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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호展
 전시기간 : 2014-06-12 ▶ 2014-06-25
 참여작가 : 유병호(Yu Byoungho 兪炳昊)
 오 프 닝   : 2014-06-12 PM 06:00
 


『 유병호展 』

Yu Byoungho Solo Exhibition :: Painting








▲ 유병호, bluecode-15(여름이야기), 53.0x45.5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전시작가 유병호(Yu Byoungho 兪炳昊)
전시일정 2014. 06. 12 ~ 2014. 06. 25
초대일시 2014. 06. 12 PM 6: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기하학적 정원에서 피워낸 본질에 대한 사유

조상영(미술학 박사, 미술평론)

I
유병호 작가는 경계를 넘나들거나 혹은 그 경계에서 여러 영역들을 흡수하고 확장하는 작업들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 패턴들은 단순한 이론적 신념이 아닌 작가의 일상적 시선과 행위에 의해 퇴적된 미학적 성향으로 어우러진 것이라 여겨진다.

작가는 1978년부터 1992년까지 ‘19751225’의 멤버로 활동하며 해프닝과 야외작업(당시 멤버들이 ‘옥외작업’으로도 불렀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야투(野投)의 자연미술 활동과 1985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교토 시립 예술대학 판화과에 입학하여 일본의 구타이 그룹의 멤버였던 요시하라 히데오에게 다양한 미학적 이론과 판화에 대해 사사받으면서 한국과 일본의 실험미술을 융합시키는 다층적 사유를 경험하였다.

이후 행위, 설치, 회화, 판화를 통합하거나 해체하면서도 각자의 영역이 지닌 경계를 대치 상황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사유와 감성을 재발견하는 순환통로가 되고 있다.




▲ 유병호, blue & jazz-7, 45.5x45.5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 유병호, blue & jazz-8, 72.7x60.6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 유병호, bluecode-03, 40.9x31.8cm, Oil & Acrylic on Canvas, 2013




▲ 유병호, bluecode-06, 60.6x60.6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II

현대인들에게 일상이란 살아있다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고달프고 치열한 실존의 무게로 힘겹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 고독을 떨쳐내기 위해 고즈넉한 자연과 마주할 때 자신의 트라우마가 치유되고 내려놓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작가에게도 자연은 예술적 모티브이면서도 경외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마음은 파동 에너지를 담는 그릇으로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파동을 불러오게 되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자연물은 고유한 생전기적 파동을 지니고 있는데, 땅, 물, 하늘, 식물의 형태와 색채, 소리, 바람 등에서 평안하고 긍정적인 파동이 인간의 마음에 전달되어 균형 잡힌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해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기도 하지만 작업실 앞 정원에서 계절의 순환에 따라 나무나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자연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삼투된 지 오래다.

이번 개인전 작품을 무심코 보고 있으면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단 대부분의 작품 패턴이 색면들로 넓게 처리한 공간이 보인다. 중앙 부위에는 길쭉한 사각 세로줄과 가로 면들이 층층이 관통하거나 정답게 마주하고 있다. 이는 마치 산의 능선이 다른 능선과 떨어져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붙어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기도 하며, 촘촘히 나무가 붙어 있는 것 같지만 적절한 공간적 차이가 존재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조형적 원리와 요소들의 순간적인 관계를 시각화한 것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경험들이 있을 것인데, 복잡한 도시나 자연을 이루고 있는 형태나 색들이 차츰 차츰 단순하게 된다. 분명히 지상에서 보던 디테일한 형태나 색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에는 각각의 부분이 서로 통합되어 사각, 타원형, 삼각형 등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들로 구조화되어 마치 균질회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을 향해 좀 더 논리적인 접근을 해보도록 하자. 일단 자연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기하학적 도형들을 화면에서 무한히 등장시켜 왔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기하학학적 도형들을 다양하게 표현해 왔는데, 이는 영원한 신의 특징을 내포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며, 수학, 건축, 과학, 음악, 미술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창작의 진원지이며 발원지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인간, 동물, 식물 등의 세포나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미립자부터 우주 그리고 인간의 눈이 식별할 수 있는 수식에는 기학학적 패턴과 디자인, 구조가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기하학적 도형은 우리에게 가시화되지 않지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든 것의 형태와 건축적 근간을 이루는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것이 그것이게 끔 하는 것’ 즉 ‘본질’에 대한 사유로서 기하학적 도형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계하여 볼 때 작가의 과거나 현재에 제작 된 드로잉과 회화, 판화 작품을 보면 대부분 직선, 곡선, 사각형, 삼각형, 원 등 기하학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상호연결성, 분리불가능성, 통합성을 지니고 있는 미스터리한 기하학의 출현이 자연발생적인지 누군가 주입한 것인지를 탐구하는 일은 작가를 명상적이고 절대적인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깊이 있는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명도가 높은 흑, 백, 청, 황, 적색이라는 오방색을 사용하면서 기하학적 도형들이 중첩되어 색면 추상이나 하드에지의 큰 흐름 속에 숨 쉬고 있음은 물론이고, 단지 무심코 면을 쪼개고 나누는 무의미한 행위를 벗어나 색채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 명상과 사색의 세계로 관람자를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자연은 한낱 우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모름지기 특별하게 성장하며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자연의 존재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어느 관점에서는 절대자의 성품으로 여기고 어느 관점에서는 진화의 산물로 여긴다.

작가는 자연을 바라보며 거룩한 세계가 있고 거룩한 절대자의 시작이 개입되었다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오방색을 오랫동안 사용한 이유는 균형과 통합을 이루어야 세상 만물이 조화롭고 질서 있게 유지된다는 상호작용과 교감사상이 있기 때문에 상생과 상극에 맞추어 균형 있게 색채를 사용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나의 색이 큰 면적을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고 대담하고 질서정연한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일루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조형방식과 마티에르를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작가는 자연을 자연이게 하는 기하학적 속성에 따른 형태와 여백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원색이 화면을 장악하면서 내면에서 떠오르는 본질적인 자연 이미지를 추상적인 색면 기호로 축조하는 기하학적 정원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 유병호, bluecode-10, 72.7x72.7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 유병호, bluecode-11, 53.0x45.5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 유병호, bluecode-12, 72.7x60.6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 유병호, bluecode-13, 53.0x45.5cm, Oil & Acrylic on Canvas, 2014



III

과학기술의 발달은 미술의 영역을 융합, 확장, 재분류 시키고 있다. 이제 미술은 다른 종류의 영역과 장르들이 녹아 서로 섞여 있기 때문에 어떤 것들은 미술작품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작가가 체득한 각각의 카테고리들의 융합은 현란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합은 아니지만, 세계의 본질을 사유하기 위한 단서를 유추해내고 심화시키는 과정에서의 정신적, 미학적, 철학적 융합이기에 그 의미는 중요하다. 기하학적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며 피워낸 본질에 대한 사유는 유병호의 마음과 화면을 비울 수 있게 해주어 초연한 작품 세계를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