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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주용展
 전시기간 : 2011-11-17 ▶ 2011-11-30
 참여작가 : 노주용(Noh Jooyong 盧周龍)
 오 프 닝   : 2011-11-17 AM 10:30
 

『 노주용展 』

Noh Jooyong Solo Exhibition :: Painting








▲ 노주용, 숲19-2011, 53x53cm, Acrylic on Canvas, 2011






전시작가 노주용(Noh Jooyong 盧周龍)
전시일정 2011. 11. 17 ~ 2011. 11. 30
초대일시 2011. 11. 17 AM 10:3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마음의 풍경과 실제적 풍경의 가교
-<숲> 연작을 통한 작가 노주용 근작에 대한 소론

홍경한(미술평론가)

1. 작가 노주용 작품의 특징은 우선, 익히 알고 있는 실제적 풍경, 또는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경치를 소재로 차용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여기에 은은한 색채와 부드러운 톤, 직접적이지 않은 대상이 뿜어내는 고요한 새벽과 같은 여운 또한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고한 분위기로 부족함이 없다. 특히 감각적인 표현, 중첩되어 사라진 의도적인 원근법 등은 노주용의 회화가 보여주는 매력적인 화법이랄 수 있다. 이밖에도 디테일하지만 몽환적인 여운(餘韻)이나,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처럼 부서지는 빛의 파편들, 그 사이를 뚫고 물결마냥 흐르는 등압면, 영롱한 색감 등도 작가 작품을 규정하는 일종의 특징으로 아쉬움이 없다. 또한 사시사철 푸르디푸른 녹음, 눈에 들진 않으나 우거진 산 속 생명들의 파닥거리는 숨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노주용 그림임을 덧칠하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이러한 화풍은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이 시지각적 미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꼽도록 하며, 매우 서정적이면서 감미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원인이 된다.



▲ 노주용, 숲3-2011, 120x60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8-2011, 220x110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8-2011, 53x41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8-2011, Detail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주용의 그림에서 읽어야하는 건, 단순한 외적 재현과 그것을 통한 이미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감춰져 있는 심연의 풍경들이라는 점에 있다. 실제로 그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눈에 비친 자연의 미감에 충실하게 접근하지만 동시에 내재된 자의식을 적절하게 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즉시적인 겉보기와는 달리 회상(回想)을 현세적 시각에서 재현하고 있음은 그의 그림이 일종의 채록의 장으로 효용 되고 있음을 증좌(證左)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선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켜켜이 쌓인 오랜 세월의 흔적(痕迹)들을 쉬이 버리지 않고 숲의 정경을 통한 망각 속 기록(記錄)이라는 것에 더욱 가치를 둬야함을 지정하며, 전면에 드러나는 형상인 '숲'과 그 주변에 자생하고 있는 알고리즘 및 풍경이라는 인식의 수용을 넘어 그 내재된 의미들에 보다 진중하게 시선을 고정시켜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 노주용, 숲20-2011, 53x53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4-2011, 36x72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5-2011, 36x72cm, Acrylic on Canvas, 2011


2. 작가는 작금 자신의 그림 속에 유년시절의 기억을 들여 놓고 상황을 얹힌다. 작거나 큰 화면에 자신이 보고 느낀 많은 경험치를 공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밖으로 내뿜는 것을 반복해 심어놓는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어떤 잊어버린 기시감들을 다시금 재생해 각인시킨다. 따라서 시야에 맺히는 '숲'은 거푸집이 되며, 등고선처럼 구불구불한 붓질은 추억을 상기하는 고단하고 많은 공력을 요하는 걸음이자 그것 자체로 추억을 재생하는 작은 되돌림 표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재생된 기억은 낮은 듯 조용히 드러나 미감을 전달하고, 그러한 과정들이 느낌과 감성 그대로 쌓이면서 시간을 비례한 변화(變化)와 탈바꿈이라는 거친 숨결 아래 자신만의 역사(歷史)를 재구성하는 단초로 기능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읊조리듯 나지막한 내레이션이 강조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2010년까지만 해도 그의 작업은 지금 보다는 다소 직접적인 언어를 함유한 작품들이 다수를 이뤘다. 때론 초현실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데페이즈망(depaysement)처럼 이질적인 물체를 통해 보는 사람의 감각의 심층부에 영향을 미치고 의제를 구체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하려는 경향이 다분했고, 지금과는 달리 과거 이어지던 추상성이 강한 그림들도 왕왕 선보였다.

