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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연展
 전시기간 : 2013-04-04 ▶ 2013-04-10
 참여작가 : 홍승연(Hong Seungyeon)
 오 프 닝   : 2013-04-04 PM 6:30
 
 
『 홍승연展 』

Hong Seungyeon Solo Exhibition :: Painting







▲ 홍승연, 바람향기 달콤한, 90.9x72.7cm, 장지에 채색, 2013






전시작가 홍승연(Hong Seungyeon)
전시일정 2013. 04. 04 ~ 2013. 04. 1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이탈된 모사, 표징을 통한 창의적 변화의 시작
-작가 홍승연 작품에 관한 소고

홍경한(미술평론가)

1. 작가 홍승연의 2010년 작 <꿈-기다림>이나 2009년 작 <시집가는 날>과 같이 장지에 수간 채색된 사실적 인물들은 그의 재현성에 관한 실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세밀한 묘사, 기법의 운용에서 두드러진 필력을 내보인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대상과 동일한 형상구현에 국한되는 시선을 거부한다. 망막에 가시적으로 반사되는 ‘있는 그대로’의 형상을 가감 없이 객체화 하여 표현하는 건 누구나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며 자신의 작업이 ‘보이기에 생각하게 하는 것’이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근래 그의 작품에는 표현되어 드러나는 것(작품 <길 위에서 꾸는 꿈>에서처럼 방법적으로 나타나는 형상미)과 그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 적당히 얽혀 있어 단순한 시각적 리얼리즘의 창출에 머물고 있지는 않음을 가리킨다. 오히려 2011년 모리스갤러리에서의 세 번째 개인전을 계기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동화적이거나 재기발랄한 여운, 구상과 추상을 오버랩 시킨 구성, 상상력의 산물로 나아가는 경향이 큰 편이다. 이전 대비 스토리의 구성이 강화되고 또렷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상(像)이 타블로 위에 놓인 채 말을 건다는 점도 선후변별을 명료하게 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 녹아든 위트의 세기도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2013년 근작에서 보다 여실히 보여진다. 즉, 골프를 치는 여성(갈망의 대상체)이 등장하고 일정한 흐름에 따라 종이비행기(심리적 양태를 대리하는 기호)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얼룩말이나 팅커벨 등의 우의적 소재가 인상적인 작품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 같은 상상력 풍부한 그림은 작가의 심적 지향성이 ‘보이는’ 것에서 탈피해 ‘의미를 그리는’ 쪽으로 화풍이 선회하고 있음을 잘 나타낸다. 특히 제목부터가 익살스러운 2012년 작 <만원 빵>은 초현실주의적 화면에 메시지의 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이미지만을 그려 넣음으로써 단순한 현실 묘사 수준을 넘어 다원적 표현의지와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지점이 어떠한지를 지정한다. 이밖에도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바람향기>, <늦은 오후 산책의 즐거움> 등의 작품들에서도 홍승연이 지향하는 탈 재현성은 확연히 두드러진다.



▲ 홍승연, 길 위에서 꾸는 꿈, 53.0x40.9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공식없이 즐기기, 65.2x53.0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꿈꾸듯 당당하게, 90.9x60.6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거야, 227.3x97.0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늦은 오후 산책의 즐거움, 53.0x45.5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만원빵, 90.9x60.6cm, 장지에 채색, 2012


2. 외형적 인식성을 제외한 관념적, 심미적 해석이 가능함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근래 그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다. 그리고 그 특징들은 작품 곳곳에 놓인 상상의 흔적들, 그 단초들을 발견하거나 목도하고 시지각적 개념 이상의 정신적 사유가 재치 있는 조형요소로 자리한다. 그리고 그것은 깃발, 지도, 작가의 이메일, 구름 등의 사적 혹은 임의 선택된 기호들로 차환된 채 내면(內面), 관념 등을 상징과 표징 등의 수법으로 대리되고 있다.

