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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나展
 전시기간 : 2014-07-24 ▶ 2014-08-06
 참여작가 : 박한나(Park Hannah)
 오 프 닝   : 2014-07-24 AM 11:00
 
 
 
『 박한나展 』

2014 모리스갤러리 영아티스트 :: Painting








▲ 박한나, 빛이 이미 그곳에(John 1;4), 130x130cm, Oil on Canvas, 2012







전시작가 박한나(Park Hannah)
전시일정 2014. 07. 24 ~ 2014. 08. 06
초대일시 2014. 07. 24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공존과 소명을 발견하는 사유의 그릇

조상영(미술학 박사, 평론)

I
사유(思惟)는 깊이 생각하여 대상을 구별하고, 살피고, 추리하고, 헤아려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스칼은 인간이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이지만,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올바른 사유에 있다고 피력했다. 올바른 사유는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타자와 바른 관계를 가질 때 참다운 삶에 대한 사유가 아닐까 싶은데, 때때로 현대적인 수식과 물질의 향연에 빠져 사유만을 위한 사유로 관계가 무시되고 현실이 무력화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 박한나, With light, you(John 1;9), 61x61cm, Oil on Canvas, 2014




▲ 박한나, 빛과 바람의 협주곡(Psalms 100; 4), 110x60cm, Oil on Canvas, 2012




▲ 박한나, 빛으로 춤추는 나그네(Psalms 43;3), 100x65.5cm, Oil on Canvas, 2013



II

박한나 작가는 사치와 물질에 범벅된 사유를 경계하며 공존과 소명이 담긴 공동체적 삶을 그릇에 담고 있다. 소명은 삶의 끝자락에서 불현 듯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주변이 바뀌길 기대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올바른 사유의 힘을 통해 가치관이 먼저 변하고 그에 따른 행위가 변화되는 것이다. 이에 작가의 그릇에 담겨진 신앙적, 미학적 뭉치들을 몇 가지로 구분하여 풀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그릇을 둘러싼 외부적 분위기와 내용들을 보도록 하자. 작품의 재료들은 주로 일반적인 캔버스 천에 유화물감 만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둥그런 흰색 원형 그릇 형태들을 그리고 있다. 원형 그릇들은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도자기류여서 인간의 손맛이 느껴진다. 특별히 인간의 손으로 빚은 그릇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우리가 사는 가시 세계 자체가 특별한 설계에 의해 구체화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캔버스 사각 틀이 주는 강직함과 원형 그릇이 주는 부드러운 에너지가 교감하면서 이성과 감성,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하는 화면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작가는 화면 전체적으로 흰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한다. 빛은 현실세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직진, 반사, 투과, 굴절, 간섭을 통해 우리의 시각에 세계가 인지되도록 드러내 준다. 따라서 작품에서의 흰색은 빛으로서 절대자를 상징하며, 절대자가 지닌 숭고함과 엄숙함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들을 절제하고 흰색 톤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그릇 테두리는 명도가 높은 청색, 갈색 계열을 사용하여 배경에서 도드라져 나오게 분리해 입체감을 형성시켜 놓았고, 그릇 내부에 생성된 그림자에 식물 잎의 실루엣도 함께 드리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습하고 암울한 그림자가 아닌 시원하고 평안한 쉼과 위험이 없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사는 선한 사람들의 치유 공간인 천국을 의미한다. 특히 이 천국은 죽음 이후 거하는 천국도 있겠으나 지상으로 천국을 미리 가져와 현재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그릇을 둘러싼 외부적 분위기와 내용들을 보면 설계된 세계의 암시, 이성과 감성의 교감, 절대자를 상징하는 빛에 거하는 천국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 박한나, PRAY(Hebrews 13;21), 48x26cm, Oil on Canvas, 2013




