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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수展
 전시기간 : 2013-12-26 ▶ 2014-01-08
 참여작가 : 이진수(Lee Jinsoo)
 오 프 닝   : 
 
 

『 이진수展 』

Lee Jinsoo Solo Exhibition :: Painting







▲ 이진수, 생각하는 사람, 45.5x38cm, Acrylic on Canvas, 2013






전시작가 이진수(Lee Jinsoo)
전시일정 2013. 12. 26 ~ 2014. 01. 08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다시 쓰는 우리시대의 동화(童話)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이진수는 그간의 전시에서 ‘동네 한 바퀴’, ‘섬’, ‘산중호수’와 같은 시리즈를 통해 일상의 경험과 여행 중에 마주한 자연이 주는 심상(心象)의 울림을 지극히 간결하고 단순한 구도의 형식으로 표현해왔다. 프랑스 유학시절 살았던 마을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단순화 시켜 모자이크 식으로 표현 하거나, 여행 중에 보았던 섬과 산중호수에 대한 느낌을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맑고 순수한 형태의 유토피아적 세계로 창조하였다. 이진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무슈우 팡세(Museur Pense, 상상하는 남자) 시리즈를 통해서는 감상자로 하여금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잠시나마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일상과 여행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들을 작가만의 조형적 방식으로 치환하여 표현한 이진수의 작품들은 행복한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하다.



▲ 이진수, 산중폭포1, 91x72.5cm,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산중폭포2, 91x72.5cm, Acrylic on Canvas, 2013


그러나 이진수의 작품이 처음부터 동화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그림만은 아니었다. 유학시절 그의 작품은 무겁고 어두웠다. 그것은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예술가로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독창성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 많은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것을 찾으려 했지만 이러한 몸부림은 오히려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 인위적이고 형식적인 작업에 빠져들 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의 과정을 통해 비로서 진정한 새로움의 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깨달음은 작가로서의 행보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두려움도 컸지만 그것은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반전의 시점(時點)이었다. 지금의 밝고 화사한 작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진수의 작품은 쉽고 편하게 읽힌다. 난해(難解)하다거나 번잡(煩雜)스럽지 않고 명확하다. 간결한 구도와 밝고 화사한 색은 그의 작품이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이진수는 작품을 통해 그 어떤 무엇을 이야기하거나 강요하거나 암시하지 않는다. 그저 따뜻함, 포근함, 동화적, 순수함, 평화로움과 같은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 등대가 있는 둥근 섬 위로 무지개가 피어 오르고 유유자적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호수와 그 호수 위를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리들. 이진수의 작품은 이런 평화로운 모습을 간결하게 동화처럼 보여준다. 그러나 이 동화는, 완성된 한 편의 동화는 아니다. 작가가 펼쳐놓은 이미지는 동화가 시작되는 서막(序幕)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을 투영(投影)시켜 작품에 동화(同化)되도록 유도(誘導)함으로써 한편의 동화가 완성되도록 자극한다. 이런 점에서 이진수의 작품은 보편성을 띈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보편적 예술작품이란 감상자가 단순히 감상적 쾌락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창조의 동기(動機)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위예술가(前衛藝術家)였던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중에 ‘4분 33초’라는 음악이 있다. 전통적인 3악장 구조의 피아노 음악이지만 악보는 비어 있고 악장기호는 3악장 모두 ‘침묵 TACET’ 뿐이다. 그러나 4분 33초의 연주시간은 그냥 침묵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주가 시작되면 연주자에게 집중된 청자(聽者)의 시선은 팽팽한 침묵의 긴장감으로 고조되고 깊은 정적(靜寂)에 빠져든다. 4분 33초 동안 침묵의 연주 사이에는 기침 소리나 삐그덕 거리는 의자소리와 같은 연주회장의 소음들이 우연히 개입되어 전혀 예견(豫見)치 못한 새로운 형태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모든 사람들에게 표피적(表皮的)으로 동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마음으로 듣는 내면의 울림은 모두 다르다. 그것은 그 음악이 연주될 때의 환경과 여타 조건들 그리고 그 음악을 수용하는 개개인의 감성과 지적 성향에 따라 자기만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4분 33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음악이지만 그 음악은 반복 연주될 때마다 듣는 사람과 많은 변수(變數)들에 의해 항상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 되는 것이다. 이는 따뜻함, 포근함, 동화적, 순수함, 평화로움과 같은 이미지로 표현된 이진수의 작품이, 감상자의 상상이입(想像移入)이 더해져 감상자만의 이야기로 재생산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 이진수, 불꽃놀이1, 91x72.5,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불꽃놀이2, 53x45.5,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불꽃놀이3, 53x45.5,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섬의 축제, 91x72.5, Acrylic on Canvas, 2013


