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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선展
 전시기간 : 2016. 06. 02 ~ 2016. 06. 08
 참여작가 : 김순선(Kim Soonsun 金淳銑)
 오 프 닝   : 
 


『 김순선展 』

Kim Soonsu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순선, AE-L MA Sachuest Point NWR,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162x130cm









전시작가 김순선(Kim Soonsun 金淳銑)
전시일정 2016. 06. 02 ~ 2016. 06. 08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8:00
∽ ∥ ∽
모리스갤러리(Morris Gallery)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T.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회화로 전치된 지의류(地衣類), 시공의 틈에서 피다

홍경한(미술평론가)


한 백과사전에 기술된 지의류(地衣類)에 대한 요약은 이렇다. “균류(菌類)와 조류(藻類)가 복합체가 되어 생활하는 식물군으로, 균류는 자낭균류 또는 담자균류의 1종이고 조류는 남조식물 또는 녹조식물의 1종이다. 양자의 결합으로 조류나 균류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환경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지의류는 크게 고착지의(固着地衣 : Crustose lichenes), 엽상지의(葉狀地衣 : Foliose lichenes), 수상지의(樹狀地衣 : Fruticose lichenes)로 구분한다.”





▲ 김순선, AE-L 산청,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116.5x91cm








▲ 김순선, AE-L 계족산,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116.5x91cm








▲ 김순선, AE-L 만인산1,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 김순선, AE-L 만인산3,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그런데 생물학에 무지한 필자는 이 지의류라는 단어를 김순선 작가로부터 처음 들었다. 다소 민망한 경우이긴 하나 상세한 설명을 통한 대략적인 이해도 작가를 만나면서 가능했다. 공생을 밑동으로 존재하는 생물이란 것도, 이끼(moss)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라는 것도, 사막이나 진공상태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지만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에서는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그때 그로부터 알았다. 물론 오염의 척도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다.

흥미롭게도 김순선 작가는 이 지의류를 조형의 소재로 삼고 있다.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생존방식조차 특이한 그들에게서 색과 형을 찾고, 메시지를 만들어내 왔다. 특히 지의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작품으로 생산하고 있는 세계 각지의 작가들과 스스로 비교해가며 자신만의 언어를 창출하기 위한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1)

실제로 그는 학구적이라 할 만큼 이 독특한 식물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가 작성한 페이퍼를 보면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전 성치산성을 비롯해 미국 메인주의 국립야생동물보호지역, 미국 옐로우스톤 등지의 지의류를 분석하고 종속성, 상치성, 이질성 등 현대문명 속 여러 상황들과 접목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는 단지 자연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그 하나하나가 작가의 자연관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지의류는 그의 작품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발화되는가. 이는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 있어 그의 지의류는 어느 추상화 못지않은 조형성을 보여준다. 언뜻 고착지의와 닮은 외형, 엽상지의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한 몇몇의 작품은 설명을 배제할 경우 마치 점, 선, 면, 색채의 순수조형 요소로 조합된 추상화처럼 다가온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초기 앵포르멜이나 액션페인팅의 한 장면을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신비롭고 묘하다는 점과 생태적 시각을 엿보게 한다는 사실에서 인지적 차이가 있다.

형식과 뗄 수 없는 조형요소에 있어 그의 색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의류의 엽상체와 생식기관이 가지는 특이한 색이 화면 곳곳에 똬리를 튼 채 제 빛을 발하며, 이는 미술의 역사에 있어 유가치하게 존립해온 색채의 의미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의 회화에 있어 색을 텃밭으로 한 이미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지형도에 놓인다. 이미지들은 단지 시각적 망막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다분히 감각적인 방향에서 구현되고 색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출발을 자연스럽게 회화적 구성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결과는 (앞서도 언급했듯)관람객을 기묘한 감정 아래 위치시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재현이상의 재현의 프레임을 지정한다.







