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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 - 임현옥展
 전시기간 : 2012-08-30 ▶ 2012-09-05
 참여작가 : 임현옥(Lim Hyunok)
 오 프 닝   : 
 

『 양자역학 - 임현옥展 』

Lim Hyunok Solo Exhibition :: Mixed Media







▲ 임현옥, 안과 밖, 132x106cm, 혼합재료, 2012






전시작가 임현옥(Lim Hyunok)
전시일정 2012. 08. 30 ~ 2012. 09. 05
초대일시 2012. 08. 30 PM 5: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집을 바라보는 시선의 안과 밖

변상형(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미학전공)

임현옥 작가는 그동안 여성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배치해왔다. 96년의 <一生/日生> 작업 이후, 작가는 여성에 관한 일관된 문제의식을 지니고 일상 주변을 성찰하며 사물을 상징화하고, 여성성(Femininity)을 표출해왔던 것이다. 그는 작품 속 화면에서 여성의 시간과 공간적 흔적을 담아내는 구체적 이미지들과 언어, 그리고 촉각적 기억과 대면하게 하는 마티에르적인 효과를 전체 화면에 흐르도록 했다. 이 여성적 오브제들은 대체로 평면 안에서도 굴곡져 나타나면서 화면 안에 강조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임현옥 작가는 자신의 조형언어를 여성주의적 관점을 통해 주변의 일상에서 사회로 확장시켰다가 다시 가정 안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사물, 신체, 정신적 모티브들을 다루었다. 특히 지난 2009년의 개인전에서는 삶의 구체성을 보다 더 드러내는 이미지들을 조형적 리듬감으로 처리하면서 여성의 삶 근거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했다. 이 강렬한 문제의식으로 여성의 삶을 관통하는 사건, 사고 또는 인물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상징성의 그늘아래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2년에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으로 보여 질 작품들 역시 여성이라는 틀로 세계와 우주의 역학을 고찰하고 있다.



▲ 임현옥, 안과 밖, 53x45cm, 혼합재료, 2012



▲ 임현옥, 여와 남, 50x50cm, 혼합재료, 2012



▲ 임현옥, 여자마음, 72x53cm, 혼합재료, 2011


여러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여자마음’이라는 네 글자와 부드러운 핑크 빛 이미지의 상자를 조화롭게 구성한 2011년 작, <양자역학>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견고한 물리법칙의 이미지와 알 수 없을 듯 닫혀있지만 세계의 모든 본질과 현상을 담고 있는 부드러운 상자로서의 여자의 마음은 일면 상통하는 본질을 가졌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직접 손뜨개질한 ‘여자마음’이란 네 글자는 석고를 사용해 화면에 돋을새김처럼 마티에르적 효과를 창출하였다. 이렇게 글자 또는 이미지의 양각화는 화면으로부터 깊이감을 느끼게 하고 입체적 효과도 부분적으로 보이게 한다. 고전 역학에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물리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미시세계는 지금까지 고착화된 고전적 세계관을 밀쳐내는 새로운 관점으로 현대세계에 필요한 인식의 확장이자 우주의 기원과 그 현상에 대한 타당한 법칙이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우월하고 강압적인 권력을 가진 남성위주의 사회체계 구조와 인식의 불변성으로 대변되는 고전세계는 비로소 여성이라는 부드럽고 미시적인 세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자마음’으로 대별되는 여성의 시각과 가치체계가 세계의 전면에 새롭게 구축됨으로써 마침내 세계는 더욱 조화롭게 융화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음과 양’으로 화면에 새로운 효과를 결과지우는 것 또한 이 세계가 여성과 남성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배치로부터 기원하고 설명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 임현옥 작가는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의 물리법칙과 비유할 수 있는 여성성을 가시적 이미지로 치환하여 직접적인 사물로 구현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소라, 집, 텐트, 주전자, 파이프, 잔, 커텐 등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이미지들은 모두 ‘집’의 구성요소이자 ‘집’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환유하는 사물들이다. 작가는 스스로 말하길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이 주를 이루고 주요 모티브는 신체’였다고 한다. 그러한 신체의 본질을 축소해가다 보니 결국 ‘집’이라는 대상에 도달했다’고 한다. 작가는 엄마를 떠올려도 ‘집’의 이미지로, 할머니도 역시 ‘집’으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품 이미지들은 주로 ‘조개껍질, 달팽이 껍질, 텐트, 소라, 잔’ 등인데 이 모두 ‘집’을 상징한다. 임현옥 작가에게 있어 집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대개 집을 떠올리면 구체적으로 방으로 대유(代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에게 집은 방 같은 구체적 공간의 이미지가 아니다. 개인적 공간을 확보해주는 방은 사회적 산물이며 인간을 질서 있게 길들인다. 방은 부엌과 거실에서의 활동이 다르듯 다양한 개인적 공간들의 집합적 형태로, 가족 공동체라는 집단의 최소형태가 질서 있게 자리 잡는 공간적 구조이다. 따라서 사람이 살고 활동하는 건축적 구조물인 가족 공동체의미를 갖는 집은 개인을 상징하는 방과는 다르다. 견고한 질서의 산물인 방의 배치구조에 따라 가족이라는 단위가 구성되는데 바로 가족은 집을 구성하는 유기체이자 분자이다. 보이지 않는 가족 간의 질서와 관계역학이 비로소 집이라는 외피적 형태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이 집의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미세한 구성법칙과 흐름을 파악하고자 한다. 외현의 표면 뒤에 숨어 잘 나타나지 않는 세계의 기원과 그 흐름의 원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작가에게는 ‘집’을 상징하는 모든 사물들로 외화된다.

