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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11-11-03 ▶ 2011-11-09
 참여작가 : 남명래(Nam Myunglae)
 오 프 닝   : 
 

『 남명래展 』

Nam Myunglae Solo Exhibition :: Painting








▲ 남명래, Untitled,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11






전시작가 남명래(Nam Myunglae)
전시일정 2011. 11. 03 ~ 2011. 11. 09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현실을 무대로 한 판타지, 그 내적 의미의 기록

홍경한(미술평론가)

1. 미술계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 아니지만 사실 작가 남명래는 이미 세계 카툰& 일러스트레이터계에서는 유명한 인사다.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제1회 국제카툰넷 콘테스트 입상, 시리아 온라인 카툰전 특별상, 이란 국제 카툰전 특별상, 터키 나스레딘 호쟈 국제만화전 특별상 등 수많은 유명 국제카툰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데다, 2010년 세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시사만평전과 같은 굵직한 전시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주목 받아 왔기에 해당 장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지구(The earth)>를 주제로 지난 해 4월 5일부터 25일간 파리 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 개인전에는 그의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으며, 풍자와 해학, 위트와 유머가 담겨 있는 종합예술을 지향하는 '유머아트그룹'전시에서나 기타 카툰전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다.



▲ 남명래, Untitled,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11



▲ 남명래, Untitled,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11


우리나라의 카툰 역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들은 그동안 한 결 같이 지구와 환경 문제에 천착한 것이었다. 역대 수상작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2010년 당시 열린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신작들을 내걸었다. G20기념 시사만평전 또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한 지구 살리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환경전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으며, 작금의 카툰 작업들 또한 같은 선상에서 구분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그르지 않다. 그러나 '지구와 환경'이라는 다소 무게감 있는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남명래의 작품들은 익살스럽고 풍자성이 강하다. 해학적이면서 인도주의와 박애정신이 녹아 있다는 것도 그의 작업이 지닌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들은 보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고 편안하다는 인상부터 전달받는다. 궁극적으론 일종의 자각현상까지 불러온다. 즉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당대 놓인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사회문화적 조타로서의 역할까지 지정하는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순수 회화를 선보인다. 초현실주의와 매직리얼리즘 형식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는 여러 지층의 서사를 함의하는 가운데 풍자나 익살에 앞서 대개는 내적인 이야기에 보다 방점을 둔 삶의 담담함과 기원, 아픔과 희망을 차분하고 은유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에 시선을 두었던 이전 카툰&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다소 간의 변별력을 지닌다.



▲ 남명래, Untitled, 90.9x72.7cm, Acrylic on Canvas, 2011



▲ 남명래, Untitled,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1


2. 실제로 남명래의 작업은 미술사적 맥락에서 볼 때 '매직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 형식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어차피 둘 다 리얼리즘의 한 장르이긴 해도, 굳이 구분하자면 상징성과 기호성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들은 이차원적인 화면 분할, 평면성을 근간으로 하되 착시적인 측면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다분히 매직리얼리즘적인 경향에 근접한 양상을 드러낸다. 마치 어린 아이의 얼굴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등장하거나 그 인물 내부에 놓인 산과 하늘과 구름, 내외적으로 표현된 토끼, 소, 개구리 등의 동물 형상 등이 그 단초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실(그림을 통해 필자가 느끼기에 그 현실이란 인정함과 동시에 초월하려는 어떤 무의식적 이상성이 이입되어 있어 보인다.)을 뛰어 넘으려는 의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구성 등이 묻어난다는 측면에선 초현실주의와 맞닿는다. 이를 바탕으로 할 경우 그의 작업들은 작가에게 드리워진 현실을 저버리지 않은 채 꿈과 환상을 외삽하려 한다는 점, 이성을 바탕으로 마술과 사실의 결합, 환상과 실제의 공존이라는 점에서 매직리얼리즘적이랄 수 있으나, 무의식을 기저에 깔고 초월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초현실주의와 가깝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의미론적으로도 그의 작품들은 두 사조를 공유한다. 쉬르리얼리즘(surrealism)의 쉬르(sur)가 초월을 의미하듯 리얼리즘(현실)을 초월한 것을 나타내므로 남명래 작업에 배어있는 '기대'라는 이상성은 곧 쉬르(sur)와 연결된다. 그렇지만 남명래에게 해당 작업의 모태가 되는 것은 주어진 '현실'임에 틀림없고,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얼굴과 산, 구름, 서로 다른 위치에 그려진 '눈'과 같은 표면적 요소들(이들은 그의 작업의 내부성을 알리는 시그널이다.)이라는 점에서 그는 '지금 내게 있는' 그 무엇을 배경으로 작업했음을 유추케 한다. 이는 매직리얼리즘과 일맥상통하는 원소들이며, 남명래의 작업은 이처럼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을 수용함과 더불어 이성을 배제한 심리적, 무의식적 산물 보다 자신의 삶에 더해진 '오늘'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음을 목도하도록 한다.

