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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누리展
 전시기간 : 2011-07-28 ▶ 2011-08-03
 참여작가 : 최누리(Choi Noori)
 오 프 닝   : 2011-07-28 PM 6:00
 


『 최누리展 』

Choi Noori Solo Exhibition :: Painting











▲ 최누리, 꽃이 되자...
162.2x112.1cm, 장지에 채색, 2011









전시작가 최누리(Choi Noori)
전시일정 2011. 07. 28 ~ 2011. 08. 03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소울 메이트soul mate’를 찾는 물고기들

조상영(미술학 박사, 미술평론)


1

한국화를 전공한 최누리 작가는 물고기를 그린다. 물고기는 많은 무시를 당하고 사는 생명체 중 하나다. 머리가 나빠 기억력이 3초라는 둥.... 그래서 먹이를 먹고 난 다음 까먹고 또 먹다가 배 터져 죽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어항에서 튀어나와 말라죽기까지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겁이 많아 보이며 비늘이 화려하면서도 독특하게 생긴 금붕어나 열대어들을 초현실 공간에서 유영하게 만든다. 오히려 작가는 무시당하고 사는 물고기들을 극진히 표현해 줌으로써 이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듯하다. 2009년 <소통과 사색>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연 최누리 작가의 작업노트를 보면 “우리는 나 자신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이상에 대한 꿈, 어쩌면 기억에 대한 왜곡으로 뭔가 채워지지 않은 갈증과 각자 다른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금붕어를 통해 표현하게 되었다. 금붕어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유리관 안에 갇혀 있지만 그 인지초자 못하여 아무리 작은 공간속에 있어도 눈에 비춰지는 넓은 세상을 보며, 착각 속에 살아간다.”라고 쓰고 있다. 작가는 작디작은 어항에서 만족을 누리며 사는 금붕어가 마치 지친 현대인들의 삶과 동일하게 느껴졌던지 화려함 속에 묻혀 진 무덤덤한 물고기 표정을 그린 게 아닌가 싶다.






▲ 최누리, soul mate
장지에 채색, 76.6x122.2cm, 2011







▲ 최누리, -어느새 여름,-
90.9x65.1cm, 장지에 채색, 2011




2

그렇다면 아주 먼 옛날 물고기들을 그린 작품들과 그에 따른 해석들을 둘러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이유는 역사적 코드를 통한 그림읽기가 전제되어야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 형상은 고대부터 조각, 그림, 건축 등에 자주 등장해온 단골손님이다.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는 물고기를 암각화로 보여주고 있고, 어변성룡도에서의 물고기는 용이 될 수 있는 초월적 존재로 그려졌다. 민화에서 어해도는 음양화합의 부부애와 자손번창, 과거급제, 출세와 욕망이 담겨져 있다. 민화와는 반대로 선비들이 소유했던 물고기 그림들도 있는데, 이는 유유자적한 감상을 위함이기도 했다. 물고기의 숫자 역시 중요했다. 세 마리면 세 가지 여가를, 아홉 마리면 경사를 송축하는 의미로 보았다.

이와 더불어 도자기와 건축물에서도 역시 물고기가 코드화 되어 등장한다. 분청사기들 중 철화어문병에 그려진 물고기 그림, 동화사의 목어, 창경궁 후원 영화당 옆 부용지라는 네모꼴의 연못을 감싸는 화강암 축대 모퉁이에 새겨진 잉어 조각들과 김해의 수로왕릉과 신어산에 있는 은어사에서는 ‘쌍어문’이 발견되기도 한다. 종교적 관점에서도 물고기의 상징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로마 카타콤에서 발견되어 초기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된 물고기 그림은 ‘익투스’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고백으로 코드화되었고, 불교적 관점에서 불족석에 그려진 물고기는 자유와 해방을 뜻하기 때문에 부처를 인간을 낚는 존재로 해석했다. 유교에서는 물고기 떼를 보고 임금과 신하, 장수와 병사, 스승과 제자의 모습으로 상징화했고, 이집트 종교에서는 물고기를 오시리스 신의 남근으로, 흰두교에서는 구세주인 비뉴수 신으로 인식했다. 또한 12별자리 중 마지막 별자리가 물고기좌인데, 이는 겨울을 상징하면서도 신과 악마를 만날 수 있는 통로라 믿었다. 그리고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굿이나 고사 시 제물을 올릴 때 바짝 말린 북어를 사용하며, 건물의 화재를 예방하고자 단청으로 물고기를 그려 넣고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시간이 축적되면서 물고기 형상들이 갖는 의미는 인간의 욕망이나 자유, 신적고백을 드러내는 원초적 생명체로 존치되고 있는 것이다.






