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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옥현展
 전시기간 : 2014-03-13 ▶ 2014-03-19
 참여작가 : 윤옥현(Yoon Okhyun)
 오 프 닝   : 
 

『 윤옥현展 』

Yoon Okhy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전시작가 윤옥현(Yoon Okhyun)
전시일정 2014. 03. 13 ~ 2014. 03. 19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기억방울, 자아발견으로의 시냅스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우리들 대다수는 거의 정해진 사회ㆍ교육ㆍ문화시스템의 틀 안에서 교육받으며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또한 사회인이 된다. 그러나 작금(昨今)의 획일적인 시스템들은 개인 고유의 개성과 아이덴티티(Identity)의 발현(發現)에 그다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 듯 하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장점들은 제대로 발휘되기도 전에 묻혀 버리거나 묵살되어 버리고 오로지 사회적 성공을 위한 지식과 정보로 무장된 기계적인 인간으로 양산(量産)되고 있다. 개개인이 지닌 우수한 자질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발달 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고 실용적 기능 따위의 교육에만 치우치는 출세주의 시스템만 존재할 뿐이다. 결국 이런 시스템에 의해 양산된 우리들 대다수는 창조적ㆍ인문학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정해진 패턴의 범주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무의미한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72x60cm, 2013


늦깎이 작가 윤옥현의 모습 또한 이런 우리들 대다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별다른 고뇌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일상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고, 정규화된 시스템이 양산하는 규범적인 사회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반복된 일상속에서 어느 날 작가는 문득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다양한 시도와 좌절을 반복한 끝에 미술이야말로 그 깨달음에 대한 구원의 답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미술과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삼십대 후반의 영국유학에서의 미술공부는 윤옥현에게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遭遇)를 경험함과 동시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매개체(媒介體)가 된 것이다.

윤옥현의 회화작품을 처음 대할 때의 느낌은 매우 인상적이면서도 환타스틱하다. 그것은 마치 무한히 펼쳐지는 신비스런 은하(銀河)의 느낌과도 같은데, 수없이 증식되며 묘사되는 둥근 원들은 중첩과 해체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조형적 형상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윤옥현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형상들이 특별하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 둥근 원들은 구슬이나 물방울 같기도 하고 세포 덩어리들의 군집(群集) 같기도 하고 때론 개구리 같은 양서류(兩棲類)의 알(卵) 같기도 한데 나는 그것을 윤옥현의 ‘기억방울’이라고 부르고 싶다. 자아발견을 위한 방편으로 시작한 미술에서 윤옥현이 처음으로 선택한 주제는 ‘기억(記憶)’이었다. 기억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들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다시 생각해 내는 행위로써 일상적인 인상이나 경험과는 크게 다르고 아주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윤옥현이 선택한 ‘기억’이라는 주제는 자아발견으로의 시냅스(Synapse)이며 최적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윤옥현의 회화작품에서 표현되는 ‘기억방울’은 그간의 작품에서 그 연원(淵源)을 찾아 볼 수 있다. 1. 실타래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기억’을 표현한 작품에서 기억을 상징하는 수 많은 형형색색의 둥근 실타래가 풀려 서로 얽히고 설키고 감싸며 어지러이 놓이면서 작가의 특별했던 어떤 시점의 기억들을 설치작품으로 표현하거나 2. 종이를 이용한 작품에서는 신문이나 잡지를 물에 적신 다음 물먹은 종이를 조금씩 찢고 뭉쳐서 하나의 커다란 기억덩어리로 만든 후 그 위에 다시 형형색색 작은 크기의 기억 알갱이들을 붙여 자아발견을 위한 단초(端初)로 표현 하기도 했으며 3. 유학시절 살던 도시와 다니던 학교의 기억들을 골프공 크기 만한 일정한 크기의 기억덩어리로 만들고 그것들 하나하나를 모두 연결하여 긴 로프처럼 길게 늘어뜨린 후 신발 뒤꿈치에 매달고 기억의 장소에서 끌고 다니며 기억의 재생과 함께 다시 그곳에 새로운 기억을 각인하는 아주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하거나 4. 작가의 몸 전체를 실로 얼기설기 감싸 인간 실타래가 되어 특별한 기억의 장소에서 사람들과 재회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작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재료와 행위로 표현된 하나의 둥근 원은 기억에 대한 상징으로 귀결되어 ‘기억방울’의 모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윤옥현의 작품은 ‘기억’이라는 주제로 자아발견을 실현하기 위해 구현했던 그간의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던 설치작업과 퍼포먼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회화작품들이다. 재료의 특성과 표현방식으로 인해 이전의 작품들과는 약간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기억방울’로 명명(命名)된 둥근 원이 회화작품에서도 ‘기억’을 상징하는 최소 단위로 사용되고 있으며, 설치작업이나 퍼포먼스를 통해서 표현했던 것처럼 자신의 기억들을 회화적으로 진솔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기억방울에 대한 회화적 묘사는 아주 단순한 둥근 원의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을 거쳐 여러 레이어(Layer)를 가진 기억의 덩어리들로 확장되는데, 이렇게 표현된 수 많은 기억방울 군집의 형상은 심연(深淵)의 바닷속 같기도 하고 장대(張大)한 우주 같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구상작품 같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어떤 구상성을 염두해 두지 않고 단편적 기억들을 즉흥적인 조형적 감각과 판단에 의해 나열하여 얻어지는 우연의 조형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윤옥현의 작품은 의도하지 않은 우연성이 만들어 내는 비구상과 구상이 혼재된 경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90x72cm, 2013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116x97cm, 2012



▲ 윤옥현, Untitled, Oil on Canvas, 92x72cm, 2013


윤옥현이 자아발견을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여 30대 후반에 시작한 미술은 어느덧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서야 뒤늦은 첫 번째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미술을 하는 작가들의 목적은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오로지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고 자아발견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늦은 나이에 미술을 공부하겠다는 선택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것이다. 윤옥현이 그간의 배움과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얼마만큼의 의도한 목적을 달성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그 자체가 자아발견의 큰 성과라 할만하다. 앞으로 작가로서의 삶과 그 삶 속에서 진정한 자아발견은 더 힘겨울 것이 자명(自明)하다. 그러나 그 길은 고통이나 역경 없이는 다다를 수 없는 길이다. 기대와 응원을 보내며,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