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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숙展
 전시기간 : 2014-09-18 ▶ 2014-09-24
 참여작가 : 신지숙(Shin Jisook)
 오 프 닝   : 2014-09-18 AM 11:00
 
 



『 신지숙展 』

Shin Jisook Solo Exhibition :: Painting










▲ 신지숙, 겨울나무, 97x162cm, Oil on Canvas, 2014








전시작가 신지숙(Shin Jisook)
전시일정 2014. 09. 18 ~ 2014. 09. 24
초대일시 2014. 09. 18 AM 11:0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그리움으로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창작 의지

황선형(모리스갤러리, 아트허브 대표)

사람들은 종종 지나칠 정도로 크고 화려한 대상에 주목하고 열광한다. 그러나 그 크고 화려함은 머지않아 알맹이 없는 부실함으로 실체를 드러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것은 마치 물거품 같은 인간의 허무한 욕망과도 같다. 현대의 시각예술 또한 크고 화려함을 키워드로 무장한 체 무한 확장되고 있다.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는 철학 없는 공허한 크기만으로 모든 것들을 압도하려 하고, 허위로 포장된 화려함으로는 대중의 시선과 선택을 받고 싶어한다. 대중 또한 크고 화려한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자신의 열등의식과 콤플렉스를 희석시키고 보잘것없는 능력을 거짓 과시하며 은밀한 욕망을 드러낸다. 이런 작금의 시각예술의 동향에 비추어 볼 때 신지숙의 작품은 그 궤(軌)를 달리하고 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그저 소박하고 평범한 시골풍경과 나무, 논밭, 개울과 같은 대상들을 사실주의(寫實主義)에 입각해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충실히 표현하려는 것이 신지숙이 지향(志向)하는 예술이다. 결국 신지숙의 작품은 거대 담론(談論)이나 철학을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유년시절의 맑고 순수했던 추억과 그리운 대상의 재현과 더불어 작가 자신의 존재 가치의 증명에 기인(起因) 하는 것이다.






▲ 신지숙, 가을들녘, 80x116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겨울나무, 130x162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마을 보이는 들녘, 45x53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사과나무 과수원, 52x72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살구나무집, 37x45cm, Oil on Canvas, 2014




