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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용展
 전시기간 : 2011.01.06 - 19
 참여작가 : 박수용(Park SooYong)
 오 프 닝   : 2011.01.06 PM 6:00
 


『 박수용展 』

Park Sooyong Solo Exhibition :: Sculpture











▲ 박수용, Terra 1
84x44x25cm, Bronze, 2010









전시작가 박수용(Park Sooyong)
전시일정 2011. 01. 06 ~ 2011. 01. 19
초대일시 2011. 01. 06 PM 6: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절제에서 표현으로의 변곡점에서

김준기(미술평론가)


박수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언어를 구사한다. 명쾌하게 본질을 꿰뚫는 단순한 형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감각적인 언어. 꾸미지 않고 말하기란 자칫하면 무뚝뚝하고 건조한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 명료한 언어 속에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 박수용 작업의 매력이다. 집약의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행위는 장기간의 체험과 명상을 쌓은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정작 작업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손의 속도와도 연관이 깊다. 박수용은 매우 감각적인 손으로 자신의 사유와 감성을 시각화 해왔다. 특히 오랫동안 해온 돌조각에서 그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왔다. 근간 그의 작업이 돌연 빨라졌다. 돌이 아니라 흙을 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간의 느낌 포착을 실현할 수 있는 그의 빠른 손 덕분이다.






▲ 박수용, Sogno 1
27x17x72cm, Bronze, 2009







▲ 박수용, Sogno 2
35x21x46cm, Bronze, 2009







▲ 박수용, Terra 3
70x46x40cm, Bronze, 2010







▲ 박수용, Piano 1
121x337cm, Bronze, 2010




이번 신작들은 석조가 아닌 브론즈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업 방식이 조각에서 소조로 바뀌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간명한 메시지를 함축적인 언어로 담아냈던 석조작업의 분위기가 소조작업에서도 여지없이 담겨있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연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입체조형의 대지 작업 <테라, Terra> 연작들이 그렇듯이 인간 연작이나 부조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소뇨, Sogno> 연작도 그렇고, 부조 작업들로 다양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피아노, Piano> 연작 모두 박수용 특유의 감각이 살아있다. 특히 부조 작업들에는 잔잔하고 느린 선율이 흐르는 명상적 감성이 잘 담겨있다. 당나귀와 인간, 여인과 고양이 등이 등장하는 이 연작들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부분적으로 단절과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평면회화는 대지와 같이 경계가 없는 연속의 장면을 프레임 안에 가두어 그 표현의 대상을 한정하곤 한다. 그러나 입체조형 작업에서는 주로 인체와 같이 단일하게 형상의 전체를 재현할 수 있는 대상이나 소재를 다룬다. 따라서 입체조형 작업으로 대지를 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막막한 일이다. 사각의 프레임이 있는 평면회화라면 몰라도 삼차원의 입방체로서 대지의 형상과 기운을 담아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수용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 생명을 품은 촉촉한 대지의 깊이를 심플한 형상의 타원형 입방체로 압축했다. < 테라, Terra> 연작은 어머니 대지의 너른 품을 담고 있다. 박수용은 커다란 타원형으로 대지를 품었다. 대지는 생태자연의 넓이를 대변하는 커다란 그릇이다. 어머니 대지의 부드러운 힘을 가장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사의 그 어떠한 번잡함도 이 대지의 너른 품 안에서는 모두 다 부질없는 일로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박수용은 둥그런 타원 위에 작고 여린 존재들을 올려놓음으로써 그가 인간사의 여러 상황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대지 위에는 나무와 사슴이 있고, 연과 고양이가 있다. 그 너른 대지 위를 달리는 말이 있고, 배와 새가 어우러져 있으며, 대나무와 사람이 함께 있다. 순수의 세계를 표상하는 연은 바람을 타고 대지 위를 유영한다. 그 연의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고양이의 마음에는 고독과 갈등, 욕망 등이 가득 담겨있다. 다가설 수 없고 소유할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의 이상을 향해 흘깃 눈길을 주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는 작가 자신 또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다.

