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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진展
 전시기간 : 2011-06-16 ▶ 2011-06-29
 참여작가 : 김병진(Kim Byungjin)
 오 프 닝   : 2011-06-16 AM 10:30
 


『 김병진展 』

Kim ByungJi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병진, 계룡산-2
53x33.4cm, 화선지에 수묵, 2011









전시작가 김병진(Kim ByungJin)
전시일정 2011. 06. 16 ~ 2011. 06. 29
초대일시 2011. 06. 16 AM 10:3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먹그림 그, 절제의 미학

황효순(미술사 박사)


동양에서는 먹의 느낌을 표현할 때 현(玄)으로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 글자에는 여러 뜻 가운데 ①검은빛 ②통달하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색상을 분류 할 때 검정은 무채색으로 보지만 동양에서의 먹은 모든 색을 포함한 최후의 색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통달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동양문화에서는 일찍부터 먹과 물을 풀어 종이와 조화를 이루는 수묵화가 지속적으로 발달해 왔다. 그리고 검게 그려진 그림에서 색을 보게 되는 정신성을 견지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그러나 먹에서 색을 볼 수 있는 눈은 그림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 김병진, 정물
90.9x60.6cm, 장지에 수묵-찍기, 2011







▲ 김병진, 계룡산-3
33.4x53cm, 화선지에 수묵, 2011







▲ 김병진, 부활-요나 1장
53x33.4cm, 화선지에 수묵, 2010




작가 김병진을 말하자면 우리 지역의 한국화가 중에 몇 안되는 자신의 독자적 회화 언어가 뚜렷한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다. 학창시절부터 먹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학생으로 출발하여 중년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늘 먹의 표현법에 대한 연구였다. 지금까지 지켜 본 작가의 작업은 붓과 먹의 운용으로 농담을 표현할 뿐 아니라 붓을 쓰지 않고 작품을 완성하는 기법까지 끊임없이 성찰하며 창의적인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가 시도하는 작업과정은 일필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고, 먹을 쌓고 밀어내며 반복되는 붓질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인내가 요구되는 과정들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꽃>이라 명명된 정물화는 비대칭의 자연스런 화병 속에 꽂힌 백합과 난 등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먹의 농담은 자연스럽게 살아나고 있지만 그것은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고, 먹과 종이만으로 찍고 밀어내어 완성한 작품이다. 붓의 압찰이 아니라 손가락의 압찰 정도와 먹의 농담에 의해 작품의 경향이 좌우된 그림이다. 예전의 화가들이 선이나 먹을 손가락으로 찍어 직접 지두화(指頭畵)를 그린 일은 있지만 김병진 작가는 다른 방법으로 먹의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작가가 주로 쓰는 기법으로 화면을 완전히 농묵으로 입혀 놓고 갈필의 담묵으로 그려 낸 그림으로는 <대둔산> 연작이나 <계룡산>시리즈의 배경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작가가 배경을 농묵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은 흑으로 백을 살려내고자 하는 화면의 운용에서 비롯된다. 특히 이번에 보여 주는 화선지의 고풍스런 느낌은 차를 우려 낸 물로 담채하듯 바른 것이다. 이 화면의 느낌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연상케 하며 세월의 깊이를 위해 화면의 모서리를 잘려 나간 듯 그리고 있다. 500호 대작으로 그린 선면형태의 작품<계룡산>은 바탕을 찢어 붙인 후 산의 윤곽을 남기고, 마른 붓으로 그려 낸 작업이다. 본래 부채형의 선면화들은 크기가 10호정도 인데 비해 이 작품에서는 그 크기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갈필의 선들로 준을 만들고 화면 위를 지속적으로 그어 나가면서 기존의 기법에서는 발묵의 연운으로 표현되던 구름이나 안개조차도 갈필로 조절하여 구름을 만들고 있다. <대둔산>에서 둥둥 떠다니는 구름들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붓의 압찰로 흑백을 조절하고 있다. 화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세번째 보여지는 특징으로, 개인의 신앙체험에서 오는 부활시리즈의 연작들이다. 부활시리즈 중에 <요나서 1장>을 깨알 같이 쓰고 물고기의 뱃속에 우화적으로, 사람을 보일 듯 말 듯 그려 넣고 있는 것은 개인의 신앙체험에서 오는 주제들이 일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배경을 작은 점들로 찍어내어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검정과 황금색이 이루는 부활 시리즈와 함께 숫자의 반복들은 되풀이 되는 일상에서 돌아가는 시간들의 흔적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주고 있다. <자화상>속에 나타난 작가의 특징에서도 예외는 아니며, 반복되는 숫자는 해결되지 않는 삶의 고뇌를 이야기 한다. 김병진 작가의 작품들이 전통이면서 전통이 아닌 이유는 먹을 사용하는 발상을 역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의 번짐을 무시하고 물체의 대상을 살리기 위해 농묵의 바탕을 만들고 검은 여백 안에 희거나 누런 화선지를 남기고 그 안에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선농후담법(先濃後淡法)을 취하면서도 바탕의 검은 여백은 더 이상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 김병진, 부활
72.7x50cm, 화선지에 수묵, 2011







▲ 김병진, 부활-자화상
53x33.4cm, 화선지에 수묵, 2011







▲ 김병진, 계룡산-1
50x72.7cm, 화선지에 수묵, 2011




노자의 도덕경12장에는 오색영인목맹(五色令人目盲)이요, 오음영인이롱(五音令人耳聾)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음이 지나치게 다양하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색이 지나치게 화려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것은 무엇이나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먹은 침묵의 색이지만 많은 말을 드러내지 않고도 의사가 소통될 수 있다. 그것은 절제의 미학이기도 하다. 향후, 김병진 작가의 계획은 한국화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이 프랑스이며 다음 달 출국하여 그곳에서 머물며 작업하고 전시한 후 돌아올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의 노력이 아무쪼록 큰 결실을 맺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