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익 목판화展 』

Jang Changik Solo Exhibition :: Woodcut






▲ 장창익, 花, 24x23.8cm, 목판화 채색, 2013





전시작가 ▶ 장창익(Jang Changik)
전시일정 ▶ 2014. 01. 16 ~ 2014. 02. 05
초대일시 ▶ 2014. 01. 16 AM 11: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 온몸으로 새긴 인고의 칼질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장창익은 다재 다능하고 열정적인 작가다. 남농 허건(許楗)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사군자를 배우고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다방면에 걸쳐 폭이 넓고 다양하다. 그림을 처음 배우며 시작한 서양화, 열심히 그려간 그림에 별다른 가르침도 없이 “좀 더 해봐”라는 말로 일갈(一喝) 하는 스승 남농으로부터 사사 받은 사군자, 대학서 공부한 동양화, 25년 넘게 겨울이면 한 해를 정리하듯 꾸준하게 작업해온 목판화, 그리고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장창익의 재능과 열정을 대변해준다. 얼마전 3년 여에 걸쳐 정리한 방대한 작업의 작품목록을 보고 작가 자신도 놀랐다는 장창익은 운명적으로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시작하여 이제까지 30여 년 동안 초지일관 작품에만 매진하여 5,0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는 작가는 그간의 지난(至難)했던 인고와 역경의 시간을 ‘그것은 천형(天刑)이었다’ 라고 회고하면서 아직도 작품에 대한 갈증과 부족함이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수줍게 고백한다.

▲ 장창익, 지킴이, 34.5x25.5cm, 목판화, 1988

▲ 장창익, 새뚝이, 32x31cm, 목판화 채색, 1988

▲ 장창익, 섬, 61x40cm, 목판화 채색, 2003

▲ 장창익, 休, 23.5x16.5cm, 목판화 채색, 2006

다재 다능함으로 꾸준히 제작해온 다양한 작품 중에 장창익의 대표적인 장르는 채색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으로 생활이 안정되고 작가로써 어느 정도 경륜(經綸)이 쌓여가던 2003년경부터 채색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때 민중미술 작품을 하기도 했지만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민중미술이 퇴조하면서 장창익도 수년간의 방황을 거쳐 자연의 대상을 작품의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 그의 채색 작업은 주로 꽃과 나무를 다루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예쁘고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꽃과 나무들과는 사뭇 다르다. 전지(全紙)에 굵은 선으로 윤곽선을 만들고 그 윤곽선 안에 단색조로 층층이 쌓아 올려 채색한 꽃과 나무들은 무한한 힘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무한한 힘의 느낌은 꽃과 나무 위로 흘러 내리는 꽃비에 의해 중화(中和)되고, 꽃비는 작가가 그동안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으로 흘렸을 눈물로 바뀌어 처연(凄然)하게 다시 흘러 내린다. 채색 작품 중에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작품군은 문자추상이다. 한자(漢字)의 나무 木, 큰 大, 눈 目, 꽃 花, 뫼 山과 비슷한 글자 모양의 붓놀림에 의해 그려진 문자추상의 독특함은 문자 자체의 기하학적 형상들을 변형과 해체를 통해 재구성하는 고암 이응노(李應魯)의 문자추상 작품과는 또 다른 장창익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서예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몇몇 동료작가들과 의기투합하여 열게 되었다는 목판화 전시로 시작된 장창익의 목판 작업은 그의 작품세계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장르가 되었다. 1980년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력 진압과 군사 정권에 대한 저항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던 시기로 미술 흐름의 한 형태인 민중미술이 태동하면서 오윤(吳潤) 같은 작가들에 의해 목판화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장르로 부각(浮刻)되었다. 오윤은 평소 전쟁의 고통과 억압받는 민중의 비참한 삶을 주제로 하는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인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의 작품과 중국의 노신(魯迅)이 주도했던 목판화 운동, 멕시코의 3대 벽화가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 호세 크레멘테 오로스코(Jose Clemente Orozco)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그들의 사상으로부터 깊은 감화(感化)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오윤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역할과 소수의 계층만이 향유하는 순수미술의 한계에 대한 문제들을 목판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목판화는 간결함과 굵은 선이 뿜어내는 힘찬 표현력을 특징으로 들 수 있는데, 이는 민중미술에 가장 적합한 표현방식이었고, 또 칼과 나무만 있으면 언제든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간편함까지 더해져 많은 작가들이 목판화 작업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목판화는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민중미술의 퇴조와 미술시장의 상업 논리에 의해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이제 소수의 작가들에 의해서만 명맥(命脈)을 이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 장창익 꿈, 23.5x16.5cm, 목판화 채색, 2007

