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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e we are - 이미현展
 전시기간 : 2013-11-28 ▶ 2013-12-04
 참여작가 : 이미현(Lee Meehyun)
 오 프 닝   : 
 

『 Here we are - 이미현展 』

Lee Meehy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미현, run run run, 90.9x65.1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전시작가 이미현(Lee Meehyun)
전시일정 2013. 11. 28 ~ 2013. 12. 04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몸짓으로 표현한 보편적 관계에 대한 탐구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이미현은 사람들간의 ‘관계(Relation)’에 천착해온 작가이다. 그간의 전시에서 보여줬던 ‘고리’나 ‘심상’ 같은 주제들은 작가 자신의 내적 갈등과 타자와의 간극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였다. 고리는 작가 자신과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 기억의 편린들을 이어주는 관념적 연결자이고, 심상은 관념적 고리를 통해 연결된 기억의 편린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들은 주로 염색한 광목천에 나뭇잎을 덧대거나 잠재된 언어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거나 밝고 화사한 정물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사람들’ 전시부터 이미현은 작가 개인의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회의 보편적 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작품의 표현방법 역시 그간의 관념적 고리와 심상의 표현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실루엣을 통한 몸짓의 표정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몸짓은 서로 상심한 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등 돌린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듯한 간절한 몸짓을 보여주거나 또는 오해를 풀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의 몸짓으로 묘사되었다.



▲ 이미현, Companion,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Coexistence 1, 72.7x53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Everybody’s Fine 1, 90.9x65.1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Everybody’s Fine 2, 65.1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태생적 관계를 시작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학교, 종교, 직장, 동호회, SNS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관계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세상의 이치처럼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는데 사람이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다 생을 마치게 된다.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매일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매 순간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때론 불행하게 만든다. 이렇게 관계는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고 그 감정의 진폭은 우리들 삶의 질을 결정하기도 한다.

최근 많은 매체들은 먹거리에 대해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소위 이 음식을 먹으면 어디어디에 좋다 라는 식의 논리인데 이 좋다는 음식을 다 먹었다가는 돼지 조차도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사육된 인간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육체적 건강에만 경도된 지경에 이르다 보니 우리는 정신적•사회적 건강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했다. 입시에 몰린 교육이 그렇고 돈과 출세만을 추구하는 사회 시스템이 그렇다. 정신적 건강을 위한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기회는 상실되었고 ‘좋은 관계 맺기’가 핵심인 사회적 건강에 대해서도 역시 등한시 하게 되었다.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할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이 먹거리에만 집중되다 보니 균형잡인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회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이나 육체적 건강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 이미현, Here we are 1, 116.8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Here we are 2, 91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Here we are 3, 91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Love 1, 45.5x53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Love 2, 45.5x53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그런데 ‘관계’라는 개념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가족간의 관계로부터 시작하여 교우와의 관계, 이성간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고, 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또한 모두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통념적인 이상적 관계는 무엇이고, 그 이상적인 관계에 도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관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소통’, ‘배려’, ‘진정성’과 같은 의미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관계라는 것이 지속시간과 빈도에 비례하여 와해될 소지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런 일정한 거리두기 식의 고슴도치 딜레마는 이미현의 작품에서 자주 목도되곤 한다. 디테일이 생략된 단순화된 사람의 형상만으로 표현된 실루엣 군상들은 마치 우리가 사람들과 교류할 때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규범상 지켜야 할 최소한의 소통 방법과 위장된 정체성으로 관계를 맺는 행위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현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12년 ‘사람들’ 전시의 문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속선상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이번 전시가 지난 전시를 답습하거나 되새김질만을 하진 않는다. 관계 속에서 촉발되는 갈등과 화해의 몸짓 같은 극적인 긴장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갈등 구조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화해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3인용 자전거를 완벽한 팀워크로 질주하는 ‘Run Run Run’ 같은 작품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작품 제작방식에 있어서 이미현의 작품은 아주 독특한 과정을 거친다. 캔버스에 색을 칠하고 한지를 붙여 밑작업을 하여 적당히 말려 두고, 두꺼운 한지에 사람의 형상을 채색하여 오려낸 후 외곽을 돌아가며 바느질하여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둔 캔버스에 하나씩 붙여 나가면서 군상의 작품으로 완성한다. 이런 과정으로 제작된 완성작은 보기에 따라서는 서양화 같기도 하고 동양화 같기도 하고 꼴라쥬 같기도 하다. 캔버스에 채색된 사람 형상의 한지를 꿰매고 붙였으니 다채롭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굳이 어떤 특정 장르로 구분 지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 이미현, Start, 130.3x80.3cm x 2ea,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Wander 1, 90.9.x65.1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 이미현, Wander 2, 90.9.x65.1cm, Mixed Media on Canvas, 2013


이미현은 그간 5번의 개인전을 통해 작가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을 고통스럽게 지나왔다. 작품의 표현방식에 있어서의 새로운 시도와 접목이 그렇고, 주제 개념의 확장에 있어서도 분명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모호한 주제 표현방법은 좀더 구체화되어 명징해졌고, 주제의 관점은 개인적 관점에서 보편적 관점으로 확장 이행되었다. 특히 다양한 재료를 작품의 적재적소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은 높이 살만하고 주목할 대목이다. 이미현의 이번 전시는 ‘Run Run Run’ 작품으로 귀결된다. 3인용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이 다이나믹하게 묘사된 이 작품은 라이더 세명의 호흡이 얼마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인용 자전거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 없이는 구동이 불가능하다. 같은 호흡과 리듬으로 페달을 통해 힘을 전달할 때 비로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미현이 말하는 관계(Relation)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Run Run Run’ 인 것이다. 진지한 탐구로 이뤄낸 이번 작품의 성과 못지않게 이제 새로 펼쳐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사뭇 크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