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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상草像 - 성민우展
 전시기간 : 2014-02-27 ▶ 2014-03-12
 참여작가 : 성민우(Sung Minwoo 成民友)
 오 프 닝   : 성민우(Sung Minwoo 成民友)
 

『 초상草像 - 성민우展 』

Sung Minwoo Solo Exhibition :: Painting







▲ 성민우, 초상_며느리배꼽, 97c162.2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전시작가 성민우(Sung Minwoo 成民友)
전시일정 2014. 02. 27 ~ 2014. 03. 12
초대일시 2014. 02. 27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풀과 사람

성민우

나에게 있어 풀은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싶고
그들을 연민하고
그들을 닮고 싶은
그런 대상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걷던 어느 날, 유심히 바라보게 된 흔한 풀 하나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풀로 이야기를 대신해 왔다. 심리적, 환경적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이 나에게 허용되지 않던 때 흙속에 얕게 뿌리를 박은 풀은 내 감정을 이입하는데 무엇보다 좋은 생물이었다. 우기와 건기를 지나며 놀랍게 생장하는 그들의 생명력으로부터 나는 에너지를 얻었고 방출할 수 있었다. 어느 날 풀은 슬프고 힘든 나의 개인사를 기록해 주었고, 나를 위한 연민을 허락해 주기도 하였다. 가벼운 만남이 깊게 이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진 듯하다. 풀의 생명력이 인간의 핏줄로 전이되면서 사람의 신체를 풀로 감싸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나의 풀들은 자연과 인간 혹은 자연과 인간의 몸을 하나로 보는 생태학으로 이해되고 있다.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말라죽기까지의 일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흔한 일년생 풀들은 나의 삶을, 인간의 삶을 대변해 주는 적극적인 매개체가 되어 주고 있다.



▲ 성민우, 초상_달맞이와 환삼덩굴, 162.2x30.3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가시상치와 며느리밑씻개, 162.2x130.3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큰방가지똥, 116.8x182cm x 2ea,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여름여뀌, 116.8x80.3x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겨울달맞이, 116.8x80.3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풀을 살피고 위안을 얻던 나는 이제야 용기를 내어 나와 같은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연민하는데 적극적이 되었다. 그리고 풀과 인간의 생태는 유사하지만 생태의 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본 나와 사람들은 풀과 닮았다. 풀처럼 연약하고 풀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풀처럼 짧은 생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들이 풀과 다른 점은 외롭다고 외롭다고 소리친다는 점이다. 나는 풀과의 친밀함과 관계를 의지하여 나와 더욱 닮은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의 관계맺음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인간이 시적으로 문학적으로 풀어 논 풀들의 삶은 인간의 삶을 미화시키는데 쉽게 이용되곤 한다. 바람 부는 날의 풀처럼 우리도 서로를 의지하고 붙잡아주며 살아간다는 식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 관계맺음으로 우리를 설명하기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너무 깊어 낯간지럽다. 풀, 그들의 생태는 솔직하고 분명하게 생과 번식, 그리고 죽음으로 반복된다. 인간은 절대 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삶에 대하여 어떤 소리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끊임없는 욕망을 표현하고 소리 내며 살아간다. 특히 인간의 사회적 관계는 꾸준히 누군가와의 친밀한 관계맺음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는 혈연적 혹은 정서적 친밀감 내지 연대감을 강조하는 인간 사회의 특성상 친밀한 누군가와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서 관계유지에 연연하게 되는 상황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유지에 대한 집착은 상대에 대한 의존과 더불어 자아정체성의 결여를 가져오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에 연연하는 모습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된다. 집단 내에서 혹시나 나만이 소외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내가 관계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욕심을 부리거나, 무리수를 뒤서라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핸드폰의 메신저 창이나 카톡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과 직접적인 만남이 어색해지고 온라인상에서 혹은 메신저 창을 통해서만 능숙하게 소통하는 모습이다. 사랑하는 남녀관계,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 직장 동료 혹은 동호회원들 간의 관계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혼과 출산, 혈연관계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사회 조직에서의 사람들이 맺어온 관계들은 다양한 미디어와 소통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복잡해지고 대다수의 현대인들을 관계중독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외롭다고 슬퍼하고 외롭다고 아우성친다. 관계는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시시때때로 확인받는데도 말이다.

풀들은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외롭다고 죽지 않는다. 외롭게 존재하면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고 죽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죽기 때문이다. 그것이 풀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외로워서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외롭지 않기 위해 관계를 맺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맺어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우울해지고 외로워진다. 나의 관계들, 나의 관계 중독을 돌아본다. 지긋지긋한 관계맺음에 매인 나에게서 자유롭고 싶다. 스스로를 깊숙이 바라보고 타인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다보면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내가 풀과의 관계를 깊이 오래도록 가져온 것도 아마 풀에 대한 의존증 내지 중독이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의존증을 바탕으로 한 관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이다.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풀들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으로 나와 닮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러나 조심해야겠다. 사람들은 아주 자주 관계에 중독된 사랑을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 성민우, 초상_망초, 116.8x91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고들빼기와 환삼덩굴, 72.7x60.6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씀바귀, 53x45.5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손, 33.4x24.2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손, 33.4x24.2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 성민우, 초상_손, 33.4x24.2cm, 비단에 채색과 금분, 2013


외로움과 관계맺음의 초상

혼자 있어 쓸쓸하다는 의미를 가진 외로움이라는 말에서는 깊은 슬픔의 무게 보다는 가벼운 공기가 느껴진다. 인간은 늘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바란다. 사회라는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이 됨으로서 내적 평온함을 찾으려 한다. 꾸준히 친구와 이성을 필요로 하고, 가족을 구성하고,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며 그 소속감을 바탕으로 외로움을 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맺음에서 이탈되었다고 느낄 때 우울함을 느낀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매체들은 우리에게 누군가와의 소통을 기대하며 살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매체의 발달과 빈번한 소통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은 더 자주 더 깊게 나타난다. 걸려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외로움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증상은 관계맺음의 중독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외로울 필요가 있다. 스스로 습관적인 관계맺음으로부터 소외되어야 한다. 관계맺음으로부터의 자발적 격리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외로움은 다른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내 안에 깊이 들여놓는다면 그 외로움은 타인과의 결별이 아닌 나 자신과의 깊은 조우가 될 수 있다. 외로운 나를 들여다보고, 비워내고, 그 안에 들어가 나를 만나야 한다. 외로움이 나를 해독시키면 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등이 아닌 얼굴을 들이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관계하고 통할 것이다.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