특히 그의 작업들은 거의 대부분 일상(현실)을 무대로 판타지와 버무려 오히려 현실의 벽을 넘는 서사 구조를 지향하고, 어떤 트라우마(trauma)나 공포, 상징으로 대변되는 콤플렉스(complex) 따위가 가볍게 부유한다는 지점에서 현실을 벗어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그러나 기실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들과 꿈과 소망, 희망 등이 뒤범벅되어 있다는 점에선 어쩔 수 없는 현실성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사실주의에 환상의 장막을 두른 뒤 또 다른 현실의 범주로 이끌어 꿈과 희망, 이상을 말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작업들이 어느 지점에서 비평되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와 같은 형상의 인물들은 다분히 이성적인 '현실'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며 여기에 환상적인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그 현실성을 벗어나 경이롭고 풍부한 곳으로 다가서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남명래의 인물들은 일상적인 것(자신과 가장 가까운 대상이거나 그와 유사한)에서 비롯되지만 상상력을 첨가해, 주술적이고 착시적이며 마술적인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을 일러준다. 물론 그림 자체가 그것의 기록이자 채록으로 남고 있음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 남명래, Untitled,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1



▲ 남명래, Untitled,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1



▲ 남명래, Untitled,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1


3. 꿈과 상상력이 조밀하게 결합된 동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의 회화작품들은 꿈이나 환상을 그리면서도 꿈과 환상이라는 자체보다는 그 꿈과 환상이 현실 속에서 자라나는 일상 아래 어떤 '염원'에 주목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근작들에선 그리움, 애정, 휴머니즘과 비슷한 느낌들이 흔적을 남기고 치밀한 계산과 논리적 연산을 대신한 여백주의(blankism)에 대한 미적 고찰이 수려하게 부유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그의 최근 작품은 무언가 미완전해 보이지만 철학적 사고가 목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결정적이고 유동적이며 내적인 상태의 정신적 현상이 이입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표면적 유보(留保)의 관념이며 개념상 가감(加減)의 보류(保留)를 나타낸다. 여기서 가감은 곧 공(empty)과 채움(lock)의 활성화(또는 정체화)를 나타내며, 이때의 시각적 형상은 당연히 단순화되고 의미화 된다. 그리고 설명과 내레이션은 그만큼 줄어들고 '메시지'는 더욱 증폭된다.

이를 만약 초현실주의자들이 같은 내용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난해한 상징들을 이리저리 비치하고 서로 다른 오브제를 동시에 들여 놓음으로써 억압된 무의식을 표현하려 했겠지만 남명래는 자신의 그림 속에 불가능할 것만 같은 소망을 현실이 되게끔 만들어 놓으면서 새로운 회화세계로 향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기존 카툰에서의 형식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남명래의 여러 작품들은 기존 일러스트에서 보이던 특유의 은유로 자신만의 관념을 적시하고 있으며, 평범한 삶에서 소재를 찾되, 특별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언어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선 동질한 여운을 제공한다. 그것은 마법 같은 화면을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실제 인물의 일대기를 읽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하거나 환상에서나 있을 것 같은 세상을 곱고 영롱한 빛으로 물들이는 양태이며, 따라서 그의 그림들은 어른들의 동화처럼 다양한 인물 모션과 소재를 통해 상상 속 형상들을 밖으로 이끌어 내고, 신비로운 화면구성, 착상의 기발함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작해 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 작금의 그의 작업을 규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작용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편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것'임을 강조해온 작가 남명래는 카툰의 본고장인 유럽, 그 중에서도 만화 및 애니메이션 전문대학인 리용 에밀콜(Ecole Emile Cohl)을 졸업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에 도불한 그는 예술의 나라인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접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싹틔운다. 특히 무수히 많은 관련 공간을 찾아다니며 습득한 경험은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 기틀이 되었으며, 이중 그가 유학기간 중 접한 유럽 만화가들로부터의 영향은 귀국 후 별로 인기가 없던 카툰을 과감히 선택하는 계기를 심어준다. 남명래는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의 전당인 공주영상대학 만화창작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 또한 그의 의욕 넘치는 활동의 연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