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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나무 - 국지원展
 전시기간 : 2013-05-30 ▶ 2013-06-05
 참여작가 : 국지원(Kook Jiwon)
 오 프 닝   : 
 
 
『 나무나무 - 국지원展 』

Kook Jiwon Solo Exhibition :: Photography







▲ 국지원, 130x87cm, Inkjet Print, 2011






전시작가 국지원(Kook Jiwon)
전시일정 2013. 05. 30 ~ 2013. 06. 05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길을 잃지 않는 나무

조상영(미술학 박사, 평론)


사람은 길을 잃을 때가 많다. 생각이 마음에 퍼지면 그 기운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느 드라마 대사를 되뇌어 본다.

“오빠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나는 말야 나무가 될 거야. 한번 뿌리내리면 다시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될 거야. 그래서 다시는 누구하고도 헤어지지 않을 거야."

나무는 길을 잃지 않는다. 한번 뿌리 내리면 다시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난 자리가 요람이면서 무덤이 된다. 사람이나 동물같이 분주히 움직여 먹을 것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무가 죽은 자리에 새로운 꽃씨가 떨어지면 죽은 나무가 거름이 되어 새로운 나무가 움트기도 하는데, 이것을 나무의 부활이라 칭한다.

일반 사람들은 나무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딱딱한 바보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소통과 협동을 하며 적을 물리치고 감정을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무는 나무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만일 나무가 사람처럼 매일 매일 알려주는 일기예보에 의존해서 살아간다면 단 한그루의 나무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나무는 길을 잃지 않고 오랜 세월을 살아낸다.



▲ 국지원, 35.5x23.8cm, Inkjet Print, 2013



▲ 국지원, 51x76cm, Inkjet Print, 2012



▲ 국지원, 34.1x50.8cm, Inkjet Print, 2011



▲ 국지원, 17x25.4cm, Inkjet Print, 2013



▲ 국지원, 17x25.4cm, Inkjet Print, 2013



작가 국지원은 나무를 찍는다. 그녀의 첫 개인전은 2005년도였는데, 「공존의 이유」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당시에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향한 관찰과 직관이 앵글과 인화지에 담기길 원하며, 소비의 대표적 공간인 백화점과 번화가를 뒤덮은 유명 모델들의 확대 출력 된 이미지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사람들을 흑백으로 포착한 사진들이었다. 이는 소비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을 고민해보자는 진지한 대화의 첫 물꼬였다.

확대 된 모델 이미지 옆!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한그루의 나무와 숲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번 두 번째 개인전 작품 제목들은 ‘나무나무’다. 나무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다보니 아주 오래전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사이에서 영원을 저버린 첫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나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엔 그 무엇인가 특별함이 있지 않나 싶다.

사진은 순간적인 상황을 촬영하기도 어렵지만 오랜 기다림의 연속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고가의 좋은 사진기를 구입하여 셔터만 눌렀다고 끝나진 않는다. 수없이 발품도 팔아야하고 피사체를 바라볼 때 유•무형의 총체적 시각도 필요하다. 이렇다보니 사진은 ‘찍는다’는 표현 보다는 ‘만든다’는 개념으로 통용되곤 하는데, 포토그래퍼들은 카메라를 통한 감정이입의 단계와 더불어 관람자(또는 소비자)를 향한 ‘정신의 거울’이 되는 마음까지 담길 갈망하기도 한다.

그녀가 나무와의 사이에서 공통의 감정이 생성 된 시점은 4∼5년 전이다.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등가(等價, Equivalent)적 감정이입은 나무들이 저마다 서 있는 자리를 존중하는 마음과 함께 타자와의 의사소통 또한 염두 해 두고 있는데, 이 등가성은 나무가 앵글 속 피사체로 선택되기 이전부터의 시선으로서 이제는 특별한 예술적 사유물로 상징화시키기에 부족함 없는 편안한 존재가 된 것으로 보여 진다. 어찌 보면 작가가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작가를 보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무는 그녀의 또 다른 분신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청댐 주변, 전라도 지역의 산과 바닷가를 누비며 하나의 나무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실선과 능선의 콘트라스트를 담백하게 담아내 보는 이의 감성을 살살 솟구치게 한다.

산다거나 혹은 살아가는 인간, 동물, 식물 모두는 선택의 연속적 순간 속에 존재한다. 작가가 나무를 촬영함에 있어 한그루 나무에서 두 개 혹은 세 개의 나무가 점진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숲으로 확장되는 단계적 접근의 시도로 읽혀진다. 어느 나무들은 구름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때론 찬란한 빛을 받고 있기도 하며, 의도적으로 포커스를 흐르게 한 부분도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홀로서기를 내면화하려는 굳은 의지의 반영인 듯 보이며, 자신의 연민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뜻하지 않나 싶다. 또한 사람의 얼굴을 닮은 친근한 두 그루 나무와 강한 바람에 의해 몽환적으로 흔들리는 숲의 거친 번짐은 군집된 인간사의 한 단면과 함께 어쩌면 인간의 덧없음에 대해 서로 몸을 비비며 비바람을 이겨낼 때 생겼던 교감의 순간을 은유적 시각으로 풀고 있지 않나 싶다. 특히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가운데 색채가 밝게 두드려져 보이는 나무가 있다. 이는 마치 칙칙한 우리의 삶 속에서 특별한 사명을 부여 받은 어느 누군가가 의미 있게 삶을 항해할 때 다가오는 순간적 끌림을 프레임 안에 함축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무들의 모든 활동은 우연히 일어난다기보다는 지적인 신호체계를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 시스템으로 가능하며, 이 호르몬들은 뇌의 역할을 한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과 계절에 따른 시련이 있을 지라도, 누군가에게 부여 받은 목적을 잃지 않고 땅과 하늘, 대기와 교감하길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는 그 자신만으로도 완전한 하나의 세계인 ‘숲’을 이룰 수 있는 생의 의지와 넉넉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 국지원, 130x87cm, Inkjet Print, 2011



▲ 국지원, 76x51cm, Inkjet Print, 2010



▲ 국지원, 50.8x34.1cm Inkjet Print, 2012



▲ 국지원, 60.9x41cm, Inkjet Print, 2010



나무는 생물학적 성장을 너머 혼(魂)적 움직임으로 충만하다. 그러기에 모자람 없는 지혜를 가진 셈이다. 이로써 작가는 나무에게 진정한 겸손을 배우고, 나무가 가진 생의 의지와 넉넉함을 자신과 타자에게 등가 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얽히고설킨 빼곡한 숲에서 조형적 질서를 끄집어내듯 그 질서의 원초적 시작과 목적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지 뚜렷이 체험하길 바란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시•공간적 흔적이 만들어 놓은 작가의 묵직한 존재성이 길을 잃지 않는 나무가 되어 숲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