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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 : 2015-05-14 ▶ 2015-05-20
 참여작가 : 송인(Song In)
 오 프 닝   : 
 



『 송인展 』

Song In Solo Exhibition :: Painting











▲ 송인, 응시하다, 먹, 아크릴, 수정테잎, 227x182cm, 2014








전시작가 송인(Song In)
전시일정 2015. 05. 14 ~ 2015. 05. 20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수정테이프로 빛나는 얼굴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송인의 그림은 온통 시커먼 바탕위에 점점이 박힌 흰 색의 흔적이 모종의 이미지를 판독하게 해준다. 모노크롬이자 흑백의 화면이다. 작가는 장지에 먹과 검정 아크릴을 반복해서 덧칠해 무겁고 진하며 더없이 어두운 바탕 면을 만든 후 그 위에 수정테이프를 찍어가면서 사람의 얼굴을 그려나갔다. 자신의 지인들이자 주변에서 접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 인물들은 작가가 현실을 보는 시선을 반영하는 매개들이다. 인간의 얼굴은 단지 생물학적인 종으로서의 표면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과 사회제도 속에서 담금질되고 주조되는 얼굴이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욕망과 폭력에 의해 두들겨 맞은 상처로 자욱한 얼굴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 개인의 얼굴은 그의 모든 것이 외부로 발설되는 통로이다. 그 음성, 소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얼굴을 그리는 이유일 것이다.







▲ 송인, 은둔자, 먹, 아크릴, 수정테잎, 182x227cm, 2014








▲ 송인, 편견으로 조우하다, 먹, 아크릴, 수정테잎, 194x130cm, 2014








▲ 송인, 편견으로 조우하다, 먹, 아크릴, 수정테잎, 194x130cm, 2014








▲ 송인, 오만과 편견, 먹, 아크릴, 수정테잎, 130x194cm, 2014




작가는 모필을 대신해 흰색의 수정테이프가 밀착해서 터치를 남겼고 그것이 그림을 이룬다. 전통적인 미술 재료에서 벗어나 인공의 재료, 문구용품으로 그려나간 이 그림은 그 재료 면에서 흥미롭다. 문서를 작성하다 오자가 생기면 이를 지울 때 사용하는 수정테이프가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적극 애용되고 있다. 본래 지우고 삭제, 은폐하는 역할을 하는 수정테이프가 역설적으로 표현의 도구로, 그림의 재료로 쓰여 지고 있다. 표면을 꾹꾹 눌러가며 밀고 나간 테이프가 흰색의 물성을 남기고 이 사각형의 터치, 조각들이 모여서 명암을 구분해주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형국이다. 균질적인 터치가 반복해서 집적되면서 모종의 형상을 떠올려주는 단서로 작동하는 그림이다. 다만 짙은 검정 바탕에 흰색 테이프가 찍혀져있을 뿐인데 관자의 시선이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는 식이다. 그림을 보는 이의 시선, 마음을 움직여 구체적인 형상, 감정을 추동시킨다.

관습적인 재료에서 인공의 재료, 각종 레디메이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가는, 만들어나가는 사례는 빈번하다. 플라스틱, 자개나 시퀸, 테이프 등을 이용해 캔버스 표면을 균질하게 도포하거나 채워나가는 작업뿐만 아니라 쌀과 콩으로, 혹은 커피 찌거기나 조개껍질을 잘게 빻아서 물감과 섞는가 하면 비닐, 천, 실 등등 여러 재료들을 이용해 회화를 선보이는 작업들이 무척 많다. 20세기 초 선보인 피카소의 콜라주 작업으로 인해 회화는 비로소 형상에서 벗어나 ‘물질’로 나아가게 되었고 이후 동시대의 다양한 사물, 상품들로부터 영감 받아 다양한 재료의 과감한 사용이 빈번해졌다. 한편 20세기 모더니즘회화란 결국 회화의 자기 존재론적 해명에 의해 그림을 이루는 물적 토대로 귀결되었던 과정이었으며 따라서 물감을 대신해 여러 물질들이 그 자리를 채우거나 또는 특정 물질 자체로 환원되는 과정 또한 초래했다.

송인의 작업은 전통적인 동양화 재료체험에서 과감히 벗어나 수정테이프라는 문구류를 활용해 형상을 안긴다. 마치 붓으로 점을 찍고 선을 남기듯이 수정테이프를 단속적으로 찍어나간 자취가 모여서 선을 이루고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일종의 점묘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미지는 사람의 얼굴이다. 커다란 두상이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얼굴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받은 특정 부위만 반짝이면서 다가온다. 나머지는 짙은 바탕 면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검은 바탕과 그 위에 찍힌 흰색 터치가 서로 놀이하면서 이미지를 지우고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그로인해 다소 극적인 상황 속의 인물형상이 출현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한 얼굴, 혹은 강한 조명에 의해 비로소 드러난 얼굴, 죽음 속에서 또는 곤혹스럽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 서서히 보는 이에게 다가오는 그런 얼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존적인 인물상이나 잔혹한 운명에 처한 인간이 겪어내는 착잡한 감정, 고뇌의 흔적 이 묻어나는 그런 얼굴 하나를 형상화하고자 하는 듯하다. 부분적으로, 암시적으로만 드러난 얼굴부위는 마치 연극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저리하고 있다. 묵언의 배우는 다만 빛에 의해 드러난 부분적인 얼굴만으로 모종의 감정을 전하려한다. 아마도 이러한 얼굴을 형상화하기 위해 지금의 방법론이 효과적이라고 작가는 보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수정테이프가 지닌 한계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에 비록 재미있는 재료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것인지는 의문이다.







▲ 송인, 예견된 상황, 먹, 아크릴, 수정테잎, 90x200cm, 2015








▲ 송인, 예견된 침묵, 먹, 아크릴, 수정테잎, 75x200cm, 2015








▲ 송인, 허구와 진실은 존재하는가, 먹, 아크릴, 수정테잎, 90x200cm, 2015








▲ 송인, 발가벗겨진 진실, 먹, 아크릴, 수정테잎, 90x200cm, 2015




주로 먹을 다루며 그림을 그려왔던 그가 어느 날 이 흰색의 수정테이프에 주목하였다. 그렇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던 문구류가 적극적인 그림의 재료가 되었다. 흰색테이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짙은 어둠이 요구되었기에 먹과 아크릴을 이용해 까만 바탕이 형성되었다. 비로소 새까만 어둠을 배경으로 흰색테이프는 자신의 흔적을 남겨가면서, 화면에 밀착되어 지나가면서 점/선을 남겨 형상을 이룬다. 마치 자신이 지나간 정확한 자리를 복기해주듯 일정한 간격을 지닌 테이프의 밀착된 자리는 조밀하게 모여 빛/밝은 부분을 남기면서 그림이 된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부분적인 흰색의 자취만으로 나머지를 상상해가면서 얼굴, 표정, 내면을 유추하게 된다. 그 상징성을 지닌 인간의 얼굴은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고 사회현실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준다. 단독의 얼굴이 등장하거나 혹은 두 얼굴, 해골과 함께 등장하거나 인간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매개들과 함께 자리한다. 송인의 근작은 독특한 재료체험으로 인간의 얼굴을 가시화하면서 그 얼굴을 통해 사회와 현실의 여러 모순, 폭력, 인간존재에 대한 여러 메시지를 발설하고자 한다. 엄숙하고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듯한 흰색물질의 집적이 기묘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