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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그 이쁜 편린(片鱗)들 - 이미현展
 전시기간 : 2012-06-21 ▶ 2012-06-27
 참여작가 : 이미현(Lee Meehyun)
 오 프 닝   : 
 

『 사람들-그 이쁜 편린(片鱗)들 - 이미현展 』

Lee Meehyun Solo Exhibition :: Mixed Media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53.0x40.9cm, 2011






전시작가 이미현(Lee Meehyun)
전시일정 2012. 06. 21 ~ 2012. 06. 27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사람들>-그 이쁜 편린(片鱗)들

이순구(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기억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사물에 대한 것이나 지식 등을 머릿속에 새겨 두어 보존하거나 되살려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이를 차기 시간에 되살려 생각해낸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하다. 기억은 일시적이거나 의도에 의해 저장하는 것이 있는 반면 되돌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되살아나는 것이 있다. 어쩌면 삶의 희로애락에 대해 물리적인 부분을 빼면 기억이 전부 그 사건들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현이 90년대 말 발표한 초기작품들의 주제어는 <고리>이다. 고리는 무엇을 끼우거나 잠그기 위해 쇠붙이나 끈 따위를 둥글게 구부려 끝을 맞붙여 만든 물건이다. 또 는 두 가지 이상의 조직이나 현상, 관계 등을 서로 연관되게 하는 구성부분이나 이음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굳이 이 표현대로라면 이미현의 <고리>는 후자일 것이다. 그녀의 <고리>는 이미지의 고리이다. 여기에 지난 시간의 기억들을 군데군데 더하고 빼며, 풋풋한 흙냄새로 굳은 이미지의 고리인 것이다. 그 이미지의 고리에 작용한 기억은 어머니와의 연관성들이다. 넓게 펼쳐진 광목천은 사각거릴 정도의 풀 먹임의 느낌이 좋았고, 이불 끝자리에 앉아 바늘로 꿰매시던 정갈한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으로 남은 것이다. 이 기억은 이미지 고리의 단초이자 시작이다. 어린 시절 예뻐 보인 낙엽들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어다 어머니께 드렸던 기억은 까마득한데, 세월이 흐른 뒤 그 낙엽들이 어머니의 오랜 책갈피 속에서 나와 빳빳한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려 놓을 때의 경이감은 기억 그 이상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과거의 기억이었지만 현존하는 실재였고, 망각의 기억이었지만 엄마를 어머니라 부른 이후에도 그 끈을 놓지 않은 끈끈한 실존 그 자체인 것이다.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53.0x72.7cm, 2012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60.6x72.7cm, 2011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80.3x130.3cm, 2012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65.1x90.9cm, 2011


시간의 바퀴는 성장이라는 과정아래 정작 평행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으로 향하는 것이라는 삶의 법칙을 일깨워 준다. 그 과정에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은 따뜻하거나 때로는 차갑게 기억된다.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일은 이런 과정을 고리지어 <잠재된 언어>의 발산됨을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고착하는 일이다. 언어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다. 언어는 고도의 기호로 사회적인 공통성은 있으나 개개인에 따라 느낌과 해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의 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였던가. 이미현의 수많이 연결된 고리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낯익은 소리들, 정겨운 선, 푸른 빛” 이런 것들에 의한 설렘, 그것들의 흔적이 고리이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녀만의 기억에 선뜻 다가갈 수 없지만 좀 더 공통성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마음과 마음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 파편이 되고, 그 편린들이 이미지의 고리가 되는, 그래서 다시 우리 앞으로 와 있는 작품들인 것이다. 2000년대 초의 <고리-잠재된 언어>는 그렇게 우리의 시각으로, 마음으로 안착한다. 잔잔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고심 고심한 기억의 편린들이 제각기 위치를 잡아 서로가 서로에게 팽팽한 관계 속에 연결 지어 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인연! 그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들이다. 고리를 끊고 속세를 떠난 해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리>는 연과 연을 이어주는 현상이다. 나와 내가 품고 있는 많은 관계항목들이다. 존재의 박탈감이 들 때 고리는 이를 잡아준다. 때문에 어제의 사물과 오늘의 사물은 같되 같지 아니하며 다르되 다르지 않다. 이런 시점으로 보면 이미현의 화면에 나타난 편린들은 작위적 선택과 무작위적 선택이 동시에 들어 있다. 서로의 긴장된 화면 속에 연결된 마음의 이미지들은 딱 집어 현상적인 이미지만은 아닐 터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나 잔상들은 의미나 원인이 함유된 것이 많다. 그러나 집착하지 않아도 스스럼없이 맴도는 영상들은 반드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 없이 돌아다니다 생각 속에서 이리저리 키워져 상상을 불러낸다. 이 상상은 화가들에게 작용한다. 사람은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청각이나 후각, 미각, 시각 등이 유난히 발달한 경우가 있다. 화가에게는 유난히 눈썰미가 뛰어나다. 그러나 ‘눈썰미’만의 문제가 아닌 가슴과 머리에서 회전되고 증식되어 나타나는 심상이 작용한다.