▲ 김순선, AE-L 성치산성,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 김순선, AE-L 오서산1,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 김순선, AE-L 오서산2,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 김순선, AE-L 월악산1,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90.5x72.5cm






▲ 김순선, AE-L 우도, 2016, Acrylic and Sand on Canvas, 90.5x72.5cm




내용은 여러 가지로 구분, 혼합된 채 전개된다. 일례로 작가는 나무줄기나 바위에 붙어서 사는 지의류의 생태를 빗대어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혹은 ‘환경’이나 ‘문명’에 대해 말한다.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을 균류에 공급해주고, 균류는 조류를 보호하며 물이나 무기질을 공급하며 공생하는 특수한 관계성을 통해 ‘공생’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시간의 내러티브 아래 생성과 소멸, 처음과 끝이라는 개념을, 지의류의 자생공간과 물리성을 통해 존재의 근원과 본질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인간의 영역에서 밀려난 존재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탐구가 심도 있게 녹아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리듬감 있게 응축과 이완을 거듭하며 알 수 없는 긴장을 심어주는 (2015)이다. 이 작품은 그 시작이 어디서 비롯되었든 관계없이 드러남만으로도 우아한 형상을 하고 있어 그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띈다. 녹색과 연두색의 어우러짐이 가볍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작가의 말처럼 “싱싱하고 아름답다.” 또 하나의 작품은 제주도 우도에서 발견한 지의류에서 영감을 얻은 (2016)이다.

흡사 형형색색 산호초를 수놓은 것 마냥 아름다운 연녹색과 보랏빛이 부유하는 이 그림은 짙은 어둠과 조우하면서 태초의 결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열람케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문명의 그림자와 삶이라는 고되지만 묵묵히 견뎌온 인간사, 문명사, 공영이라는 오랜 화두를 던진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밖에도 (2016), (2016) 등, 그의 많은 작품들이 가리키는 건 존재에 대한 질문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의 예술적 연장이자 휴머니티가 배어 있는 미학적 자문도 투영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지의류는 단순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2)

한편 그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던 중 필자는 문득 두 부분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첫 번째는 ‘미술과는 인연이 없을 법한 본래의 직업(본래의 직업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다만)을 가진 이가 어째서 그림, 회화에 몸과 정신을 의탁하게 되었을까’라는 것이었다. 물어본 적도 없거니와 애초 관심 밖의 사안이었으므로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그에게 그림이란 삶과 언어의 매개이자 동시에 원초적인 내부를 담는 그릇 또는 작가 자신의 존재성에 관한 질료와 갈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여운은 짙다.

또 하나는 첫 번째 호기심의 연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건 무엇일까’였다. 그런데 작업 전반을 접하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만큼은 의외로 답이 쉬웠다. 그건 바로 자신의 철학적 범위 내에서 인간과 문명의 상호연관성과 이질성, 시공을 초월한 논리가 마음이나 정신 어디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행간에 깃들어 있는 궁극적 가치는 존재와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 김순선, AE-L 월악산2,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116.5x91cm








▲ 김순선, AE-L 의림지, 2016, Acrylic on Paper, 41x31cm








▲ 김순선, AE-L 통영1, 2015, Acrylic and Sand on Canvas, 72.5x60.5cm






▲ 김순선, AE-L 임압습지, 2016, Acrylic on Paper, 48x35.5cm




그에게 존재란 나로부터 시작되어 우리에게로 전파되는 일종의 깨달음으로써 위치되는 것으로, 여기엔 진정한 자기를 상실함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다. 힘을 맞대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공생의 미덕이 누락되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물론 한 축에선 현대를 살아가는 그 많은 편의와 비자연적인 것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 드리워진 것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우린 무엇을 남기며, 또 얻고 있는가라는 고민에 봉착함으로서 만들어진, 상당히 귀납적인 조항들로 채워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3) 그래서일까, 작가가 주요 키워드로 상정한 현상학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지점도 위와 동일한 결 내부에 자리하는 게 아닐까싶다.


1) 필자와 처음 만났을 당시 작가는 덤덤하게 지의류에 대해 설명했다. 일반적이라면 관련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이를 대할 때 독자성 운운하며 자발적 추켜세움에 열을 올릴 텐데, 김순선 작가는 의외로 아주 냉정하고 솔직하게 다름과 동일함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2) 이는 딱히 지의류의 정의에만 천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환경을 포함한 기타 다양한 서술들은 그의 예술에 있어 어디까지나 ‘중요한’ 곁가지일 따름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여러 알고리즘 중 하나라는 것이다.

3) 어쩌면 그것의 종국은 공일 수도, 선(仙)적인 것일 수도, 지극히 현실적인 현상의 일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초는 존재를 통해 구현되고 고찰되며 성찰할 수 있음을, 그 폭 넓은 시공의 내러티브를 지의류라는 특이한 생물을 통해 구현하고 있음 또한 확인할 수 있다.