신지숙이 대학에서 학업 하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는 미술사적으로는 최근 들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단색화(單色畵)가 태동하고 발현(發現)되면서 한국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렸으며, 정치적으로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휴강하는 날이 더 많았던 학생들은 시위 현장에서 정치적 행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던 시기이기도 했다. 바로 이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목판화와 벽화, 걸개그림과 같은 형태의 민중미술(民衆美術)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신지숙과 같은 50년대 후반의 베이비붐 세대의 작가들은 일체의 구상성이 배제된 순수한 단색 추상으로만 이루어진 단색화와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이 사회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한 민중미술의 세례(洗禮)를 흠뻑 받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단색화와 민중미술은 한국미술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조는 자생적 발생과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매체와 작품의 제작방법, 조형어법과 같은 측면에서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극단의 대척점(對蹠點)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요동치는 듯한 새로운 미술사조의 소용돌이 틈에서 이제 막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신진작가들에게는 어떤 사조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해야 할지에 대한 갈등과 고민은 불을 보듯 자명한데, 결국 30년대 생이 주축이던 단색화는 50~60년대 생의 2세대 단색화 작가들을 탄생시켰으며, 민중미술은 정치적 안정과 미술시장의 상업 논리로 퇴조하면서 작가들이 고향으로 낙향하여 서민들 삶의 일상적인 모습이나 자연과 같은 지극히 소박한 내용의 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충남 도고(道高)가 고향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떨어져 서울서 유학하며 겪은 삭막한 도시생활의 정신적 피폐(疲弊)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다. 그 후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의 외국생활 역시 그리움을 병처럼 지니고 살며 더욱더 고향에 대한 향수에 빠지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럴 즈음 신지숙은 동양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청전(靑田) 이상범(李象範)의 작품을 극적으로 만나면서 청전의 작품이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술회(述懷)한다. 그렇다면 청전 작품의 어떤 점이 신지숙의 마음을 사로 잡고 그리움에 대한 위안을 주었을까? 청전이 추구하던 ‘청전양식’은 조선 후기의 겸재 정선(謙齋 鄭敾)을 주축으로 전개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우리 산천의 명승(名勝)ㆍ명소(名所)와 같은 특정 경관을 주로 현실경(現實景)으로 다루었던 것에 반해, 청전의 작품은 평범한 야산과 냇물이 흐르는 시골과 산골의 일상적인 풍경을 다룸으로써 한국인 고유의 심상을 대변하는 보편적 서정 세계를 그려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신지숙은 청전의 작품에 깊은 공감을 하였으며 이를 매개(媒介)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학 졸업 후 가졌던 두번의 전시와 외국생활 이후 형성된 신지숙의 사실주의적 작품 성향은 단색화로부터는 ‘발효(醱酵)’를, 민중미술로부터는 ‘민족정서’를, 청전으로부터는 ‘자연의 향토성(鄕土性)과 서정성’이라는 다양한 요소들을 수용하며 향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개인전 이후 작가적 정체성이 확립된 신지숙 작품의 특징은 ‘평화로운 시골의 소박하고 평범한 풍경을 정확하게 묘사한 사실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작가가 거주하는 대전(大田) 근교의 시골 마을에서 포착된 풍경들은 작가의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 시각으로 추호의 가감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그 풍경들은 어릴적 작가가 보았던 시골의 풍경을 닮아 있기도 하고, 때로는 삭막한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는 고향의 모습이기도 하다. 단색화로부터 ‘발효’를 수용한 신지숙의 작품은 제작 방식에서 그 특징이 확연(確然)하게 드러난다. 결코 그림을 빨리 그릴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천천히 그리는 행위 자체를 통해 자신을 정화함은 물론 그리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면서 그림을 된장 담듯 푹 익혀가며 발효시켜 작품에 깊은 맛을 담그는 것이다. 민중미술로부터 계승된 ‘민족정서’는 민중의 주체인 농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들판과 논밭 같은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소박함과 같은 정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청전으로부터 수용된 ‘자연의 향토성과 서정성’은 단순한 구도 속에 향토색 짙은 시골 산야의 정취를 계절의 변화에 따라 특유의 기법으로 처리하여 한국적 서정성을 격조 높게 다루고 있다. 이렇듯 신지숙은 다양한 형태의 사조(思潮)로부터 자신의 특성과 정서에 부합되는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자신만의 조형어법을 이룩해 내게 되었다.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습니다. 다양한 표현 영역의 확대로 화가라는 직업이 시각적 엔터테이너로 변화하는 시대에 아직도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일이란 것이 예술 공부에 게으른 작가이거나, 좋게 보아준다면 세속을 초월하는 무엇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미 세상은 예술의 아름다움을 잊어가고 있는 듯 보이나, 삶의 굴곡에서 위로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소박하고 친근한 자연 속에서 만나는 것들일 것입니다. 삶이 거칠수록 유년기의 고향에 대한 기억은 별빛처럼 빛을 내고 있으나, 고향의 모습은 변해서 노래(시)와 추억 속에만 남아 있고, 그 바람의 색과 향기와 햇빛의 울림을 찾아 제 영혼이 떠돌아 다닙니다.” - 작가노트 -






▲ 신지숙, 초여름, 91x116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섬, 65.1x90.9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섬, 40.9x60.6cm, Oil on Canvas, 2014






▲ 신지숙, 봄바람, 73x117cm, Oil on Canvas, 2012







▲ 신지숙, 초겨울 논, 91x117cm, Oil on Canvas, 2011




작가노트에서 신지숙은 세속을 초월하는 작가적 삶과 의미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함의(含意)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아름다움이 잊어지는 척박한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하고 친근한 자연을 통해 위로 받고, 우리의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유년시절 고향의 시각적 영상을, 작품을 통해 진솔하게 재현함으로써 작가적 본분(本分)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의연하게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일체의 자기 복제를 부정하고 오롯이 일관된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신지숙의 역량은 작품처럼 순수하고 맑게 영롱한 빛을 발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