▲ 박한나, 만들어지는 과정 속(1 Peter 1;22), 117x72.5cm, Oil on Canvas, 2014




▲ 박한나, 향기에 더해진 빛(2 Timothy 4;2), 117x72.5cm, Oil on Canvas, 2013




▲ 박한나, 함께라는 것을 알았다(1 John 4;12), 91x59cm, Oil on Canvas, 2014



III

두 번째, 그릇의 내부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그릇의 내부에는 작고 귀여운 난쟁이 같은 사람들이 흰색 상의에 푸른색 치마나 바지를 단체복 같이 입고 있어 청아하고 순수한 통일감과 질서가 느껴진다. 그리고 보편적 크기의 그릇보다 작은 인간의 크기 설정은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암시함과 더불어 조용하고 기쁨이 가득한 자발적 행위자들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신념에 의해 살아가지만, 자신의 유한성과 불안정성을 극복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죄의식과 절망감이 더하며, 절대자 속에서 본질적인 자아가 현실화 될 때 어둠에서 빛에 거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그릇 내부에 공존하고 있는 아이들과 성인들은 신을 벗고 있다. 마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에서 신을 벗고 있는 신랑과 신부가 떠오르는데, 공존과 소명을 발견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신성한 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에피소드 식 행위들은 공동체 단위로, 가족단위로, 개인단위로 구분지어 있다. 공동체 단위의 행위들을 보면 서로 줄을 잡고 어떤 구조나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모습으로, 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고 있는 모습으로, 큰 종이를 접거나 잘라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모습들인데 대부분 협업의 행위들로 이어진다. 표정들도 다양하다. 무릎을 꿇고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하는 자세, 서로가 서로를 섬기고 베푸는 모습,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면 집중하며 경청하는 상황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모습들에서 브뤼겔의 <아이들의 놀이>가 연상된다.브뤼겔의 그림에서는 인생 초기 단계를 아이들의 놀이로 은유화하면서도 놀이에 거짓과 허영, 뻔뻔함이 내재되어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박한나의 작품에서는 인간 본질의 어리석음 보다는 개인적,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난 타자와의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삶이 행복의 가치로 어떻게 확장시켜야 할지 묻고 있는 것이다.

가족단위로 구성된 모습에서는 서로 한곳을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이나 엄마가 평안히 앉아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부분 평화롭고 걱정 없는 가족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모습들은 작가 개인 가정사의 고백이기도하며, 미래에 가꾸게 될 자신의 가정 모습을 연상하고 있기도 하고, 더불어 이 세계의 출발이 작은 가정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고 보여 진다. 개인적인 단위의 모습에서는 남?여가 두 손을 맞잡고 한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각자 배를 타고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라 목적 없는 삶을 가시화 한 장면들도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개인적인 인간관계의 아픔에서 베어 나온 아쉬움과 바램, 회한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릇 내부에서 전개되는 에피소드를 종합해 보면, 개인, 가족, 공동체의 관계망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면서도 삶과 죽음, 주체와 타자, 꿈과 기대, 욕망과 무의식이 현실과 이상에서 어떻게 균형 잡혀야 하는지 이야기되고 있다.




▲ 박한나, in the Heaven(Psalms 97;9), 130x130cm, Oil on Canvas, 2012




▲ 박한나, 머무르는 별(Matthew 2;9), 53x33cm, Oil on Canvas, 2014




▲ 박한나, 지나가는 별(Matthew 2;10), 53x33cm, Oil on Canvas, 2014



IV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신념에 따라 열정적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그 빛을 따라가고자 한다. 인간은 대상에 대한 지식적 사유와 순수한 자아를 향한 노력을 거치며 살아가지만 자신이 한계상황에 직면할 때 초월자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작가는 인격의 내부에 차츰 일정한 신앙적 자세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뚜렷이 자각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소명에 대한 확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경험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묘사나 증명이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박한나는 자신이 세계에 피투 된 부정적 존재라기보다는 미학적, 윤리적, 종교적 단계로 이행되는 점진적 세계 안에서 타자와 세계, 공존과 소명의 주체로서의 기투 된 그릇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