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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예찬 - 손민광展
 전시기간 : 2010.11.18 ~ 11.24
 참여작가 : 손민광(Son MinKwang)
 오 프 닝   : 2010.11.18 PM 6:00
 


『 상상예찬 - 손민광展 』

Son Minkwang Solo Exhibition :: Painting











▲ 손민광, A star
Mixed Media, 72.7x91cm, 2010









전시작가 손민광(Son Minkwang)
전시일정 2010. 11. 18 ~ 2010. 11. 24
초대일시 2010. 11. 18 PM 6: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순간의 지연, 박재된 시간을 담다
- 작가 손민광의 근작 <상상예찬> 연작을 중심으로

홍경한(미술평론가,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1. 도시의 야경은 때론 아름답지만 때론 을씨년스럽게 다가온다.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점점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여운이 다가설 땐 곱기 그지없는 반면 그와 상반된 경우엔 비교적 눅눅한 감정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일정한 대상에 자신의 마음상태를 투영하려는 본능적 작용에 의한 결과로, 그것에서 반추되는 상과 그로인한 느낌 등이 심상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변화를 맞게 된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야경, 그중 도시야경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표현될까. 그림이 일러주듯 작가 손민광 근작들의 주요 모티프는 도시야경이다. 어둠 속에서 제 몸을 불사르는 빛이 아려하게 촘촘히 놓여 있고 실체에 접근해 핵심만 간추린 듯한 파노라마 형식의 밤풍경이다. 그것은 대개 기구를 타고 높이 올라 내려다본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어 발 떨어져서 보면 매우 실체적으로 다가서기에 흡사 사진 같은 여운마저 던진다.

그러나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 중심에 놓인 도시나, 그 도시가 이제 막 동트기 전의 푸르스름한, 혹은 연무가 드리운 대기와 순환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사실성은 희석된다. 다소 몽환적이며 비현실적인 체감까지 전달한다. 특히 작품 처럼 비교적 강렬한 색감이 주조를 이룬 작품들에선 그러한 꿈이나 환상과 같은 느낌들은 더욱 짙게 배어 나온다. 더구나 다양한 동물을 상징 언어로 치환한 작품들에선 다소 판타지적 요소까지 읽게 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들은 언뜻 감성적 리얼리즘, 매직리얼리즘의 한 형식으로 다가온다.






▲ 손민광, A dolphin
Mixed Media, 91x116.7cm, 2010







▲ 손민광, A jellyfish
Mixed Media, 72.7x91cm, 2010







▲ 손민광, A razorback
Mixed Media, 72.7x91cm, 2010







▲ 손민광, A seaturtle
Mixed Media, 72.7X91cm, 2010




2. 작가 손민광의 <상상예찬>은 타자의 시선을 흡수한다. 화면 전반부에서부터 캔버스 끝자락에 이르는 도상의 배열은 철저한 투시법에 의해 보는 이들을 마치 홀로그램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에 젖게 하고, 캔버스에서 자유롭게 풀어지거나 뭉치는 여러 이미지들은 작가의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표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작가의 관념에 따라 재구성 된 도시의 이미지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실제적 도상들을 포박하며 가상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인상’은 일차적으로 회화라는 물질적 배경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에 무게를 두게끔 유도한다. 이차적으론 공감각적 상황의 도래는 물론 타자들에게 자발적 모순을 밟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은 작가가 담으려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미지 간 시간적 상호성 및 일관성, 지속성에 있다. 일단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일종의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인 시뮬라크르(simulacre)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시의 야경을 주제로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상상과 손에 의해 복제를 거친 것이며 이미지가 얹히고 덧칠되면서 원본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도시’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할 따름이다. 여기에 하나의 기호로 작용하는 다양한 동물들, 다시 말해 고래가 유영하고 물고기, 문어를 비롯한 별자리까지 화면 위에서 똬리를 튼 채 도시의 규모를 지정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대상의 외면적 진실과 거리를 두게 한다. 따라서 손민광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서술적 의미를 규정할 뿐, 습관적으로 다가섰던 실제 대상에 대한 작가 자신의 시각과, 고정되게 받아들였던 자각의 범위를 상상을 디딤돌로 한 이탈의 시도로 이해하는 게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드러내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선 어쩌면 그가 기술한 작업노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산 능선과 여러 건축물에서 나오는 불빛들의 조합 속에서 나는 별, 고래, 페가수스 등의 형상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은 점차 머릿속에서 상상의, 가상의 풍경을 만들게 했고, 진행된 (나의)모든 작업들은 현실에 있지 않은 가상으로서, 개인적 사고에 입각한 이미지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상의 고리를 통과한 가상과 개인적 사고라는 문장이다. ‘가상’과 ‘개인적인 사고’라는 표현은 인간의 오묘하고 복잡한 심리만큼이나 다양한 유추를 가능케 하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시공의 문제일 수도 있고 무언가에 대한 감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는 특별한, 특정한 대상에 관한 유무형의 느낌자체를 말하는 것이라 해도 틀린 판단은 아닐 것이다. 허나 필자가 보기에 그가 언급한 ‘가상’과 ‘개인적인 사고’에 담긴 참 뜻은 현재를 기반으로 한 지향성, 오늘을 바탕으로 한 거시적 사유와 순간적 지연을 염원하는 대리적 언어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추론은 그가 <상상예찬> 연작 이전에 작업했던 <불꽃놀이(Fireworks display)>시리즈에서 어느 정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관계성을 부정할 수 없는 작업이기에 그렇다.

