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좌빈 작가의 작품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물을 중심에 배치시키고 배경을 흐리게 하여 집중도를 높여주어 평범한 일상적 소재들이 작품 속에서는 재조명되어 특별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소소한 작품 스타일은 거추장스럽지 않아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며 옛 추억을 연상케 하는 소재들로 인해 특별한 설명 없이도 관람객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유도작용을 한다. 전좌빈 작가는 작가 개인의 지난 날의 추억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 양상으로 추억의 파편들을 기억해 내며 자신만의 색을 덧입혀 작품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작가 개인의 추억 속 소재들은 나무, 막걸리, 연탄, 눈사람 등과 같은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일상적인 사물이나 풍경들로 작가 개인의 추억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추억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이나 지난 날의 기억을 회상하게끔 한다.

▲ 전좌빈, 달빛냄새나무
45.5x38cm, Oil on Canvas, 2010

▲ 전좌빈, 돌순
36.4x27.3cm, 콘테, 파스텔, 2010

▲ 전좌빈, 바다돌고래토끼
34.6x24.6cm, Oil on Canvas, 2010

유화로 작업되는 작품은 투박하면서도 예리한 붓 터치가 눈에 띈다. ‘개버들’이라는 작품은 차가운 색상과 날렵한 붓 터치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보고 옛 기억을 추억하면서 감상해도 좋지만 각 작품들에 담겨 있는 작가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숙지하고 감상하면 더 좋을듯하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개버들’이라는 작품은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개버들나무를 그린 것으로 개버들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바탕이 되고 있다. 작가의 고향인 충북 청원 검바윗골에는 개버들나무가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농지정리로 인해 그 수가 매우 적어졌다고 한다. 잔뿌리가 많고 길게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인 개버들나무는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 주어 주로 흐르는 물이 인접한 땅 위에 심어졌으며 그 나무 밑에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옛부터 목재로 많이 쓰인 개버들나무는 특히 도마로 많이 쓰였는데 견고하고 딱딱하지만 물에 젖으면 칼로 썰어도 스펀지처럼 칼자국이 생겼다가도 다시 원상복구 되며 자체 향균 작용이 가능하여 잘 썩지도 아니한다. 자연환경이나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이로운 개버들나무는 전좌빈 작가의 소소한 기억들 중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전좌빈 작가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 어릴 적에 산토끼, 두더지, 고슴도치와 같은 야생에서 데려 온 동물들을 많이 키웠는데 이러한 어린시절 환경이 바탕이 되어 작품의 소재로 자주 쓰이게 되었다. 특히 풍산개를 그린 ‘돌순’이라는 작품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이 짙게 베여 있다. 풍산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데 전좌빈 작가는 이사를 하면서 부득이하게 고향집에 돌순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돌순은 주인을 그리워하며 끼니를 계속 거르다가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그는 돌순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이 밖에도 ‘언덕집’이라는 작품은 학창시절 살았던 집의 모습을 기억해 내어 그린 작품이다.

▲ 전좌빈, 언덕집
45.5x53cm, Oil on Canvas, 2010

▲ 전좌빈, 막걸리
53x45.5cm, Oil on Canvas, 2010

▲ 전좌빈, 삽-살이
72.7x60.6cm, Oil on Canvas, 2010

모든 작품에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개인에 관한 것이든 사회에 관한 것이든 작품을 그린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가들의 작품 중에는 간혹 어려운 의미를 내포한 작품들도 있지만 전좌빈 작가같이 개인적인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다룸으로써 친근감을 자아내는 작품들도 있다. 무덤덤 한 듯 섬세한 감성으로 추억의 파편을 담아내는 전좌빈 작가의 작품을 보며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