통하는 개별적인 문(門)이자 브리지(bridge)가 된다. 이어 그 모든 것들은 흥미롭게도 타자의 동참을 이끄는 자연스러운 나침반이 된다.






▲ 이영준, 시간의 향기7
24.2x24.2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10
72.7x40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11
45.5x45.5cm, Oil on Canvas, 2010




3. 그가 그려가는 도상들은 형식면에서 다분히 현실을 직접적이고 진실하게 제시하는 리얼리즘(realism)에 입각해 있으면서도 초현실(sur-real)과 맞닿아 있다. 이 접점(接點)은 포괄적으론 시간과 공간에 작게 뚫린 일종의 웜홀(wormhole)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층위를 달리하는 시공간과 동일 시공을 잇는 좁은 통로로 '시간여행자'들이 다가설 수로 있도록 돕는 기능을 맡고 있는 셈이다. 통로에 이르면 우린 '시간여행자'를 실어 나르는 명료한 수단과 만날 수 있다. 그건 바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인 '증기기관차'이다. 이영준의 그림 속 '증기기관차'는 시간여행의 시각적 매개체이자 동시에 심행의 구동체(驅動體)이다. 이것은 의미론적으로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초현실이라는 두 차원을 연결 짓는 실질적 고리이며, 현재라는 줄기와 과거라는 뿌리를 꿰는 기둥과 같다. 그리고 기 언급한 이미지들, 다시 말해 그의 작품에 오버랩 된 채 질서 있게 등장하는 다양한 토기와 청동기, 석탑, 훈민정음, 목어, 새, 나비와 같은 이미지들은 그 뿌리와 줄기 위에서 자라난 잎사귀와 같다. 증기기관차는 이들을 레일(rail) 삼아 다른 차원의 시공을 달리는 실용으로써의 기관차로 존재한다. 그러나 개념상 이 기관차는 작품 전반의 서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영준 자아의 조타(操舵)로 존립(存立)한다. 우리가 물리적으론 다가설 수 없는 시공으로 인도하는 초월적 성격을 지닌 관조적 매개물임에 틀림없지만, 작가가 새로 쓰는 역사, 신화의 세계에 동승해 무한한 상상의 유희를 고찰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환된 아이콘(icon)이라 해도 그르지 않다는 것이다.






▲ 이영준, 시간의 향기12
45.5x45.5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14
116.8x72.7cm, Oil on Canvas, 2010







▲ 이영준, 시간의 향기15
116.8x72.7cm, Oil on Canvas, 2010




4. <코렐라인-비밀의 문>이나 <나니아 연대기>에서처럼 상상의 씬(scene)을 연결해 과거 혹은 미래가 현재와 맞닿게 했던 영화들을 봐도 그렇고, 안드레아 포초(Andrea Pozzo)의 공상화나, 보다 넓게 충동적이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서정적인 카프리치오(capriccio) 경향의 회화들을 보면 역대 예술가들의 관심이 작금의 반영을 넘어 어디로 지향해 왔는지 읽을 수 있다. 또한 이성을 초월한 ‘우연적 사고의 진술(truth of an accidental thinking)’을 알레고리(allegory)와 심벌(symbol)로 담았던 시적인 이미지스트 마그리트(Rene Magritte)와 같은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에서 역시 그들이 어떻게 관념과 상상을 단순히 머릿속에 가둬두지 않고 현실적으로 치환시키려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목적(종교적 맥락, 미술사적 맥락, 현실적 맥락 등)이 달랐을 뿐 인간의 사고(思考)는 오늘이라는 규정에 제한적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영준의 작업도 동일한 맥락을 유지하고 있음을 눈치 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물의 전치(轉置)’, '낯선 만남을 통한 새로운 구성' 등에서 유사함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강렬하게 찌르는 듯한 푼크툼(Punctum)과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화자 중심의 서술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작가의 시선자체이며 자아가 투영된 기관차를 통해 스스로 시간여행자들을 이끌고, 자신만의 무대 위에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함으로써 미장센(Mise-en-Scene)이 강하다는 점에서도 구분의 이유는 명확해진다. 작가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캔버스를 하나의 타임슬립(Time slip)의 장소로 지정해 그 장소에서 잊혀 가는 것, 이어가는 것, 이어가야할 것 등을 되돌아 시간과 공간을 조절하고 오가며 소통해 왔다. 그곳에서 새로운 이미지들을 거둬 올렸으며 그 표상(또는 재현)으로서의 이미지가 지닌 특성과 그 범주에 있던 의미, 시대성을 자신의 작업 화두로 끌어 들였다. 그리고 우린 그의 이러한 다층적 의도가 내재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영준 개인이 만들어낸 역사와 신화를 대입시키는 은유적 공간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선사시대 고인돌에서부터 고신라시대(古新羅時代 )고배(高杯) 모양의 뿔잔받침, 신라말 동화사 금당암 서3층 석탑, 백제의 궁리 5층 석탑, 조선시대 상감모란문취 철사병(粉靑沙器 象嵌牡丹文吹 鐵砂甁) 등은 물론 시대적 상황을 들여다보게끔 하는 훈민정음에 이르기까지 조상의 지혜와 손때가 묻은 유과 흔적을 통한 한 예술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흡입할 수 있는 지점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그가 선택한 유물과 특유의 문양, 색감, 배열적인 이미지들로 사유의 기념비들을 새롭게 창출하거나 시대를 고찰하고 그림으로 채록하며 시간의 행로를 걷는 조타수가 된 작가의 존재성(물화된 기관차 등)에 대한 개인적인 자문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이것이 우리가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의 정체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들이 그의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