▲ 장창익, 봄, 23.5x16.5cm, 목판화 채색, 2007

▲ 장창익, 반, 24.6x15.7cm, 목판화 채색, 2008

▲ 장창익, 壽, 24.6x15.7cm, 목판화 채색, 2010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장창익의 이번 목판화 전시는 아주 의미 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시장 논리에 의해 침체되어 있는 목판화 작품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과 또 작가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5년 넘게 매진해온 목판작업을 정리하고, 그간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眺望)해 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장창익의 목판화 작업은 시기별로 크게 세 가지 형태의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목판작업을 막 시작한 1980년대 말 무렵의 단색판화이다. 그 당시 민중미술의 태동과 더불어 목판화와 벽화, 걸개그림 같은 형식의 작품이 많이 제작되었는데, 장창익도 ‘통일 염원’ 시리즈와 같은 일련(一連)의 작품들을 판에 먹을 묻혀 찍어내는 전통적인 단색(單色)판화와 약간의 채색을 곁들인 방식으로 목판화를 제작하였다. 두 번째는 단색판화에 색채를 칠하는 가채(加彩)판화인데 채색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3년경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이 이에 해당된다. 채색 작가답게 목판화 작업에도 채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적용하였는데 작품의 내용 역시 채색화에서 다룬 자연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오리지널 멀티플(Original Multiple) 작품으로 단색판화에 의도적으로 에디션마다 고유한 색을 선택하여 각기 다른 채색을 하는 방식이다.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한 여러 색의 마릴린 먼로 작품이나 종이 부조에 각기 다른 분위기로 채색한 이왈종의 작품이 매우 유사한 개념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장창익의 오리지널 멀티플 작품은 목판에서 종이에 찍어내는 작업은 전통 방식과 동일하지만, 그 이후의 작업은 작품의 대부분을 붓으로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채색화에 가까운 목판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목판화는 아니지만 장창익의 판화작품 중에는 1998년 한해 동안 일기 형식으로 작업한 모노타입(Monotype) 작품이 있다. 모노타입은 판화 중에서 유일하게 한 장만 찍어 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유리나 아크릴, OHP필름과 같은 물감이 침투되지 않는 미끄러운 판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종이에 찍어내어 우연의 번짐 효과로 작품을 제작하는 판화 방식이다. 장창익의 모노타입 작품은 주로 비구상 작품으로 종이에 찍어낸 후에 오브제를 붙이거나 짧은 일기 형식의 글을 써 넣은 것이 특징이다.

“혈관을 타고 들어오는 이름 모를 우윳빛 액체는 어지러운 꽃들처럼 헤집고 다닌다. 나른한 봄, 벚꽃잎이 온 몸을 헤집고 다니며 몽롱한 세상을 만들어 준다. 다시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환자가 되어 있다. 보름만의 외출은 피곤하다.” - 작가노트 중에서 -

▲ 장창익, 落花, 33x23.3cm, 목판화 채색, 2012

▲ 장창익, 三月, 23.1x15cm, 목판화 채색

▲ 장창익, 九節, 24x23.8cm, 목판화 채색,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