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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옥현展
 전시기간 : 2016. 05. 19 ~ 2016. 05. 25
 참여작가 : 윤옥현(Yoon Okhyun)
 오 프 닝   : 
 


『 윤옥현展 』

Yoon Okhy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Objet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5









전시작가 윤옥현(Yoon Okhyun)
전시일정 2016. 05. 19 ~ 2016. 05. 25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기억의 부재와 존재 사이, 나를 묻다

홍경한(미술평론가)


작가 윤옥현의 작품은 기억과 순간순간의 감정이 침잠된 결과이다. 존재에 대한 고찰을 담은 명상이며, 오랜 시간 이어온 자신과의 끝없는 이야기다. 이때 기억은 삶의 언어이면서 유동하는 오늘의 진실된 모습이다. 기억은 또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예술을 잇는 하나의 비실제적 매개이다. 그런데 그것 자체다. 여기엔 사실상 어떤 설명이나 내레이션이 필요 없다.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대로 수용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예술 역시 원인에 따른 결과를 잉태한다. 때문에 반드시 해석이 요구되고 가치구별도 존재한다.







▲ 윤옥현, Untitled, TV Motherboard, Acrylic, Cotton, Detail








▲ 윤옥현, Untitled, TV Motherboard, Acrylic, Cotton








▲ 윤옥현, Untitled, Audio Motherboard, Acrylic, Cotton








▲ 윤옥현, Untitled, Motherboard, Acrylic, Cotton




다만 해석과 가치구별에 관한 주석을 작가에게 기대지는 않는다. 그것은 작가가 해야 할 과정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작가 또한 딱히 무어라 해 줄 말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도 적시한 것처럼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대로 수용하면 될 뿐”이라는 작가의 가치관으로 다시 회귀하는 탓이다. 따라서 이 비평은 윤옥현이라는 한 작가의 작품론이라기 보단 그의 삶과 연계된 작업의 배경, 그 작은 서사에 대한 ‘말참견’이라고 할 수 있다.

윤옥현의 작품들을 시각적으로 잘못 이해하면 지극히 서양적인 관점에서 창조되는 의식의 산물처럼 다가온다. 화려한 색깔, 다양한 재료, 이성적으로 조합된 사물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는 조형방식에서 볼 때 주지주의적인 것처럼 비쳐진다는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이다. 개념적이면서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사유의 결이 진하게 일렁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유의 결’은 여백으로 인해 형을 띤다. 여백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채움으로써 비워지는 장소이며,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무대이다. 그런 점에서 2004년 이후 그의 작품들은 동양적 관념, 비의도적인 시간의 순연과 닿아 있다. 이는 작가와의 대화에서 받은 인상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어떤 의도적인 관점에서 보이길 거부하며 형과 색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길 원한다. 작업과정 자체는 물론이고 드러남 역시 ‘틀’이 없기를 바란다. 대신 정신과 마음에서 발화된 개인적 서사가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읽혀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표출이란 ‘기억’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지속적인 또는 상시적인 관심을 표현하는 것, 정체성 혹은 존재성에 관한 의문을 다양한 예술분야(설치, 회화, 퍼포먼스, 오브제 작업 등)에 접목해 성찰하고 자문하는 것이랄 수 있다.

허면, 그의 작품들은 그러한 스스로의 자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그렇다. 본래 마침표 없는 자문자답이기에 늘 되돌이표를 그릴 수밖에 없지만 순환의 고리는 시간의 테만큼 두께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기억(또는 추억)은 늘 강력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잠재의식 속에 묻혀 모호해지고, 사람들은 기억의 틀을 조금 더 유리한 방향에서-혹은 더 잘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쪽으로 바꾼다.”고 말한다. 이어 “가끔은 불가피하게도 기억상실을 경험하기도 하며, 따라서 기억은 소멸과 변형이 이루어지기에 기억만을 믿을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이는 달리말해 기억의 불완전성을 의미한다.







▲ 윤옥현, Untitled, Motherboard, Acrylic, Cotton, Detail








▲ 윤옥현, Untitled, Motherboard, Acrylic, Cotton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4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4




위 내용만 놓고 보면 윤옥현의 작업배경이 무엇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억의 부재’와 ‘기억의 존재’라는 불완전한 두 축을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개인의 고유한 정신적, 감정적인 부분을 시각언어로 생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기억이 변형되거나 보존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반영되어 있다.

사실 기억의 부재와 기억의 존재라는 두 축은 ‘자의식’을 텃밭으로 한다. 자아-자각-깨달음은 결국 하나의 맥락이다. 이와 같은 낙맥은 나무에 실을 수없이 감거나 기계부품에서 상상력을 도출시키는 작품들로 드러나고, 과거와 현재, 기억과 탈기억, 생성과 소멸, 이성적 접근과 감각적 형식의 예술언어로 도출된다. 가끔은 막연하거나 미완성 상태로 있을 감정에 형(形)을 부여하는 것 모두 자의식을 토대로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엔 행위도 덧칠된다. 실을 감는 행위, 기계를 분해해 상상을 얹히는 행위, 캡슐처럼 점과 점 사이를 배회하는 점층적 회화(신기하게도 불완전한 삶, 희미해지는 기억, 소멸됨을 복구시키기 위한 행위, 신체와 정신의 교집합 등이 이 하나의 회화에 투영되어 있다.) 모두 기억을 소환하고 존재성을 부여하기 위한 몸짓과 같다.(하지만 그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강박관념에로의 집요한 집념이자 해방을 뜻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정신세계 및 앎의 독자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행위와 관련해 흥미로운 건 작가는 자신의 몸을 기억의 집합소이자 하나의 예술창발의 저장소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몸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기억하고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하는 시간, 사람과 장소들은 몸의 구조로 되어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예술의 물리적 주체인 몸-행위-기의와 표상의 순차적 도표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것이 ‘몸’이라는 것을 가리키지만, 한편으론 모든 외적 변주를 포괄하는 종심이 곧 몸임을 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의 몸은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라 기표와 가시적조형의 대비되는-원류-정체성-존재성의 발현지인 셈이다.

이처럼 기억의 존재와 부재는 자의식의 문제를 낳고, 자의식은 다시 행위와 교류하면서 몸-행위-기의와 표상의 순차적 도표로 이어진다. 이 도표는 궁극적으로 정체성과 존재성에 관한 탐문으로 전개되며, 정체성과 존재성은 작가의 기억과 그 내부에 들어 있는 세상을 열람케 하는 나침반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윤옥현의 작품들은 ‘나’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과정이며 예술을 통한 나와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화’는 기억의 지층을 덮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거나 수집된 것을 보관하기 위한 각각의 레이어(layer)로 가시화되고 있다 해도 무리는 없다.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4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5








▲ 윤옥현, Untitled, 116x97cm, Oil on Canvas, 2015




물론 한편으로 이 레이어들은 본질적으로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자, 메디타티오(meditatio), 즉 무상한 현상계 속에 있는 불변의 본체적-이념적인 것을 심안(心眼)에 비추어 바라보는 것, 실천적 관여의 입장을 떠나 현실적 관심을 버리고 순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랄 수 있다. 그의 예술의 바로 이곳에서 발단되며, 그가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지독하게 찾아 헤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를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