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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호展
 전시기간 : 2012-03-29 ▶ 2012-04-04
 참여작가 : 양순호(Yang Soonho)
 오 프 닝   : 
 


『 양순호展 』


Yang Soonho Solo Exhibition :: Painting







▲ 양순호, Garden 5, 53x45.5cm, Oil on Canvas, 2012






전시작가 양순호(Yang Soonho)
전시일정 2012. 03. 29 ~ 2012. 04. 04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대지와 물, 바람과 계절의 사랑을 받으며 피어난 꽃내음

조상영(미술학 박사, 평론)


그녀의 작업실은 만개한 꽃들과 식물들로 가득 찬 온실 같다. 10여 년 전 지인이 외국을 다녀오면서 선물한 꽃 그림책... 이후 꽃의 서정성이 마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같아 보여 꽃을 그리게 되었다는 양순호 작가! 꽃을 통한 다의적(多義的) 세상보기의 시발점이다.



▲ 양순호, Garden 3, 53.0x45.5, Oil on Canvas, 2011



▲ 양순호, Garden 4, 53.0x45.5, Oil on Canvas, 2011



▲ 양순호, May 2, 60.6x60.6cm, Oil on Canvas, 2011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많은 글에서 꽃을 여성으로 상징화해온지 오래다. 특히나 구약성경 중 아가서에서는 “나도 풀과 번홍꽃, 창포와 계수나무 같은 온갖 향나무, 몰약과 침향 같은 온갖 귀한 향료가 나는구나”라면서 여성을 꽃과 향나무, 향료로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우주만물 모두 엔트로피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꽃과 여인은 곱고 화사하여 고운 향을 선사하지만 금세 시들어 버리는 찰나적 존재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꽃을 주제로 한 많은 문학 작품들은 - 김춘수의 “꽃”, 김소월의 “진달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등 - 고집스런 생의 의지로부터 삶의 투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지 않은가! 양순호는 시각적 조형언어가 가질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꽃’을 여성성에 가둬두지 않고 인간 전체의 군상으로 확장시켜 의인화하고 있는데, 그녀의 꽃은 두툼한 입체감과 꽃대의 강인함보다는 방금 물을 흠뻑 먹은 기분 좋은 싱싱함과 상쾌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마치 수채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물맛의 풍부함을 유화물감으로도 선보이는 듯 하다. 유화물감을 린시드에 흠뻑 풀어 아주 가볍고 산뜻한 흔적을 남긴 후 그 위에 섬세한 선들로 절충하여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 자체가 중후하다거나 실존적이라기보다는 유한적이며 찰나적 기운이 강한 생에 단 한번 피는 꽃 같은 감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진다. 꽃은 함부로 피어나지도 않고 혼자서도 피지 못한다. 대지와 물, 바람, 계절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성장한다. 그리고 똑같은 종류의 꽃이라 해도 윤회하듯 피는 것이 아닌 늘 새롭게 피어나 자신의 색채와 향기를 짧은 시간 내뿜고 사라진다. 그래서 그녀의 꽃은 ‘대지와 물, 바람과 계절의 사랑을 받으며 피어난 꽃내음’으로 가득한 생태적 하모니가 물씬 풍기는 것이다.



▲ 양순호, May 6, 60.6x60.6cm, Oil on Canvas, 2012



▲ 양순호, Joy 2, 74x74cm, Oil on Canvas, 2012



▲ 양순호, Joy 4, 74x74cm, Oil on Canvas, 2012


자연계의 어떠한 생명체도 행함과 겪음의 사이에서 상호작용 하지 않는 것이 없다. 꽃 역시 대지와 물, 바람과 계절에 순응하며 자신의 생성과 소멸, 행함과 겪음을 의탁한다. 이로써 꽃은 생태적 순응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적 형태와 색채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복잡하고 번잡한 주변 환경을 고요하고 신선한 감상의 공간으로 이끌고 마는 것이다. 사랑 받고 있는 여성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얼굴이 화사해 보이듯 양순호의 꽃은 사실적인 묘사나 테크닉이 발현되지 않아도 사랑을 머금고 있는 듯 보인다. 오히려 작가는 사실적인 묘사나 테크닉을 의도적으로 부리지 않는 듯 보이며, 고의적인 미완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 이유는 2010년 개인전 도록의 작업 노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비록 우리의 인생이 들풀처럼 사라졌다가 안개처럼 사라진다 해도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보다 타인의 숨결을 느끼고 마시고 나누어 갖는 그래서 가슴이 뛰고 감동에 젖어 기쁘게 살았노라 한다면... 단 하루의 삶을 산다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작가의 고백처럼 삶은 과도한 일루전이나 작위적인 완벽함으로 잉태되는 것이 아닌 살아 있음에 가슴이 뛰고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함으로 귀결될 때 아름다운 것 아닐까? 그래서 그녀는 공백과 형상의 경계를 부드럽고 모호하게 하여 화면과의 관계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여러 개의 꽃과 꽃잎이 덩어리가 되어 서로를 부비듯 표현해 놓고 있다. 즉 타인의 낯설음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생명력 넘치는 화면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가 쇠망해 가는 문화를 향해 기계론적이고 분석적이며, 사변적이고 물질적이며, 개인위주의 남성적이고 양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비판했듯이, 작가의 생태적 자각은 모든 자연 현상들에서 근본적인 상호의존을 인식하며 개인과 사회로 구성되는 인간이 자연의 순환적 과정들 속에 깊숙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녀는 특이하게도 화면에서 꽃 한송이를 전면에 내세운다거나 특출나 보이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마치 삶에서는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언젠가 다가오고야 마는 생명의 소멸 앞에 그 차이가 무색케 되어짐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어찌 보면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정서와 감정, 인식적 측면까지 반영하고 투영시켜 감상자 스스로가 인생에 대한 사유 즉 ‘어울림’을 증폭시킬 수 있는 평안함을 유도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결국 이러한 어울림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하고 분절되는 리좀(rhizome)의 가능성으로 나아가게 하는 조형적 태도가 아닌가 싶다.



▲ 양순호, Joy 1, 74x74cm, Oil on Canvas, 2012



▲ 양순호, Joy 3, 74x74cm, Oil on Canvas, 2012



▲ 양순호, Garden 1, 53.0x45.5, Oil on Canvas, 2011



21세기 문명은 유토피아의 미래 대신 인간소외, 자원고갈, 생태계의 오염 등이라는 총체적 문제를 야기해 놓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작가 양순호의 꽃은 자신만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존적인 꽃이 아닌 세상을 포용하고 사람과 자연을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 놓이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여 진다. 따라서 약육강식의 경쟁과 타인의 배려가 없는 무덤덤한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주변부에 대한 관심과 인간 내면으로의 성찰을 기울이게 하는 꽃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