이진수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에는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직설적 화법을 들 수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근작에서 보여줬던 여러 시리즈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중첩되어 표현된다는 점이다. ‘섬’ 시리즈에 ‘동네 한 바퀴’ 시리즈의 집들이 함께 등장하고, 그 위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불꽃놀이’ 시리즈는 이런 이미지의 중첩과 통합에 의해 만들어졌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불꽃놀이’ 라는 소재를 새로이 다루기 시작했다. 불꽃놀이는 축제나 큰 행사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볼거리다. 쏘아 올린 타상연화(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폭죽)는 폭음(爆音)과 함께 몇 차례 불꽃을 일으키며 각양각색(各樣各色)의 형상으로 하늘을 수놓는다. 찰나에 보여지는 불꽃은 황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찰나의 불꽃은 허무하다. 허무함은 우리 인생의 젊음과 닮아 있다. 영원할 것 같은 화려한 젊음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지나간 젊음은 다시 되돌려지지 않는다. 다시 되돌려지지 않는 젊음 또한 허무하다. 이진수는 이런 허무한 불꽃놀이의 화려한 찰나를 포착해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슈우 팡세는 자신의 뒤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통해 화려했던 시절을 멜랑콜리(Melancholy) 하게 반추(反芻)하고 있다. 이전의 무슈우 팡세가 보여주던 막연한 생각과 상상들은 불꽃놀이를 매개로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회상으로 구체화되고 선명해진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도착한 님의 산중 작업실에 짐을 풀고 담소를 나누다 맑은 산 공기가 생각나 창문을 여니 솔향 가득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까이에서 계곡물 소리가 들려온다. 다음날 아침 자욱한 안개가 거치고 보니 어제 저녁 어두워 보지 못한 산중계곡의 비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 서둘러 옷을 추스르고 간편한 슬리퍼에 밤이슬 모인 계곡물에 내 마음 씻어볼까 싶어 수건 한 장 두르고 산장을 나선다.” - 작가노트 중에서 -



▲ 이진수, 섬1, 53x45.5cm,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섬2, 53x45.5cm, Acrylic on Canvas, 2013



▲ 이진수, 섬3, 53x45.5cm, Acrylic on Canvas, 2013


얼마 전 지인의 작업실로 여행을 다녀온 작가는 그날의 느낌을 작가노트에 적어 두었다. 작가노트 중 “자욱한 안개가 거치고 보니 어제 저녁 어두워 보지 못한 산중계곡의 비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다”라는 묘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산중폭포’ 시리즈로 탄생되었다. 이번 전시는 ‘불꽃놀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면서도, 이전 작품처럼 여행을 통해 마주한 자연이 주는 심상의 울림과 같은 작품들 또한 함께 선보인다. 이진수는 맑고 순수한 작가다. 주지하다시피 작품은 작가 내면의 결과물이다. 이진수가 보여주는 순수하고 화사한 작품들을 보면, 그는 분명 험악한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겨준다. 우리시대의 동화를 새롭게 다시 쓰고 있는 이진수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된다.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