이미현의 <심상>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커다란 꽃잎이 활-알-짝 피어 주제를 이루며 고운 색깔로 펼쳐 있다. 노랑과 빨강이 곱고, 심지어 청색사이의 흰색도 곱다. 흘리기, 번지기, 찍기 사이사이 서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순간은 화면에 남아서 생명을 꽃 피운다. 현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어느 때인가부터 지독한 목적의식에 젖어있으며, 그곳에 매달려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오늘날의 화류계(畵柳界)는 예(藝)는 망각하고 술(術)만 남은 현상, 정신은 빠져나가고 재미에만 집중하는 실정이다. 물론 재미도 중요하지만 상기하건데 어느 시대건 찬찬히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하다. 생활도, 예술도, 노동도, 오락도 감정의 껍데기로 표출되는 것에만 노출시키지 말고 인간의 본질을 되 뇌여 볼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현의 그림들에는 기법보다는 본질적인 감수성이 삶과 생활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리들의 조각들로 만들어져 잔잔한 화면으로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개별적이지만 한데 어우러진 고즈넉한 향기를 발하고 있다. 넉넉함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숙성시켜 부드러움은 <심상>으로 묻어나는 것이다. 부드럽지만 내면에서 나오는 감성의 에너지는 G선상의 색채의 음률이다. 하나의 꽃잎에서 연결된 생명의 줄, 넘쳐나는 감성적 색채의 잔잔함, 넉넉하게 발현되는 <심상>의 연출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53.0x40.9cm, 2011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65.1x90.9cm, 2011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72.7x60.6cm, 2012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112.1x162.2cm, 2012



▲ 이미현, People, Mixed Media on Canvas, 72.7x90.9cm, 2011


근작에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각기 각각의 방향으로 둘러서거나 군집하여 무리 지어진 사람의 실루엣들이 화면 가득하다. 사람들은 많은 생각들로 이루어졌거나 또는 의외로 단순히 살아간다. 그들은 웅성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고자 한다. <사람들>의 관계와 그 연으로 이루어진 인간세계의 고리들이다. 촘촘히 꿰맨 한지로 만들어진 사람의 실루엣들은 거만하거나 다소곳하기도 하지만, 일면 그 관계들이 불편해 보이는 구성도 있다. 그것이 사회의 구조이다. 건강함도 있고 병리현상도 있는 곳, 그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이다. 이미현은 이런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군상들의 단순한 형태와 부드러운 색채로 화면에 채워나간다. 이 화면들은 일정한 규칙들 사이에 이루어지며 그 가운데 평화로운 변화들이 한지의 겹침과 은은히 배어나오는 중간 톤의 색조들과 깊이를 이룬다. 사람들이 늘어선 형태는 오래전 유물들이나 그림에서 발견된다. 우르의 깃발(Standard of Ur, BC 2,600~2,400년대)에서 보이며 이집트벽화, 그리고 중세의 종교적 세밀화들에서 나타나는 양식이다. 이러한 전통에서 작가만의 독창성으로 찾아 펼쳐내는 창작은 새로움을 이끌어내는 원천이다. 21세기 또한 <사람들>에게서 살아가는 이들의 오늘이 담겨있다. 설령 오늘의 삶이 평범함에 의해 기록되지 않을지언정 분명 그 시간이 있었음을 너와 내가, 그리고 또 누군가가 안다. 그리고 그것이 내일의 또 다른 오늘로 연결되며 끊임없이 반복되어 인류의 궤적으로 남을 것이다. 이 시간 안에 이미현의 그림들이 있다. 무리지은 <사람들>의 호흡은 잔잔하지만 내면으로 흐르는 역동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역동의 조화로움에 한 걸음 다가가거나, 혹은 두 걸음 돌아서서 느끼는 이 부드러운 감동이 날이 갈수록 더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