일례로 2008년도 작품들인 <낯선 풍경> 연작에선 '숲'과 함께 얼룩말, 코끼리, 사람을 비롯한 의자, 자전거 등의 특정한 사물들이 하나의 메신저처럼, 혹은 작가의 유년시절을 지시하는 기호로 치환된 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그에게 숲은 소싯적 도피의 장소이자 새로움을 발견하는 공간감적 공간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이때의 사물은 현 공간에서 과거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이자 기억재생의 실마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2009년도 작품 이나 노루가 들어 있는 <숲-7(2009)>, <숲-10>과 같은 시리즈에 접어들면 '숲'은 이전 대비 명료한 단일성을 지니게 되며, 2010년도 그림에서의 '숲'은 비로소 작가 노주용의 언어로 완전히 정착하게 됨을 목도할 수 있다. 그런데 그의 화력 순연(巡演) 중 시작과 끝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2008년은 남다른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숲'이라는 모티프가 서서히 태동하면서도 가끔은 그 이전의 경향인 추상적인 이미지가 심상의 대의로 자리 잡는 형식과 혼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특히 여전히 어떤 작품엔 특유의 사물들이 중요한 메신저로 자리 잡은 채 존재했다는 사실도 이 당시 작업에서 눈길을 끄는 지점이랄 수 있다. 결국 2008년은 그의 작업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점차 귀결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2011년 근작에선 그가 오랜 시간 차용하던 사물들은 '숲'이 전면에 나서게 됨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현재의 작업에서 그 사물들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치 붓질 하나, 색감 하나하나가 모여 훌륭한 자작시를 만들어 놓듯 서정적 미감이 가득한 형국으로 변모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작업들은 어떤 대상을 통해 직접적인 설명을 뒷받침하는 수단이 멀어진 대신 삶과 살아감 속에서 자연으로부터 얻는 생명과 희망의 찬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아래 녹아들게 되었고, 보다 우회적인 화법으로 전향한 조형논리는 설명이 아닌 사유를 증폭시키는 분동으로 작용하고 있다.



▲ 노주용, 숲21-2011, 117x91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6-2011, 36x72cm, Acrylic on Canvas, 2011



▲ 노주용, 숲17-2011, 36x72cm, Acrylic on Canvas, 2011


3. 작가 노주용의 근작들은 의식적인 잠재자아로 끊임없이 개인의 행동을 방향 잡으려 하나, 현실의 규제나 초자아의 존재에 저지되어 실현이 억압되는 일상을 벗어나려는 흔적이다. 이어 자신의 작품 내부에 진정 담고자 하는 것은 삶의 원형으로서의 그리움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쉽게 잊고 지나는 일상들, 어린 시절 희로애락을 포용하던 숲을 통해 오래된 유년의 기억들을 되새김하고 흡사 옵스큐라(obscura)처럼 마음속 셔터로 촬영한 뒤 그것을 자로 재듯 정확히 낭만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고 있는 것도 결국은 그리움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빼곡히 들어찬 숲 속 공간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 같은 내면(內面)적 느낌, 기억을 투영한 숲에서 끄집어낸 작금의 여러 휘황한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집적된 기억과 고요한 오늘을 하나의 꿈으로 여유 있게 접목, 투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지금의 그림들은 풍경 한 점이 한줌의 기억이며, 그림 한 점이 그 자체로 자신의 마음에 들어차 있는 풍경과 실체적 풍경을 잇는 가교역할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우린 전반적으로 푸르거나 붉은, 가득 채워진 반면 여백이 충만한 그의 그림들이 특정한 회상을 다룬 것이며, 그것이 작가 자신을 반영한 자경(自景)임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더불어 낮게 가라앉은 색채와 일렁이듯 여울지는 선들의 조합은 구성의 자율적인 관계 아래 화면에 긴장을 주며 회화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의 작품들이, 나아가 마음을 거쳐 손을 관통한 붓질은 나지막이 숨을 죽이고 색과 공간의 대비적 밀도는 되레 뜨거운 표현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그의 <숲> 연작들이 곧 단상(斷想)을 꼼꼼하게 기록한 여정임을 체감한다. 그리고 이 여정엔 두 가지 의미가 배어 있다. 첫 번째는 노주용의 작업이 새로운 전환기에 있다는 점이다. 즉 부언이 필요 없는 담담한 구성과 구도를 화면에 적용하면서 주목할 만한 시각적 변이를 꾀하고, 원생적인 생명감과 표현적인 밀도가 갈수록 단순화되며 개념화되는 현상이 곧 생성의 의미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상이 지니는 로맨틱한 무드와 서사적인 구성으로 조합된 채 잘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정적인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그림의 경우 작가 자신의 스토리임에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노주용의 작품들은 또 다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