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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욱展
 전시기간 : 2013-06-20 ▶ 2013-06-26
 참여작가 : 이강욱(Lee Kangwook)
 오 프 닝   : 
 

『 이강욱展 』

Lee Kangwook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강욱, 2013022, 조각채색, 25.5x35






전시작가 이강욱(Lee Kangwook)
전시일정 2013. 06. 20 ~ 2013. 06. 26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미술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법 : 이강욱편

이윤희(미술사)

이강욱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그가 2006년 대전의 대안공간 반지하의 운영자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사실 그는 ‘활동’했다는 말과 별로 어울리지 않게 반지하의 작은 의자에 몸을 접어 앉아 있거나 한 구석에 차린 한 사람 겨우 들어갈만한 공방에서 짜투리 나무를 깎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시기 이강욱은 종이에 콘테와 파스텔로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하여 말라붙은 듯한 사물들을 보여 주었다. 그는 당시 회화의 틀 내에서 되도록 색을 절제하고 형태를 평면화하는 식의 엄격한 규율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실험하였던 바, 문인화 전통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문방기물을 다루는 민화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묘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보여 주었다. 그의 작품이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한 초기에 대전시립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되고 소장되는 행운을 얻었고, 그가 중심으로 있었던 대안공간 반지하는 지역의 신선한 작가들이 모여드는 거점이 되었다.



▲ 이강욱, 2013061, 조각채색, 25.5x35cm



▲ 이강욱, 2013077, 종이, 혼합재료, 50x80cm



▲ 이강욱, 2013142, 종이에 혼합재료, 104x146cm


이강욱의 초기 작품은 방법적으로 회화 언어의 기본으로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삼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이 그것을 이차원에 표현하는 것이 회화의 시작이었으므로, 이차원의 회화는 삼차원의 공간과 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과 그 안의 입체물들을 얼마나 풍부하게 표현하느냐가 회화성의 척도였다 해도 다름없었던 시대를 지나, 회화의 회화적 특성으로서의 평면성이 과제로 주어졌던 시기가 도래했고, 이제 평면성의 억압 아래서 숨죽이고 있었던 형상들이 두서없이 뛰쳐나와 돌아다니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평면성이라는 것은 회화의 시대적 화두로 보자면 지난 시대, 모더니즘의 맥락에서 주로 이야기되던 것이지만, 그 평면성과 이강욱이 지향했던 평면성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서양 모더니즘 맥락에서의 평면성 지향은 제예술에서의 매체 환원주의라는 도저한 시대정신의 소산이지만, 이강욱의 평면성과 절색 지향은 회화 매체 자체의 한계로 집중하고자 하는 태도라기보다는 세계와 화가 자신이 관계맺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선을 긋고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여 튀어나오는 것들을 최대한 가라앉히는 그의 화면은, 에너지를 조금만 축적하고 조금만 사용하며, 멀리 나가지 않고 앉아서 세상을 보고자 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는 일종의 금욕적인 태도인데, 금욕이라는 것은 가라앉히고자 하는 욕망의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여 바로 다음 시기에, 작품의 저변에 드러나지 않고 눌려 있었던 형태와 색채의 아우성이 시작된다.

2009년 경 그의 매체는 종이와 콘테에서 나무와 아크릴 물감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나무는 그가 이전부터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매체이며, 대안공간 반지하의 아트상품(?)격인 소품들과 의자 같은 작은 가구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당시 소일로 만들었던 나무 소품들과 달리 새로이 시도되는 작품의 거대한 크기, 화려하다 못해 날것으로 보이는 색채는 예전 이강욱의 작품에 대한 애호가 있었던 이들에게는 충분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평면성과 절색을 지향하던 시기의 작품들은 작가가 무엇을 지향했는가와 상관없이 일종의 장식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장식성은 작품 안에 장식적인 요소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어느 장소에 갖다 놓아도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무엇과도 어울리는 속성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사려 깊으면서 목소리가 크지 않은 사람처럼 그의 초기 작품은 그 안에 별로 보이는 것이 없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있었던 반면, 나무들을 조각하여 채색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품들은 어딘지 모르게 좌충우돌하는 것 같은 형국을 띄게 되었다.



▲ 이강욱, 2013182, 종이에 혼합재료, 105x146cm



▲ 이강욱, 2013185, 종이에 혼합재료, 105x146cm



▲ 이강욱, 2013187, 종이에 혼합재료, 39x63.5cm


노래를 부르기 전 발성연습을 하는 소리나 연주 전 악기를 조율할 때 나는 튀어나오는 음들로 이루어진 곡처럼, 그의 작품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큰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책상 기물이나 물고기, 개 등의 작은 동물들이 소재가 되는 점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으나 사물들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얽혀 있고, 무엇보다 원색들이 한 작품 안에 난립하는 양상을 띠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작들에 비추어보았을 때 분명 특별한 의도의 소산일 것이었다. 회화의 태생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든 이전의 방식으로는 드러낼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싶었던 것이든, 그의 의도는 수렴 대신 발산을 하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그는 어쩌면 세계를 향해 한 발을 내딛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작품들에서는 그의 이전작들이 세계와 형성했던 관계, 즉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는 균형감이 깨지게 되었다. 물론 작품이 세계와 조화로운 관계여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세계의 균형을 깨는 것이 미덕인 작품들도 존재하지만, 이강욱의 변화가 의외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그가 늘 작품과 세계의 관계에 관한 아슬아슬한 균형의 지점을 잘 찾아내는 작가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러 균형점을 흐트러뜨렸고, 새로운 작품들은 전작들보다 세상에 물리적으로 한걸음 더 다가왔다. 다가온 한 걸음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다양했으리라 짐작된다. 예컨대 과묵한 사람의 뜻하지 않은 농담처럼 반가움을 자아낼 수도 있고 흠칫 뒷걸음질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다시 회화 매체를 본격적으로 잡았을 때, 그것은 초기의 작업의 특성과 나무 작업의 변화된 특성이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최근 몇 년간의 작품에서는 사물들이 초기와는 달리 얕은 입체감을 보이고 자연스럽고 선선한 색채감각이 더해져, 마치 이전 시기 작품들의 변증법적 합을 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다시 절제의 선을 긋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처럼 날서 있지는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반면 올해의 작품들에서는 배경을 이루는 행위적 선들의 조합과 그 위에 얹힌 사물들 사이의 삐걱거림이 느껴지지만, 이쯤 와서는 이 삐걱거림이 실존적인 불균형으로 보인다. 요컨대 그는 세계에 맞서 싸우는 상태도 아니고, 그 안에 기꺼이 속하는 상태도 아닌 것이다.



▲ 이강욱, 2013222, 조각채색, 25.5x36.5cm



▲ 이강욱, 2013224, 조각채색, 각 25.5x35cm, 가변크기



▲ 이강욱, 2013225, 조각채색, 가변크기


작가 자신은 이미 흥미를 잃은 작품의 방식을 세상이 원하니 평생 지속하는 경우도 있고, 혼자의 세계에 빠져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언어를 잃은 경우도 있으며, 그럴듯한 포장술과 사교성으로 관계의 점프를 일삼으며 세상을 속일 수 있다고 여기는 작가도 있다. 미술작품이 세상과 관계 맺을 수 있는 각종 다양하고 치졸한 방식들을 뛰어넘어, 그 밖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떻게든 세상에 드러나야,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작품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강욱의 작품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대단히 어정쩡하지만, 그 실존적인 대치상태가 그의 강점이다. 광대의 줄타기같은 위태로운 행보로 발걸음을 이리 저리 놓아보며 설 자리를 찾는 그의 태도가 그 자체로 그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