모든 것이 확실하고 투명한 세계를 원하던 작가는 현대과학(양자이론)에 심취하면서 사고의 폭이 달라졌다고 한다. 형태에 대한 구조를 이루는 실재에 대한 이해의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이로써 작가는 개인적 공간경험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면서 자신이 가져왔던 문제의식에 대한 해결방안 역시 제한적 이미지와 조형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대처하려 했다. 뚜렷하게 명시되는 어떤 이미지보다 모든 가능성을 포괄할 수 있고, 전체적 구도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갖춰질 때 비로소 이미지는 모호성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법이다.

임현옥 작가의 작품 속에 소라와 텐트는 집이다. 소라가 자연적인 집이라면 텐트는 인위적인 집이다. 하지만 둘 다 고착적인 집과는 달리 끊임없이 장소와 공간을 탈주할 수 있다. 즉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부동의 이미지로 다가왔던 집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공간 위에 자율적으로 선택이 가능한 변화의 중심으로서의 집을 원하는 것인가. 그래서일까.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속에 단순히 안주를 염원한다기보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이 처한 폭력적 상황에서 위안을 주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가시화한다. 남편의 강압적 폭력을 상징하는 검은 색의 공간과 아버지에 의해 구출된 이집트 여성의 멍든 몸과 슬픔이 위로받고 있는 사막 위의 흰 텐트는 대조적이다. 한 화면 안에 대치되는 두 세계가 충돌과 갈등을 일으키며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차별적 두 세계를 가르는 공간의 구조 속에서도 여성의 집은 생명을 낳아 기르는 곳으로 나타난다. 남성적 권력의 상징물인 파이프와 시계, 자동차 등은 여성이 자리한 공간의 외부적 공간에서 부유하나 여성이 차지한 공간은 유연한 실의 탄력성이 느껴지는 공간으로서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비유된다. 어느 면에서는 세상의 폭력과 악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피난처로써 집이 기능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집을 이상화하여 꿈의 대리적 기능으로 소비하고 있는 많은 예들과는 달리 여전히 남성의 간섭과 통제 그리고 공격이 가능한 집이라도 할지라도 대항적이기도 보다 소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둔 공간으로서의 집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현옥 작가의 집은 늘 열려있다. 높은 담과 대문으로 경계를 지워 구별하고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집이 아니라 늘 부동의 장소성으로부터 벗어나 개방적으로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는 집의 이미지를 가정했다는 면에서 역동적이다.



▲ 임현옥, 블랙오아시스, 72x53cm, 혼합재료, 2012



▲ 임현옥, 집들, 116x90cm, 혼합재료, 2012



▲ 임현옥, 밖과 밖, 116x90cm, 혼합재료, 2012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집이라는 공간에 유착된 이미지를 갖기 쉬운 생물학적 나이에 접어든 작가가 늘 새로운 집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음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성작가로서 사회적 현실에 처한 여성의 문제적 상황에 주목하면서 생명의 보살핌과 동시에 소모적인 가사노동의 굴레가 공존하는 집을 다르게 사고하고자 하는 노력 덕분에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또 다른 탈주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안에 있으면서 밖을 사고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밖을 고찰하다보면 결국 안의 것도 달리 보기 마련이다. 집을 통한 여성의 위치, 가장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인 집에 대해 작가는 다르게 보기 시작했으며 이제 집은 더 이상 여성의 공간만도, 세상의 외풍에서 비껴나갈 중립적인 공간도 아니다. 임현옥 작가는 집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세계의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물리현상 그리고 대립과 화해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기억은 인간 누구나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에 대한 관념의 편차는 그 어떤 것보다 클 수 있다. 새 생명의 잉태와 보호, 따뜻한 편안함부터 폭력적 권력이 난무하는 상처로 얼룩진 집까지 집에 대한 시선의 스펙트럼은 다종다기할 것이다. 그렇지만 편차의 배면에 숨어있는 본질을 읽어내고 그것을 다시 조형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작가의 고심은 집의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지점을 요구한다. 자연의 집과 인공의 집, 여성성과 남성성이 함께 구현된 가정, 집을 안과 밖에서 구조적으로 사고하기, 정적인 것과 동적인 흐름까지. 그러나 집이라는 실재를 구성하는 방법이 과연 대립적이고 대조적인 이미지만으로 해결 가능한 것일까? 역동적인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는 작가의 집이 아직도 양가적인 이미지의 충돌 아닌 충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안과 밖의 중심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자의 시선은 일면 차가우면서도 관조적이다. 물 컵의 밖에서 물 컵 안의 소용돌이를 바라본다하여 그 작은 소용돌이도 나의 고통은 될 수 없다. 결국 집 안이 아닌 집밖에서 집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수많은 상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집의 내부는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먼저 밖을 보는 것이라 할지라도 집의 여성성을 둘러싼 정치적 함의는 집 내부에 있을 것이다. 작가가 집을 바라보는 시선의 안과 밖의 관계가 보다 밀도 있게 그려지기 위해서 작가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인가. 시선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몸이 움직여야 한다. 관념적 대립이 그려내는 것보다 춤추는 발에서 훨씬 더 아름다운 사고가 꽃이 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