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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창익展
 전시기간 : 2013-08-08 ▶ 2013-08-21
 참여작가 : 장창익(Jang Changik)
 오 프 닝   : 
 
 
『 장창익展 』

Jang Changik Solo Exhibition :: Painting







▲ 장창익,140x95cm, 장지채색, 2008






전시작가 장창익(Jang Changik)
전시일정 2013. 08. 08~ 2013. 08. 21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장창익-지우고 덮는 필선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장창익은 여수반도 서쪽에 위치한 곳에서 그림에 전념하고 있는 작가다. 90년대 초에 그의 작품을 접한 이후 최근에서야 그의 근작을 보았다. 오래 전 작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근작은 2003년도부터 시작한 장지 작업이다. 그 시간동안 그는 오로지 작업에만 몰입했다고 한다. 전지 크기의 커다란 장지에는 먹과 채색물감이 몇 겹으로 올라간 흔적이 가득하다. 오로지 필선과 물감의 물성, 그 질료적 성질들만이 자유롭고 격렬하게 들어찬 그림이 있고 다른 하나는 꽃과 꽃잎, 댓잎이 굵고 단호한 윤곽선 아래 가득 펼쳐져있다. 커다란 형태를 지니고 먹 선으로 둘러쳐진 처진 윤곽선 안에 착색된 색채와 그 위로 물감이 비처럼 눈처럼 흐르고 내린다. 다른 대상은 지워버리고 오로지 꽃과 댓잎만이 가득하다. 당연히 색채 역시 단색조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 장창익,72.5x60.5cm, 수묵채색, 2002



▲ 장창익, 72x60cm, 장지채색, 2008



▲ 장창익, 73x36.4cm, 장지채색, 2008



▲ 장창익, 140x60cm, 장지채색, 2010



▲ 장창익, 164x132cm, 장지채색, 2011


전자는 해독 불가능한 문자를 연상시키는 자취들, 특정 문자의 꼴들이 해체되고 흩어진 듯한 형국이자 모종의 암시적인 부호, 기호의 어른거리는 잔영과도 같다.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붓질, 한 획들이 겹쳐지고 엇갈리고 무수히 누적된 결들이 ‘오버랩’ 되는 그림이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부적과 반구대 암각화, 갑골문자를 원용하는 작업이었는데 근작에도 역시 그러한 영향이 짙게 감돌고 있다. 그는 문자를 연상시키며 글자꼴과 유사한 붓놀림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가는 그것이 나무 목자, 큰 대자, 눈 목자, 꽃 화자, 뫼 산자 등의 문자에서 연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그 문자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은 그것은 모종의 서술화에 대한 욕망,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절박한 상황을 은유하는 것도 같다. 그 부분적이고 파편화된 것들, 토막 난 듯한 붓질이 엉기고 꿈틀댄다. 구체적인 대상을 표현하거나 지시하지 않는 붓질, 해독될 수 없는 문자꼴들이 정처 없이 유랑하거나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것은 온전히 에너지, 기운과도 같이 다가온다. 자신의 내부에 갇힌 것들을 밖으로 외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외침이나 호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모종의 틀들을 지우고 부숴버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듯도 하다. 혹은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의 표현이라는 모순성에서, 미술이 애초에 지닌 이 불구성에 대한 자조적인 토로는 아닐까?

거칠게 움직이는 필선은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고 단단한 외피로 덮어진 관념을 부수기 위한 방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경직되어 있다고 여기는 자신을 풀어내고 자유를 주기 위한 치유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모든 그림은 불가능성에 대한, 가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구적 표현이다. 애초에 추상은 재현에서 벗어난 것들을 드러내기 위한, 아니 재현 자체가 어려운 것들을 눈에 보이기 위한 추구였다. 결과적으로 추상은 역설적인 그리기다. 다시 그림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자 시각에 사로잡히거나 모든 것을 망막에 호소해왔던 미술의 역사를 반성하는 지점에서 몸을 내밀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그것은 이상한 그리기다. 그러나 추상은 한편으로 시각중심주의에 구멍을 내고 그림의 차원을 확장시켜왔다.



▲ 장창익, 23.1x15cm, 목판 설채m, 2012



▲ 장창익, 33x23.3cm, 목판설채, 2012



▲ 장창익, 33x23.3cm, 목판설채, 2012


장창익은 오랫동안 익숙한 동양화의 관습적 그리기를 몸에 익혀왔고 이후 그것을 지우고 해체하는 과정을 걸어왔던 것 같다. 지금의 그림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몇 겹으로 붙어있다. 그리기와 쓰기, 표현과 표현불가능 사이에서 붓질은 마냥 떨리고 흔들리고 누적된다. 다시 그 위로 주룩주룩 물감들이 흘러내린다. 바탕에는 무수한 붓질들이 얼핏 드러나고 그 위를 빗물처럼 물감의 액체성, 유동성이 범람한다. 중력의 법칙에 의해 물감들은 바닥을 향해 흘러내린다. 이 ‘드리핑’은 지우는 행위이자 동시에 그리기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배제시키지 않으면서도 그것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그로인해 납작한 평면의 화면은 다층적인 공간으로 번진다. 몸짓을 덮고 시간을 지우고 행위를 은닉하고 다시 그것들을 불러내고 보여주고 다시 덮는 과정이 뒤섞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다양한 선의 상태가 공존하고 칠하기와 긋기가 경계 없이 마구 혼재되어 있는 화면이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그림을 이루는 재료의 생생한 현존이자 그것을 그리고 있었을 작가의 상황성을, 그 몸짓과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음과도 것을 접한다. 그래서 나는 망막과 함께 청각과 다양한 몸의 감각을 통해 이 그림을 접하고 있다. 장창익이란 작가의 몸짓과 그 몸이 간직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난해한 감정과 사연을 다만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림은 그런 지점에서 작동하고 있다. 떨어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