손민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꽃놀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그는 작업실 인근에서 벌어지던 화려한 불꽃놀이를 접하며 가슴속에 담겨 있던 답답함, 근심과 걱정 등에 억눌려 살고 있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청각과 시각을 포괄하는 그것은 ‘놀이’ 자체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 속엔 실존의 허구성, 존재의 의미에 관한 화두도 이입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매개이기도 했다. 그는 공중에서 아름답게 분산되는 불꽃을 접하며 어떤 색깔도 불꽃의 빛깔에 비할 수 없다는 조형요소를 발견했고, 황홀한 반면 이내 허무하게 사그라지는 모습에서 생성과 소멸의 수순을 읽어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우리네 인간사와 하등 다를 게 없는 것이었으며 반면 지속성을 유지시키려는 인간 본연의 속성, 소급해 내적 자아와도 닮아 있는 것이었다. 이에 작가는 그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시간과 감정들을 꼼꼼하게 기록하려 했다. 그 당시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화면에 투영시키려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불꽃놀이> 작품들이었으며 그 과정은 곧 채록의 여정이었다. 결국 <불꽃놀이>시리즈는 작가에게 당면한 현실적인 것들을 불꽃의 외내형으로 끌어와 상징 삼되, 그 짧고 강렬한 찰나를 회화적으로 변환시켜 화면 속에서라도 지연시키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손민광, 불꽃놀이
Mixed Media, 53.0x45.5cm, 2009







▲ 손민광, A stingray
Mixed Media, 72.7x91cm, 2010







▲ 손민광, Pegasus
Mixed Media, 72.7x91cm, 2010







▲ 손민광, 불꽃놀이
Mixed Media, 45.5x53.0cm, 2009




3. <불꽃놀이> 연작과 <상상예찬> 시리즈는 결국 하나의 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지만 수 초간 머물다 사라지는 불꽃이나 점멸을 거듭하는 야경의 불빛이나 개념상 같은 범주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불꽃의 화려함이나 눈부시게 화사한 불빛의 영롱함이 동일한 표정 아래 동질의 여울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점도 궤를 함께하는 이유로 남는다. 특히 눈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고찰 역시 그의 두 연작에서 일관되게 엿보인다. 단순한 붓질이 아니라 검은 배경 위에 수없이 많고 작게 자른 형형색색 라벨용지들을 조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꽃놀이> 연작과 <상상예찬> 시리즈는 같은 선상에 놓인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라벨 용지 조각을 붙이는 작업을 두고 하나의 ‘형상 놀이’라며 ‘불꽃놀이’와의 연관성을 배척하지 않는다. 노동집약적인 프로세스를 즐기는 방식에서도 이 둘은 흡사한 셈이다. 그렇다고 <불꽃놀이> 연작과 <상상예찬> 시리즈 간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불꽃놀이>는 본 것을 시각화한 것인 반면 <상상예찬>은 알고 있는 것을 담은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더불어 <불꽃놀이>와는 달리 <상상예찬>에선 자신의 눈과 정신을 점차 객관화 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이어가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변별력은 가중된다.

실제로 남다른 시간을 요하는 그의 라벨용지작업들은 도시의 건물들을 구성하는 거푸집이 되고 이상적인 페가수스나 작가가 연상한 형상들을 공간으로 유입해 구체적인 의미를 저당 잡힌 불빛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거대한 도시야경을 형성하고, 도시야경은 작가만의 기억들과 욕망, 화석화된 시간을 차곡차곡 저장시키는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이는 과거완 달리 외적인 것에 비례해 내적인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지향성을 감지케 한다. 특히 작은 라벨용지들이 조합되어 일궈내는 시각미와 메타포 역시 더욱 정리되어 드러나고 있다는 점, 나아가 주제의식이 갈수록 명료해지고 있다는 점도 오늘날 그의 작업들과 이전 작업들이 지닌 명징한 차이이자 내일을 향한 자의적 타의적 조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다. 일예로 아직은 완연한 세련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고, 사고와 상상력에 비한 드러남이 그것을 따르지 않고 있다. 완전히 비우지 못한 서술에 관한 욕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상예찬> 시리즈엔 반복적이고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업의 과정을 넘어 일탈과 확장된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일상적인 현상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결과에 만족하지 않은 채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고 일일이 기록하면서 진일보하려는 진지한 작가적 자세야말로 향후 그의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말하는 근거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