▲ 최누리, 여유를 찾다
60.5x73cm, 장지에 채색, 2011







▲ 최누리, 피어나
90x90cm, 장지에 채색, 2011




3

그렇다면 최누리 작가의 물고기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2011년 두 번째 개인전을 치르는 작가는 첫 개인전 당시의 물고기 보다 더욱 화려한 열대어들을 등장시켜 자신의 마스코드로 코드화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주로 넓고 탁 트인 연못이나 강, 바다에서 자유롭게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리지 않고 관상용으로 사육되는 열대어를 그리는데, 주로 구피, 진주린, 툭눈 붕어, 아로와나 등이다. 그런데 화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열대어들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꽃과 함께 있거나 우주공간, 사막, 나뭇가지 뒤편, 밤하늘 같은 곳에 둥둥 떠다닌다. 물고기가 이런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초현실이 아닐 수 없다.

작가가 표현한 물고기들 중 어떤 것은 확대되어 있지만 어떤 것들은 작게 그려져 있어서 들어나기 보다는 인기척 없이 숨어 살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은 무척 조용하다. 그러나 정중동의 움직임이 내재해 있어 긴장감을 맴돌게 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물고기의 특성상 아주 조용하고 유유히 움직이다가도 어떤 미동이라도 감지했다 치면 순간적으로 빠르게 몸을 숨기려는 본능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작가의 물고기들은 마치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배회하고 탐색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이곳이 내가 있어야할 자리인지 아닌지를 관찰하고 결정하는 듯 한 눈빛과 표정을 짓고 있다. 만약에 자신이 찾은 장소가 안전하다면 마음 편하게 알을 부화시켜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바라는 세상과의 소통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 반영이라 보여 짐과 동시에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을 암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물고기들은 멍청하지 않다. 오히려 충분한 사회능력과 함께 정치목적을 지닌 권모술수적 사고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지속할 뿐 아니라 협력하여 적을 색출하고 먹이를 잡는 관계를 지향한다. 이뿐 아니라 물고기들이 더욱 특이한 것은 '소울 메이트(soul mate, 정신적 반려자)'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누리 작가의 물고기들은 소울 메이트를 찾기 위한 공간적 배회와 조형적 사색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소울 메이트를 찾는 물고기들이 어해도에서 일반적으로 해석되는 음양화합의 부부애와 연관될 수 있겠으나, 현대의 소울 메이트란 ‘나의 다른 면을 보게 만들고, 내 삶을 새롭게 하도록 하는 정신적 반려자’로 읽혀진다. 때문에 이 열대어들은 냉정하고 비정한 사회에서 새로운 만남과 변화를 받아들이고픈 현대인의 고독한 몸짓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고독은 신경증으로 굳어지고 있다. 작가는 인간이 치유되길 원하며, 자신 역시 치유받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이 열대어들은 작가의 현실과 내면을 이어주는 메신저이면서도 화려한 비늘에 숨겨진 원초적 생명력을 초현실적 화면으로 전치시키고 있어 지치고 힘든 영혼에 쉼을 줄 수 있는 소울 메이트 찾기가 계속 진행되었으면 한다. 20대 중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누리는 가치 있는 작가로 피어나기 위해 흔들리고 젖으면서 자신의 줄기를 곧게 세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작가의 일상과 작업이 더욱 끈끈하게 연결되어 체험의 층들이 확장되고 포개져서 그로인해 엮어진 내적 필연성이 장지를 화려하게 수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