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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미혜展
 전시기간 : 2012-05-31 ▶ 2012-06-06
 참여작가 : 양미혜(Yang Meehye)
 오 프 닝   : 
 

『 양미혜展 』

Yang Meehye Solo Exhibition :: Painting







▲ 양미혜, 상념, 53x45.5cm, 혼합재료, 2012






전시작가 양미혜(Yang Meehye)
전시일정 2012. 05. 31 ~ 2012. 06. 06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양미혜 작가의 꽃그림

노성두(서양미술사학자)

작가의 작업실을 두 차례 방문했다. 그림을 양쪽 벽에 세워둔 공간에서 따뜻한 차를 대접받았다. 그림을 보다가 검정색이 눈에 띄었다. 검정은 무채색이다. 색이면서 색이 아닌 어떤 것. 죽음, 절망, 죄악의 색이기도 하지만, 밤과 수면과 치유의 색이기도 하다. 프랑스 야수파 화가 마티스는 검정색의 표현적 에너지를 발견하고 처음으로 화면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정 색을 두 차례 사용했는데, 첫 번째는 전쟁의 광기와 불안의 의미로, 두 번째는 윤택하고 매혹적인 그림자의 의미를 담았다.



▲ 양미혜, You & I, 53x45.5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고흐에 대하여, 60x72,8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내 마음의 풍금, 244x134.5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너를 위해, 91x117cm, 혼합재료, 2012


양미혜 작가의 검정색도 입을 열어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관능적인 질감을 뽐내는 검정색은 후기의 마티스에서처럼 생명의 윤기가 흐르는 매혹적인 발광체였다. 그러나 검정색을 빼고 본다면, 양미혜 작가의 그림은 더없이 수수하다. 화면을 지배하는 소재는 꽃이다. 그리고 패턴화된 가장자리 장식도 더러 보인다. 양미혜 작가의 그림에서 화면 구성은 대개 기하학적 얼개를 가지고 있다. 곧고 반듯한 구획은 이성의 터전이다. 화가는 세로 또는 가로의 이랑을 파고 그 위에 씨앗을 파종한다. 가로 세로의 얼개는 직물처럼 견고하게 색채와 형태들을 지탱한다. 꽃의 언어는 무엇보다 향기다. 꽃들은 무리지어 피어나기도 하고, 서로 몸을 부비면서 사귀기도 한다. 커다란 꽃 한 송이가 혼자서 얼굴을 내밀 때도 있다. 흙투성이 손에 꽃삽을 들고 예술의 정원을 가꾸는 화가의 모습은 중세 미술에서 세상 정원을 가꾸는 영겁의 정원사 창조주와도 닮았다. 그림 속의 꽃들은 계절의 삶을 산다. 계절의 순환은 꽃의 존재를 통해서 증언된다. 처음에는 한 톨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씨앗의 특권은 상상이다. 형태의 상상은 햇살과 바람과 빗물이 적신 흙의 온기에 힘입어서 육화된다. 육화는 언어의 마지막 구현이다. 화가는 씨앗의 언어가 고백하는 눈부신 공간과 시간을 붓으로 기록한다.



▲ 양미혜, 노스텔지어, 72.7x91.2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비가온다1, 53x72.3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비가온다2, 53x72.3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사랑3, 24.4x33.3cm, 혼합재료, 2012


시인 칼릴 지브란은 “겨울은 꿈꾸고, 봄은 피워낸다.”고 노래했다. 꿈꾸지 않는 씨앗은 없다. 씨앗의 꿈은 깊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발효된다. 형태의 삶을 피워내기 위한 오랜 기다림을 양미혜 작가는 검정색으로 표현한다. 씨앗에서 발화한 형태의 상상은 수태와 새로운 결실에 이르는 삶의 둥근 바퀴를 굴린다. 바퀴는 바퀴축의 명령에 순응하며 돌아간다. 고정된 바퀴축은 화가의 흔들리지 않는 창조의지이다. 그러나 삶이 반드시 아름답기만 한 걸까? 삶은 대체로 구체적 현실이기 마련이다. 꽃의 암팡진 자태와 미풍에도 살랑대는 기교는 치명적인 유혹의 수단이다. 유혹은 욕망의 발톱으로 사랑의 생채기를 남긴다. 그림 속 꽃들에겐들 시기와 다툼이 없으란 법은 없다. 의심과 구속은 상상의 자유를 시들게 한다. 그런 점에서 양미혜 작가의 꽃그림은 얀 브뢰헬에서 조지아 오키프에 이르는 꽃정물의 도상전통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반 고흐가 그린 <아몬드 꽃나무>의 청명한 상상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 양미혜, 세월, 130x161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영원, 53x72.3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추억한다, 53x45.5cm, 혼합재료, 2012



▲ 양미혜, 흔적, 53x45.5cm, 혼합재료, 2012


고흐는 동생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 태어날 조카의 침실에 걸어두려고 <아몬드 꽃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아몬드 꽃나무는 프랑스에서 겨울을 이겨낸 봄의 전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양미혜 작가의 꽃그림들도 청명하다. 그리고 투명하다. 꽃들은 시간의 강물에 말갛게 씻긴 차돌맹이처럼 무심하면서 소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보일 가슴을 다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림 속 꽃들은 자신을 주장하기보다 배려의 간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림 속의 꽃들이 신전의 기둥들처럼 자유롭고 건강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꽃들은 결코 서로에게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다. 다만 제 자리를 지키며 향기를 나눌 뿐이다. 서로를 구속하거나 속박하지 않는 삶이 향기롭다는 사실을 나는 양미혜 작가의 꽃 그림을 통해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