이처럼 홍승연의 그림은 리얼리티를 기저로 하나, 의도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덧입히는 형국을 하고 있다는 게 맞다. 현실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자 현실의 규명(糾明)으로써의 작업관을 무겁게 피력하는 것도, 가벼운 일상성에 대중적 속성을 덧대는 것도 아닌, 작가가 체감한 세계관의 반영이나 작가만의 이상성을 고유의 색깔로 칠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색깔이 홍승연 고유의 혹은 독자적인 언어는 아니다. 다만 자유로운 사고 아래 현대미술, 소위 포스트모더니티하다는 예술세계에서 자신의 작업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어디로 가지를 뻗어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음을 인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회화 표현방식에 있어 고정성에 관한 이탈은 결국 그의 회화의 개념을 한층 넓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외부 환경에 대해 내부 환경(milieu interieur)의 개념을 보다 확고하게, 내용적으로도 훨씬 더 자유로운 창작의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근작들에서 보다 강렬히 드러난다. 일례로 기호와 상징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공식 없이 즐기기>, <여행 중에 얻은 휴가> 등 올해 들어 연작으로 발표되고 있는 작품들은 작은 동작마저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과 재현력 아래 새 생명을 얻으면서도 작가가 지니고 있는 꿈과 바람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시도의 일환이다. 물론 이 ‘시도’는 조형에 대한 작가 본인의 욕구를 보다 심층, 구체적으로 완성하려는 의지이자, 미적 인지를 환기시키는 스펙트럼의 확장이며 그동안 소극적으로 담았던 일상과 사물들에서 지각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미적 태도를 반증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사물과 주변 환경, 단상들을 정적인 단계에서 끌어 올려 기호화 하고 의도적인 캐릭터를 통해 표현의 열망을 피력하고 있는 홍승연의 작업은 침묵을 벗어난 동적 태도와 기억, 희망, 바람과 같은 심리적 부산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 자신의 정서적 상황과 대상 및 현상에 대한 작가의 은유적 감각이 회화자체의 명징함과 어우러져 표출되고 있다 해도 무리는 없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표피적인 관점에서 미적 관심을 유발한 대상에 대한 적절성을 고민했음을 인지토록 하며 시간의 경과와 비례한 시각 확장을 통해 무한한 기록성을 유지하려는 나름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흥미로운 건 홍승연의 그림들은 현재에 안착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채색 동양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또한 뛰어난 사실적인 묘사 등, 다양한 조형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곳에 어떠한 특정 상황이 사물로써 놓이고 꿈과 같은 이상미가 얹힘으로써 표면을 유지하되 눈으로 분별하는 미와 작가 내면에서 분출되는 솔직한 감성과 사고의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 미가 확장될 것이라는 사실은 유추 가능하다. 특히 정지된 현재와 늘 능동적인 심적 상황이 교묘하게 합일되고 배어있는 그의 근작들은 이러한 판단의 적절한 근거가 되며, 그것이 곧 과거와의 차별점으로 존재한다.(이와 관련해 부언하자면, 필자는 홍승연의 작업실에서 시간의 흔적이 배어 있는 다수의 작품들을 접하며 그의 그림들이 모사(재현)의 수법이나 테크닉에 전적으로 의존되고 있음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화(作畵)는 데생력과 대상에 대한 통찰력의 일출함이 없으면 가능하지가 않다는 점에서 구상력의 완성을 의미하긴 해도, 심상을 통해 발현된 감정들을 다양한 변화 위에 쏟아 놓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그림이 완전한 고착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이는 그만큼 하나에 안주하지 않는 다변적 의지가 다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홍승연, 바람이 설레이는 그런 날, 53.0x40.9cm, 장지에 채색, 2012



▲ 홍승연, 봄날은 간다, 130.3x97.0cm, 장지에 채색, 2012



▲ 홍승연, 소풍가는 날, 53.0x40.9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여행중에 얻은 휴가, 100x100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즐거움이 꼬리를 친다, 90.9x72.7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천국 혹은 비상구 물음표, 53.0x45.5cm 장지에 채색, 2013



▲ 홍승연, 행복한 방랑, 53.0x45.5cm, 장지에 채색, 2013


3. 오늘날 작가 홍승연의 작품들은 자신이 체감한 심상(心象)의 이미지를 경쾌하게 드러낸다. 그가 생성하는 대상들은 마치 삶과 회화의 일루전(Illusion)처럼 다가오며, 생활에서 느낀 감정의 이입이 작가의 움직임과 순간적으로 조화롭게 평면 위에 형상화된다. 비록 사실주의에 입각한 것일지라도 그 이면엔 작가 자신의 기억과 그 편리, 그것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보다 밀도 있게 배어있다는 점에서 모사 위주의 옛 그림들과는 차이를 갖는다. 더구나 <보물찾기>와 같은 몇몇 작품에서 엿보이는 공간감(空間感)을 정위(定位)하는 구도법, 삶에 대한 자신이 지닌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는 작품들은 풍미하는 사고만큼이나 관찰자의 단순한 감정이상의 무언가를 도출시킨다는 점에서 낮지 않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그러나 홍승연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미적 수용의 다양성에 접근했다는 점이며 이는 관념의 확장과 태도의 변화를 촉발시켰다는 사실이다. 색다름에 대한 갈구는 다양한 언어들을 생성하도록 했고 또 다른 구조를 별다른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 그것이 표현방식을 극한 사실주의를 수정토록 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그의 작품에서 이전의 회화 작업과 차이를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내적으로 수용되어 머물던 외적인 심상들이 내부에서 부유하지 않고 밖으로 돌출되는 양상이 시각적 굴곡을 띠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표현의 운용(運用)이 기존 회화와의 가시적 차이를 유도하고 있는 탓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것이 골프의 한 장면이든 분홍색 골프채를 들고 있는 인물이든 매한가지이고, 그건 작가 스스로 감성적으로 잡아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가상과 상상의 세계를 현실에서 보장받으려는 듯 자신만의 조형언어들을 걸러 내거나 확장시킨 채 화면위에서 나지막이 조율되고 있는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하나로 뒤엉켜 놓았다가 다시 질서를 부여해 색다른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한 작은 용기의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굳이 언급하자면 아직 더 풀어놔도 된다는 점이다. 자신을 그림 속에 보다 깊게 던져놔야 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가슴이 아닌 머리로서 그려지는 탓이 크기 때문이다. 계산되고 논리에 준거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이탈할 때 비로소 완전한 가능성은 획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