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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규展
 전시기간 : 2014-10-30 ▶ 2014-11-05
 참여작가 : 한인규(Han Ingyoo 韓印奎)
 오 프 닝   : 
 



『 한인규展 』

Han Ingyoo Solo Exhibition :: Painting











▲ 한인규, Dog looking at Humanity(仁), Righteousness(義), Propriety(禮), Wisdom(智)








전시작가 한인규(Han Ingyoo 韓印奎)
전시일정 2014. 10. 30 ~ 2014. 11. 05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30(주말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메시지

임재광(미술평론가, 공주대 교수)


어느 가을날 오후 책을 그리는 작가 한인규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상업과 주거지역이 애매하게 섞인 동네의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건물 3층에 비교적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이젤의 양쪽에 현재 그리고 있는 작품들이 세워져 있고 사방 벽에 이번에 전시할 그림들이 펼쳐져있었다.

작업실을 보면 그 작가를 알 수 있다. 작업실 구석구석에 보이는 이런저런 소품들, 메모와 낙서, 그리고 책장에 꽂힌 책들은 작가에 대한 많은 정보를 말해준다. 이런 시각정보는 작가와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없는 작가의 또 다른 이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가에 꽂힌 책은 제목만으로도 그 작가의 관심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







▲ 한인규, And & End








▲ 한인규, Apple and Books








▲ 한인규, Books with Paintings by Picaso & Basquiat-1








▲ 한인규, Books with Paintings by Picaso & Basquiat-2








▲ 한인규, Books with Paintings by Picaso & Basquiat-3




한인규는 책을 그린다. 어떻게 보면 책이 아니라 책이 꽂힌 서가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13년 개인전 도록에 실린 작가노트에서 “누군가의 서가 앞에서 이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겠구나 하는 낯설음을 느꼈던 기억”을 이야기 하였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에 대해 좀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며 아울러 책과 더불어 뒤섞여 있는 온갖 사물들은 그 사람의 관심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는 경험을 말하면서 자신의 작품에 나타나는 서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읽힐 것이라 하였다.

작업은 변한다. 작가에 따라서는 과감한 단절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중층적 작품세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변하는 것이 보통이다. 작업의 방향은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변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인규의 책 작업도 자연스럽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변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이 변해오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책이 가득 꽂힌 서가가 한 화면이었다. 책으로 꽉 찬 한 화면이 서가 자체로 보인다. 그러면서 중첩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큰 이미지가 있다. 피카소 등 거장의 명화 이미지가 서가 전체를 채우고 있다. 물론 가까이에서 보면 한권 한권의 책이 꼽혀있을 뿐이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시각예술가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다 다음단계로 오면 화면에 공간이 생긴다. 서가가 어느 공간에 놓이면서 책들도 서가에 공간을 만들어 낸다. 특히 책들은 서가에 그냥 꽂히는 게 아니라 간단한 영어 단어를 형상화한다. 책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텍스트를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마치 동양의 문자도와 같이 또는 서양의 타이포그라피의 전통에서 보듯이 이미지가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작품에서는 서가가 없어졌다. 책이 일상의 공간에 부정형으로 놓이고 까마귀나 강아지 같은 동물이 함께 그려진다. 이전 작품에서 책의 배열과 중첩을 통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발언하려 했다면 이 작품에서 책은 그냥 책으로 존재한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책은 아무것도 발언하고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책은 책으로써 본질에 가까워지면서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강화되고 있다.

한인규의 그림은 매우 복합적이고 중의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많은 장치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충돌과 화합이 이루어지고 새로움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인규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책이라는 소재를 택하여 집요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업의 방향은 우직하고 성실한 성품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다. 작가의 자라온 환경이나 배경을 보면 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부친은 철학을 전공하고 교육계의 중요한 위치에까지 이르렀던 분이다.







▲ 한인규, Marble and Books








▲ 한인규, She & He








▲ 한인규, Space with Books & Crows








▲ 한인규, Space with Crows Books & Bed








▲ 한인규, Space with Crows Books & Sofa




철학을 전공하고 교육자인 아버지는 텍스트의 상징이다. 반면 미술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리는 아들은 이미지의 상징이다. 작가와 부친과의 친소관계는 알지 못하지만 이세상의 모든 부자관계에서 모순과 갈등은 존재한다. 한인규 작업에 내포되어있는 중의적 요소는 기본적으로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볼 때 이러한 배경과 환경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충돌과 화합, 이를 통한 새로움의 발생,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한인규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모종의 메시지를 생산하여 관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