10년 가까이 살아온 충남 공주의 산중턱은 그에게 더욱 깊고 넓게 생태자연의 너른 품을 알려주었다. 계룡산 줄기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실은 이른바 용의 앞발톱 끝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풍수지리학적 시각에서도 좋은 터전이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생태자연의 품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작품세계에 몰입해 살아가는 동안 예술가 박수용에게 있어 가장 깊게 다가오는 사유와 감성은 생태자연의 울림이었다. 그것은 그의 감성에 깊이 박혀있는 유년의 기억, 가령 금강 들녘에서 자란 그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은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나 바위 같은 자연물을 만났을 때의 감동 같은 것을 들춰냈다. 생태자연과 가까이 해온 그의 삶은 진정한 자기체험을 예술적 표현으로 되살려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 대지의 생명성에 관한 박수용의 예찬은 그의 낮은 조각에서 잘 드러난다. 우뚝 솟은 남성적인 조각이 아니라 수평으로 낮게 깔리는 여성적인 조각의 가치를 잘 드러내는 작가이다. 여성성에 대한 그의 경의는 생명을 잉태한 그 무한의 가치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다. 그가 빚은 거대한 입방체 안에는 너른 호수가 있다. 그 호수에 고인 물처럼 어머니 대지는 우리의 삶을 품는다. 생태자연이 품은 생명의 가치를 추구해온 그의 작품세계는 구상과 비구상, 추상과 형상의 사이를 넘나드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생태자연이라는 절대자를 대면한 구도자나 수도승 같은 마음으로 살아온 예술가이지만, 그의 작업 태도는 외골수가 아니라 그 반대로 매우 자유분방하다. 특히 그의 신작에서 기존의 틀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뚜렷해 보인다.

그의 부조 작업들은 평면회화와 입체조형의 고민들을 한 곳에 집약한 것들이다. 그는 석조작업에 매진하는 세월 동안에도 평면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오래 전에 제작한 수십 점의 목판각 작업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조소와 회화 양쪽 모두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관심사를 표출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업에서 특히 부조가 눈에 띄는 것은 그것이 평면과 입체의 장점을 결합한 작업들이기 때문이다. 부조와 환조의 결합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평면에서 입체를 발견하는 눈. 그것이 조소를 하면서도 회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박수용의 미덕이다.

신작 부조작업들에는 이야기 거리들이 많다. 평면에 가까운 부조 작업 위에 환조의 조각을 붙여서 형식미와 서사구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사각의 프레임 속에 당나귀를 탄 인물이 있다. 완만하게 곡면을 이룬 하늘 아래서 초연하게 자연과 삶의 이치를 생각하는 듯한 이 한 컷의 장면 속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전개 없이도 풍부한 서사를 구축하는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고양이와 여인의 관계도 그렇다. 감히 다가설 수 없는 그 무엇, 즉 진리에 접근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소외상황을 담고 있다. 원반 위에 드러난 여인과 고양이 두 존재는 박수용 자신이 처한 지금의 특수한 심리적 지형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사 일반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단일한 오브제 안에서 이야기를 풀던 조각 일변도에서 탈피해서 복수의 대상들이 상호관계를 형성하며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그의 근작부조들의 특징이다.

인체의 독립이라는 점도 이번 신작들의 관심사이다. 잡다한 고민을 떨치기 위해서 인체 그 자체에만 몰입한 결과물이다. 이전의 작업에서 자연풍경 연작에 결합되어 있던 인체를 따로 독립시킨 것이 이번 신작 인체들이다. 붓을 든 화가가 일필휘지 하듯이 흙을 만지는 박수용은 단숨에 흙을 어루만져 인간의 형상을 빚었다. 인물의 표정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을 통해서 박수용의 빠른 손을 실감할 수 있다. 그가 브론즈 작품을 내놓은 것도 이번 전시의 각별한 점이다. 그로서는 20년 만에 선보이는 브론즈 작업이다. 오랫동안 석조 중심으로 작업을 지속해온 그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흙 작업을 선택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음이다. 깎아내는 일과 빚어내는 일의 차이를 차분하게 다시 돌아보았을 그의 마음과 손길을 생각해보라.






▲ 박수용, Terra 4
68x55x110cm, Bronze, 2010







▲ 박수용, Sansu 1
41x53cm, Mixed Media, 2010







▲ 박수용, Sansu 2
46x53cm, Mixed Media, 2010







▲ 박수용, Terra 5
150x110x50cm, FRP, 2010




박수용은 근작들을 통해서 덜어내고 숨기는 작업이 아니라 보태고 드러내는 작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더 보태고 드러내다 보면 서사 구성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표현방법의 확장은 서사의 확장을 매우 열렬하게 지원해준다. 특히 산수 연작에서 뚜렷하게 그 변모를 읽을 수 있다. 짙푸른 청록의 산수 아래 백색의 누드가 강렬하게 시각을 잡아 끈다. 바위 위에 선 여인의 뒤로 둥근 달이 떠있는데, 그 달이 마를린 먼로의 점이다. 이렇듯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뜻밖의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의 캔버스 작업에서 우리는 박수용의 작업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다. 조각에서 소조로, 돌에서 흙으로, 입체조형 중심에서 부조와 환조의 결합으로 변모한 그의 신작들은 박수용 작품세계의 변곡점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박수용의 작업이 절제에서 표현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